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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1
임레 케르테스 지음, 이상동 옮김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p.101-150
서술자는 자신이 결혼을 통해 누군가와 결혼한 상태로 살아갈 수 없음을 인식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깨달음은 홀로코스트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일이었다.
송두리째 자신을 흔드는 기억 때문에 자신의 생활은 물론 자신이 야기할 다음 세대의 아픔까지도 차단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아프지만 현명해 보이기까지 한다. 역사 속에서 탄압받던 기록이 남아있으며 그것이 일방적이었던 것을 누구나 알지만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반유대주의' 가 그를 움츠러들게 만든다. 또한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대인들을 무조건 옹호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에게는 불가능한데도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압박도 그는 힘겹다. 그는 물론 그의 아내 또한 유대인이다. 그녀는 스스로 유대인이 되는 것을 선택한 것이 아닌데도 유대인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가지가 진흙 속에 처박힌 사람이 되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서술자와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에 그의 아내였던 그녀가 가지고 있는 유대민족이라는 정체성은 그들을 숨막히게 했을 것이다.
서술자의 글은 그의 아내에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자유를 주었다. 그녀는 자신의 무엇이 자신을 유대인으로 만드는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서술자는 자신의 글쓰기가 기쁨을 찾기 위함이 아닌 명백하게 고통을 구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자유를 준 그의 글쓰기는 그에게는 고통을 잊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