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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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1-150

 

서술자는 자신이 결혼을 통해 누군가와 결혼한 상태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인식했다고 이야기한다그의 깨달음은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일이었다.

 

송두리째 자신을 흔드는 기억 때문에 자신의 생활은 물론 자신이 야기할 다음 세대의 아픔까지도 차단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아프지만 현명해 보이기까지 한다역사 속에서 탄압받던 기록이 남아있으며 그것이 일방적이었던 것을 누구나 알지만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반유대주의가 그를 움츠러들게 만든다또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을 무조건 옹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에게는 불가능한데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압박도 그는 힘겹다그는 물론 그의 아내 또한 유대인이다그녀는 스스로 유대인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닌데도 유대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가 진흙 속에 처박힌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서술자와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 그의 아내였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그들을 숨막히게 했을 것이다.

 

서술자의 글은 그의 아내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고자유를 주었다그녀는 자신의 무엇이 자신을 유대인으로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서술자는 자신의 글쓰기가 기쁨을 찾기 위함이 아닌 명백하게 고통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그녀에게 자유를 준 그의 글쓰기는 그에게는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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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트리플 14
안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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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가 제철

안윤 ㅣ 자음과모음 ㅣ 트리플14

 

환절기면 어김없이 코와 눈이 간지러워지며목이 칼칼하다그래서 내가 느끼는 봄과 가을은 고생스러움이다.어떤 물건어떤 장소어떤 시간은 본래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가 아닌 개인적인 방식으로 기억된다트리플시리즈 열네 번째 작품 방어가 제철』 속 인물들이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 또한 그렇다아끼는 이의 생일방어가 제철인 겨울낡은 야광 별 스티커는 그들에게 특별한 누군가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이다안윤 작가의 방어가 제철』 속 세 개의 단편은 조용한 슬픔이 느껴진다.


 

[달밤속 ''는 알고 지낸 지 5년 정도 된 동생 소애의 생일을 위해 육개장을 준비한다소애가 생일날 먹고 싶다고 했던 육개장은 ''에게 달이 뜬 밤에 부고 소식을 듣게 한 '언니'를 찾아갔을 때 먹은 음식이다. '언니'가 떠난 날은 소애의 생일이었다그래서 소애의 생일날달이 뜬 밤육개장은 ''에게 '언니'를 기억하게 한다. '가 기억하는 생전의 언니는 먹고 살기 위해 쓰기를 멈추었던 '가 시쓰기를 멈추지 않길 바란 사람이었다힘겹지만 이겨나갈 힘을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가 스치는 모든 것이 '언니'를 기억하게 하는 모든 것이라 문장을 읽는 내내 먹먹함이 느껴졌다함께 좋아했던 모든 것을 마주할 때 이전 처럼 마냥 좋아할 수 없게 된 것이다그 모든 것이 시간이 지나면 ''에게 이제는 보지 못하게 된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는 소중한 것이 될 수 있길 바란다그렇지 않다면 남겨진 사람의 남은 인생은 너무 힘겨울 것이다.

 

[방어가 제철속 ''는 오빠의 친구 정오를 '선배'라고 호칭한다. ''가 중학생 사춘기 때 만난 정오는 고등학생이었다. 17년이 지나 만난 정오는 "왜 선배라고 불러?" 라고 질문하고 ''는 "오빠는 아니니까?" 라고 답한다. ''의 대답에 정오의 얼굴은 붉어진다정오의 얼굴이 붉어진 건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가 정오를 오빠라 부르지 않는 것은 '방어가 제철인 계절에 떠난 오빠에 대한 의리일 것이며 사랑일 것이다. '그리기'를 경제적인 이유로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인정 받지 못한 ''에게 대학생 오빠가 내밀어준 한달치 학원비는 그냥 돈이 아니라 열렬한 응원이었다그런 오빠의 사고 소식은 그녀에게 자신을 자책하게 만든다그래서 많은 시간이 지난 ''는 '순탄점점'이란 말을 좋아하게 된다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것은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며삶을 흔들기도 한다예기치 않게 슬픔을 맞이하는 모든 사람들의 아픔이 '점점옅어지며 오롯이 대상을 그리워할 수 있게 되길 바래 본다나도 그렇게 되길 바래본다.

 

모든 '이별'은 고통스럽고 긴 잔해를 남긴다하지만 만남과 이별은 우리의 삶이다모든 이별에 매번 무너질 수는 없을 것이다불가항력적인 이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모른 척하거나 아파하며 괴로워하는 것이 아닌 그리워하고 추억할 수 있기 바래본다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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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과 분노 열린책들 세계문학 280
윌리엄 포크너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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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접해본 적 없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인데다가 소재가 매력적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순서대로 읽기 시작했기에 열린책들 번역의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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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2 - 제 꿈 꾸세요
김멜라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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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작가들을 배출하는 문학상의 작품들은 믿고 읽게 됩니다. 모두 여성 작가들로 채워진 부분도 눈에 띕니다. 김멜라 작가의 작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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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12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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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의 사건

오노레 드 발자크 ㅣ 이동렬-옮김 ㅣ 민음사 ㅣ 세계문학전접412

 

 

다양한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하며한 인물을 지칭하는 호칭도 여러가지라 정신을 놓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다그래도 재미나다발자크 특유의 자연주의적 묘사도 빛을 발한다인물과 자연을 묘사하는 그의 문장들은 화려하고 세세하다인간은 역사의 큰 굴레에 따라 요동치는 작고 미세한 존재임을 새삼 깨닫게 된 읽기였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공포 정치가 시작되었다드 시뫼즈 가문도 이 시기 처형의 대상이 되어 후작 부부는 사형 선고를 받고그들의 영지 '공드르빌은 국유재산이 된다이 일로 부부의 쌍둥이 아들들은 망명하고 공드리빌은 말랭 의원의 소유가 되어버린다공드리빌의 주인이나 다름없을 만큼 땅을 책임지는 관리인 '미쉬'는 시뫼즈 후작의 후의를 한껏 받았던 사람이다그는 쌍둥이 형제 귀족들이 옛 땅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음모에 휩싸이며 오히려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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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귀족 젊은이들의 가까운 친척이며 두 형제 중 한 명을 반려자로 정해야 하는 여백작 로랑스와 공드르빌의 관리인 미쉬는 젊은이들의 복귀를 도와 시민권을 얻게 한다오랜 망명 생활을 끝내고 마주하게 된 여백작과 젊은 귀족 청년들똑같은 시선똑같은 목소리똑같은 태도의 드 시뫼즈 쌍둥이 형제는 똑같은 연정을 품고 똑같이 로랑스를 흠모한다그들은 빼어난 외모에 부드럽고 매력적인 말을 구사할 줄 아는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함께 힘겨운 망명 생활을 이겨낸 형제는 로랑스를 눈 앞에 두곤 경쟁 상대가 된다정열이 온 힘을 다해 맹위를 떨치는 나이에 도달한 마리폴과 폴마리 형제는 친척 여동생 로랑스의 시선과 표정과 관심을 공유하면서도 그녀의 선택이 한 명에게 도달해야 함을 알고 있다작품 안에서 그들은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지만 그게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의문이 든다모두에게 좋은 관계는 아니다결국엔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기 위해선 작품 속 도트세르 부인의 예감대로 로랑스가 그 어떤 형제와도 결혼하지 않아야 했다.

 

젊은 남여는 사랑의 행복에 겨워 그들에게 다가오는 음모의 냄새를 맡지 못한다공드르빌 토지의 주인 말랭 의원이 괴한에 의해 사라지고미쉬와 네 명의 젊은 귀족들은 이 일로 체포된다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누가 선택 받을 것이냐로 미래를 꿈꾸던 젊은 남녀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정신이 혼미할 뿐이다음모이다망명자의 신분에서 이젠 사형수가 될 위기에 처한 귀족 젊은이들의 앞날이 걱정스러우며다시 눈물로 나날을 보낼 여백작이 안쓰럽다두 배의 행복은 두 배의 슬픔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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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음모에 네 명의 젊은 귀족 청년들과 한 명의 충직한 관리인이 무너진다시민권을 회복한 후 미래를 계획하며 행복할 날만을 꿈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예기치 못한 이 상황은 우연이라 말하기엔 너무도 섬뜩하다게다가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망명을 허락했던 자신의 관대함에 뒤통수를 친 이들이 괘씸하게 느껴진다황제는 이 사건을 자신의 제도에 대한 공격대혁명의 결과에 대한 저항국유 재산에 대한 침해로 해석하며 분노한다황제의 분노는 피고인이 된 무해한 그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발자크의 문장들이 사건의 빠른 전개와 함께 휘몰아친다무엇을 위한 음모인지 모호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된다누가 로랑스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인지에 몰두해 있던 쌍둥이 귀족 형제는이젠 생과사를 생각하게 되었다그들이 말랭 의원을 납치했을 것이라는 단서는 도처에 널려 있기에 그들의 석방은 불가능해 보인다공드리빌을 돌려 받을 권리가 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고미쉬도 공공연히 말랭을 협박하며 형제의 소유권을 주장하였는데 이 모든 것이 이젠 그들에게 불리한 증거가 되어버린 것이다또한 대중은 망명한 이들이 혁명 전 영지에 대해 당연한 듯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반감한다.

 

결국 말랭 납치 사건은 미쉬를 단두대의 형장으로젊은 귀족 청년들을 전쟁터로 보내며 일단락 된다하지만 결국 그 누구도 말랭 납치 사건의 전말과 비밀에 대해선 파헤치지 못했다왕정복고 시대를 맞았으나 너무 많은 이를 떠나 보낸 로랑스는 열정을 잃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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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과 음모 속에서 시대를 읽지 못한 젊은이들은 희생되고타협하지 못한 오만함은 상처를 남겼다처세에 능하고변화를 인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자가 결국엔 오래도록 살아남게 되었다귀족이냐 브루조아냐왕당파냐 공화당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결국엔 자신의 자리와 방향을 쉽게 바꿀 수 있는 자가 힘을 가진 자가 되는 것이었다.

 

열정과 순수함은 사랑에서나 사용되는 것이고충직함과 일관성은 평화속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다시 깨닫는다결국 동일한 행동과 인물도 시대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그러니 시대를 따르는 것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역사는 개인의 삶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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