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좋아해서 그런 거야 VivaVivo (비바비보) 47
바바라 디 지음, 김선영 옮김 / 뜨인돌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을 읽는 청소년들에게 나를 보호하는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과 어떤 것이 나의 권리를 침해받는 것인지를 인지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챕터의 분량이 짧고, 전환이 빨라서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책장이 잘 넘어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과 철학이 담겨 있어도 전달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이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해선 책을 중간에 놓지 않을 만큼 잘 읽혀야 한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서도 담고 있는 주제만큼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다.

 

 

밀라, 맥스, 오미, 자라는 점심시간을 운동장에서 함께 보내는 단짝 친구들이다. 기묘한 냄새가 나는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보다는 운동장에서 자연과 함께 시간 보내기를 선호하는 밀라는 어느 날 부터 자신에게 요상하게 행동하는 농구부 무리의 남자아이들 때문에 운동장에 있는 것이 불편해진다. 남자 아이들의 행동 때문에 불편하지만 무리 중 한 아이를 좋아하는 자라 때문에 대놓고 불평하지도 못하는 밀라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급기야 밀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폭발하고 만다.

 

 

힘들어 하는 밀라의 상황을 알게 된 맥스와 오미는 밀라에게 선생님과 상담을 하라고 권유하지만 밀라는 망설여진다. 그런 상황에 뒤늦게 상황을 알게 된 친구 자라는 오히려 밀라에게 "왜 애들이 다 널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데" (p.120) 라는 어이없는 질문과 괴롭힘을 이성들간의 들이댐으로 표현해 버린다. 게다가 무리 중 자신이 좋아하는 남학생이 있다는 이유로 밀라의 태도가 아이들의 행동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말까지 말라에게 던져버린다. 상황을 이해해 주지 않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친구들과 가벼운 장난이고 놀이라며 행동을 멈추지 않는 남자 친구들 때문에 책장을 넘기는 내내 부르르 화가 났다. 게다가 부끄러워만 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거나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 밀라에게 까지 화를 내는 나를 느끼며 2차 피해가 왜 발생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밀라에게는 남자 아이들의 추행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이 일로 인해 자기 주변의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생각이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제대로 된 증거나 증인도 없고, 터놓고 이야기 하면 해결해 줄 것 같은 어른들도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설프게 선생님들과 상담을 했다가 예민한 아이로 받아들여질까 겁이 났던 것이다. 아이가 얼마나 당황하고, 좌절했을지 마음이 아팠다.

 

 

밀라는 우연히 '공수도'를 배우며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보호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게 된다. 또한 어떤 것이 폭력인지도, 폭력에는 참아내는 것이 해결이 아님도 알게 된다. 다행이다. 밀라가 자신을 지켜내고 더 크게 상처받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가장 기억해야 할 것은 숨기고, 참아내는 것이 해결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 나를 거쳐 가겠지만 그것 또한 해결이 아니다. 또 다른 나를 닮은 누군가에게 폭력은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폭력을 행사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것인지 느끼고 그만 두는 것이 진정한 해결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차만 보아도 제대로 된 글쓰기 안내서임을 알 수 있다. 영화수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공적인 연애사 - 당신을 사랑하기까지 30만 년의 역사
오후 지음 / 날(도서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시 시대에는 관계의 정확성 때문에 모계 중심의 사회가 구성되었다. 지금까지도 현존하는 모계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의 '모수오족'과 여성이 임신을 하면 동네의 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지게 하는 베네수엘라의 '바리족'은 여성의 가족들과 부족들이 아이를 함께 기르고 책임진다. 다소 개념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감정의 불필요한 소모를 배제시키고,  공동육아로 아이를 오래도록 살아남기기 위한 수단이었다니 이해가 가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 사회는 강고한 가부장제 사회였으므로,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 욕망을 해소하고,대를 잇는 존재로만 여겼다. 자신들을 너무 사랑한 남성들은 따라서 자신들과 동등한 인격체인 남성들을 사랑했으며,  육체적으로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어린 남성을 선호하였다고 한다. 권력에 의한 관계이며, 지나친 자기애의 표현이다

중세시대에는 기독교가 지배하며 간음은 물론 성관계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 여성에게 순결을 강요하고, 여성 혐오적인 태도를 취했다. 따라서 애정 없이 가문을 위한 결혼을 당연히 여기게 되며, 부부끼리인데도 내외하며 서먹서먹하게 지내고, 욕망을 절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노력이란 말인가.

✍ 극도로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남녀관계였던 원시시대를 넘어  고대와 중세는 점점 권력 중심의 가부장사회가 자리잡으며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그것을 당연시 여겼다.  여성과 남성의 성적인 관계도 사회와 정치, 종교, 가치관의 영향으로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는 것이 수긍이 간다. 근친상간, 일부다처, 동성애, 아동성애, 일부일처, 혼외정사 등 지극히 성에만 집중했던 시대를 지나 이제 '로맨스'가 탄생하는 근대는 좀 더 달달한 이야기로 채워져있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p.70
나는 칼을 부러워하는 건가? 글쎄, 내 생각에 사람들은 모두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와 칼의 처지를 바꿀 수 있다면 바꿀 것인가? 칼처럼 사람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기꺼이 허락할 수 있을까? 칼에게는 전혀 힘든 일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 산 정상에 호텔을 짖겠다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십오 년 만에 뽐내기 좋아하는 새  '밭종다리' 를 닮은 칼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동생 칼을  바라보는 수줍음과 조심성이 많은 새 '목도리지빠귀' 를 닮은 로위의 감정은  복잡하다. (p.90) 너무 다른 두 형제는 의문의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서로를 의지해 살아가다 서로 다른 삶을  선택하고, 다시 고향 오스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함께'를 계획한다.

746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의 4분의 1정도 읽었는데 인물들 모두의 캐릭터가 독특하여 흥미롭고, 두 형제와의 상관관계가 궁금하다. 경찰 올센과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형 로위의 태도와 칼을 사모하는 사악한 그레테의 관심, 로위가 짐작하는 지붕 기술자 모에의 더러운 비밀이 무얼지  궁금하다. 조용한 시골 마을의 들썩여짐이 느껴진다.

칼의 귀향이 그들 왕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빨리 책장을 넘기고 싶어진다. 'THE KINGDOM'은  두 형제의 집 오프르가일까?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 오스일까? 몰입도가 좋은 내용이라 재미있게 읽고 싶다면 하루를 옹팡 비워두고 앉은 자리에서 완독해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음산한 분위기의 문장들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미국 소설가 애드거 앨런 포의 유명작으로 구성된 단편집을 읽었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붉은 죽음의 가면극],[도둑맞은 편지] 는 모두 인간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들이다.

[어셔가의 붕괴] 기괴하고 섬뜩함이 문장마다 스멀스멀 뿜어져 나온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여 그런지 인물이 겪는 다양한 공포가 나에게로 전달되는 느낌이 생생하다. 우울함을 덕지덕지 뭍혀놓고 있는 어셔가를 친구 어셔의 요청으로 방문하게 된 '나'는 저택을 마주보며 '무기력'을 경험한다. 절박한 편지를 보내온 어셔는 필체만으로도 흥분한 상태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어릴 적 친구였던 어셔는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이며, 집안 내력으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닌 친구였다. 결국은 어셔의 특별한 감수성은 그를 휘몰고 예민함을 넘어 히스테릭하게 만든다. 어셔는 자신의 광기를 잠재우기 위해 비밀을 간직하게 되고, 그 비밀 때문에 더 깊은 광기에 빠져든다. 어셔의 처절한 광기가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누군가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면, 괴로움을 야기시키는 상대를 저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몸처럼 연결된 그들이라면 상대를 저주하는 것은 곧 스스로를 저주하는 것이 될 것이다. 물론 상대도 자신이 겪는 예민한 괴로움의 원인을 어셔라고 생각하며 그의 죽음을 기원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은 뫼부우스 띠처럼 상대방을 서서히 말라죽이는 집안의 저주를 받은 것이다. 무서운 설정이며, 독특한 설정이다. 다시 한 번 더 작가들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한다.

[검은 고양이] 애드가 앨런 포는 젊은 시절부터 알콜 때문에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대학에 갓 입학해서는 도박과 술에 빠져 학업을 끝마치지도 못한다. 게다가 이른 나이에 결혼할 만큼 사랑했던 어린 부인이 병으로 죽자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술에 의존했다고 한다. 그는 불안하고 힘들 때 술로 상황을 잊으려는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검은 고양이] 속 서술자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투영된 것 같다고 느껴진다. 작품 속 '나'는 술을 먹고, 술을 절제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서 분노하고, 술에 취해 자신에게 보내는 고양이의 믿음과 애정을 버거워하고, 술에 취한 상태로 고양이를 산채로 목매달아 버린다. 애드가 앨런 포의 글만으로도 알콜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경험한 것 같은 두통이 느껴진다.

[도둑 맞은 편지] 단편집의 제목이 될 만큼 애드가 앨런 포의 대표적인 작품이며 훗날 많은 작가들의 귀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엔 그 유명한 뒤팽이 나온다. 뒤팽 시리즈는 나중에 아서 코난 도일의 귀감이 되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다. 영특한 두뇌로 상황을 꿰뚫어보며, 한발 앞서 일을 계획하고 , 언제나 완벽하고 깔끔하게 사건을 종결하는 뒤팽. 그의 사건 해결 방법은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하여 상대가 할 법한 생각과 행동을 유추해 보는 것이다. '셜록 홈즈'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셜록 홈즈]의 인물 구성과 사건해결 방식이 뒤팽의 그것과 너무 동일해서 애드가 앨런 포가 더 대단해 보였다.

피가 낭자하며 공포를 자아내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만큼 인간의 심리를 꿰뚫는 이야기들이 애드가 앨런 포의 또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할 것 같다. 그의 예리한 인간 심리가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다양한 아픔과 고통 속에 느꼈던 것들을 표현했으리가 생각하니 안쓰럽고 안타깝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