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민음사

 

 

정말 다정하다게다가 그녀의 다정함에는 힘이 있다부드럽게 소곤거려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힘있는 목소리는 크기가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이름이 다소 어렵다. '올가 토카르추크'. 그녀는 심리학을 전공했고카를 융의 사상과 불교철학에 조예가 깊다그래서인지 섬세하고 예리하다그녀의 세심하고 따뜻한 문장들은 그녀에게 2018년 노벨 문학상을 선사했다팬데믹의 시대에 누군가는 골방에 앉아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는데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다정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이 책은 에세이와 강연록을 모아 엮은 것이다상상력창작글쓰기문학의 힘을 이야기하는 글들이다.


 

플라마리옹 목각화 속 순례자가 지구 바깥으로 내민 얼굴에 비쳐진 표정은 경탄과 환희일 것이라 저자는 이야기 한다한계 너머의 신세계는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물론 사고의 깊이를 넓혔을 것이다너머를 보기 전의 그와 너머를 보고 나서의 그는 다른 사람이 된다자신의 위치를 재정비하게 되며우리가 행하고 있는 행동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작은지를 깨닫게 된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서로 연결되었다내가 서있는 곳의 풍경은 지구 반대편의 풍경과 비슷해졌으며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공간은 찾기 어려워진 세상이 되었다이제는 우리에게 더 이상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미지의 공간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내 발로 직접 걸어서 가보지 않아도 나의 공간에서 작은 영상을 통해 우리는 어느 곳이든 갈 수도 있게 되었다.

 

새로운 것에 대해 우리는 거부하거나 괴상하게 느낀다하지만 그것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것이 되기도 한다플라마리옹의 순례자가 지구 바깥에서 본 것도 지구만 바라보던 그의 눈에는 괴상한 것들이었을 것이다우리는 이제 괴상한 것의 가치를 다시 새겨야 한다그래야 세상이 이전처럼 서로 다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읽기와 문학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써 문학과 책읽기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저자의 문장에 마음이 따뜻해진다문학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라며 펌하하고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 지식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필요한 읽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난 문학을 통해 세상과 관계에 대해서 깨달았으며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또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야기가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그래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 올가처럼 조용하고 다정한 목소리로 공감하고 연대하여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작가에게 물질적 기반이 제공되어야 문학과 예술은 존재할 수가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그들이 좀더 독특한 실험을 강행하기 위해선 생계에 대한 걱정이 덜어져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생계를 위해 안전한 글쓰기만 진행될 것이다안전함만 추구하다 보면 재능은 퇴보하거나 잃게 된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다정함은 우리를 서로 연결해 주는 유대의 끈을 인식하고상대와의 유사성 및 동질성을 깨닫게 해 준다고 말한다문학이란 다정함에 근거한다고도 말한다결국은 다정함은 서로 다른 사람들을 소통하게 해준다경쟁하고 목소리를 높이기 보단 배려하고 조용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다정함의 힘인 것이다다정해지기 위해 많이 노력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함과 분노

윌리엄 포크너 ㅣ 열린책들

 

 

마지막 챕터의 '역자 해설'을 읽고 나서 다시 맨 앞장으로 넘어가 한 번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그건 읽는 내내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역자의 친철한 해설을 통해 해소되었기 때문이다해소된 궁금증을 가지고 다시 읽어낸다면 작품을 좀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생긴다그만큼 [고함과 분노]는 쉽게 읽히거나 이해하며 읽어내기 어려운 작품이었다이는 챕터마다 서로 다른 화자가 등장하며, 3살 수준의 백치인 화자와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화자가 이야기 전체를 자신의 의식과 시간을 중심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콤슨 가의 네 남매는 서로 다르다집안의 모든 기대를 가지고 하버드에 진학한 첫 째 퀜틴은 동생 캐디에 대해 가지는 자신의 감정의 색깔이 무엇인지 확신하지 못해 혼란스럽다남매 중 유일한 여성인 캐디는 백치인 막내 벤지를 진심으로 대하는 따뜻함과 성적 본능에 충실한 방탕함을 가지고 있다셋 째 제이슨은 가장 계산적이고 냉철하지만 물질만능적이고 가부장적이다막내 벤지는 선천적으로 모자란 지능을 가지고 태어났기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느낀다콤슨 가의 서로 다른 네 남매는 캐디의 일탈이 가져온 사생아로 인해 폭풍에 휘둘리게 된다.

 
 

-------

읽는 내내 가장 눈살을 찌뿌리게 했던 인물은 콤슨 부인이었다네 남매의 엄마 콤슨 부인은 집안의 문제꺼리들을 대할 때마다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머리를 부여잡기만 할 뿐이다.

 

귀족 가문에서 남부럽지 않게 자란 콤슨부인에게 있어 백치 아들 벤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이다막내 아들 벤지의 어릴 적 이름은 '모리'였다모리는 콤슨 부인의 오빠 이름이다그녀는 자신의 막내아들이 백치라는 것을 알고나서 자신의 집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의 이름으로 막내아들이 불려지기를 거부한다그럼으로 자신의 집안과 남편의 집안을 분리하여 구분 짓고 자신의 성에 차는 자식인 제이슨만 인정한다그러다 종국엔 제이슨에게 양육방식에 대해 비난받기에 이른다.

 

가정은 '작은 사회'이다사회는 언제나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혼란스럽지만혼란 속에서 작은 질서가 형성된다질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최대한 함께가 가능하게 만들려는 모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그래서 사람들의 노력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가정이라는 사회에서 특히 아이들이라는 서로 다른 미성숙한 인격체에게 있어 이들을 이끄는 존재들은 중요하다그들의 인정과 이끄는 방향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콤슨 가의 네 명의 아이들처럼 사회는 지식을 가진 자방황하는 자물질을 따르는 자우리가 함께 이끌어가야 할 자들이 존재한다이들 서로 다른 자들이 '고함과 분노없이도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공간일 것이다.

 

------

한꺼번에 서로 다른 여러 책들을 읽곤 한다. [고함과 분노]를 읽으며 같은 시기 함께 읽던 책 중 올가 토카르추크의 [다정한 서술자]가 생각난다문학관련 에세이로 저자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작품들이 언급되어 있기도 하다저자가 윌리엄 포크너의 [고함과 분노]를 언급하여 반가움이 일었으며함께 언급한 [압살롬압살롬]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유발시켰다포크너의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한발을 떼었으니 그의 또다른 작품의 세계로 달려가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28년 48

 

콤슨가의 흥망성쇄를 지켜 본 하녀 딜지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장이다흑인 하녀 딜지는 콤슨가의 구성원들을 돌보며온전히 받아들이는 인물이다딜지의 시선은 객관적이며그녀가 내는 목소리는 상황을 직시한다.

 

딜지의 시선에 비친 콤슨부인은 허위의식에 빠져 있는 무기력한 엄마이다자신에게 닥친 문제점들을 한탄할 줄만 알고 바로잡지는 못하는 무능한 엄마이다콤슨가의 네 명의 아이들을 키워낸 딜지가 보았을 때 콤슨부인은 부모로써 자격이 부족해 보일 것이다.

 

딜지는 콤슨가의 가장이 된 제이슨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콤슨부인의 두둔과 비호가 제이슨을 가부장적이고 비열하게 만든 것임을 딜지는 알고 있다하지만 그녀는 불필요한 충돌을 피한다.

 

백치에 가까운 벤지와 사생아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 퀜틴을 바라보는 딜지의 시선은 따뜻하다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려 하고걱정한다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들을 이끌 힘도책임도 없다그것을 잘 알기에 딜지는 제이슨으로 부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콤슨가의 시작과 끝을 보았고보고 있는 딜지는 그들의 고함과 분노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그래서 그들의 고함과 분노가 너무 커지지만 않도록 다독임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928년 46

 

콤슨가 사 남매 중 셋째인 제이슨이 화자로 등장한다형과 아버지의 사망 후 집안의 가장이 된 제이슨어머니 콤슨 부인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 벤지캐디의 딸 퀜튼을 부양하고 있는 제이슨은 폭군처럼 느껴지는 '겁쟁이'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들 모두와 자신의 환경그리고 상황 등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참을 수 없어 하는 제이슨은 자신의 재능이 촌구석에서 썩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은 우유부단하고 불공평한 부모와 구제불능 가족 때문이라고 단정한다.

 

그가 제시하는 상황 정리가 어찌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모두를 아프게 하지 않을 대안이 될 수도 있다가족 모두를 힘겹게 하는 벤지는 요양원에서 치료 받아 성장하게 하고스스로를 소홀히 여기고 반항하며 방탕하게 행동하는 조카 퀜틴에게는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게 함으로써 삶을 진지하게 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말이다하지만 제이슨은 자신의 대안을 주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게 설득하지 못한다이는 그의 대안이 그들 본인을 위한 해결이 아니라 그들을 자신에게서 떨쳐버리려는 제이슨의 몸부림이기 때문이다.

 

이들 가족을 보며 '지긋지긋'하게 얽혀 있는 삐뚤어진 관계의 모습을 본다전형적인 가족의 모습만을 추구하려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있는 것이다가족은 언제나 함께 해야 하며가족 구성원 하나의 문제는 가족 전체의 문제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결국 가족 전체를 함께 침몰하게 만든다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의 모습이 그려진 대하소설을 읽는 것 처럼 느껴진다.

 

콤슨 가의 사람들을 통해 직면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록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음을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10년 62

 

콤슨가 사 남매 중 첫째인 퀜틴이 화자이다하버드 대학 1학년생인 퀜틴은 온통 캐디 생각뿐이다짐을 싸고편지를 남겨놓은 그의 행동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오르게 한다.

 

현재 시점에서 퀜틴은 증조할아버지의 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혹은 준비하는 듯 하다그는 분노에 휩싸여 있으며불안하게 느껴진다.

 

그의 분노는 캐디가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는 캐디가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그러면서 '근친상간'이라는 끔찍한 단어가 들먹여진다그는 캐디의 감정을 확신하며 도망가자고 하지만캐디는 그를 하버드에 보내기 위해 부모가 팔아버린 벤지의 농장 때문에 안된다고 말한다퀜틴의 삐뚤어진 사랑이 일방통행인 것인지상호적인 것인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