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극우주의의 양상 채석장 시리즈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지음, 이경진 옮김, 폴커 바이스 해제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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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극우주의의 양상>

-테오도어 W. 아도르노

-이경진/옮김

-문학과 지성사



채석장 시리즈 중 하나인  <신극우주의의 양상>은 1967년 4월 빈 대학에서 일곱 쪽 가량의 메모와 키워드에 기대어 강연한 저자의 구술 내용을 바탕으로 엮은 작품이라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어 W. 아도르노의 비판 이론이 지금 이 시점에서도 다시 회기되는 이유는 극우주의가 다시 세상에게 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양극화일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은 심각해지고 이로 인해 빈곤계층은 노동력을 상실하며 자신들이 사회 속에서 쓸모없어 질까봐 노심초사 하게 된다. 그러면서 쌓이는 분노를 퍼부을 무언가가 필요해진다. 이런 취약하고 흔들리는 이들의 심약한 상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무리는 이들을 위로하며 원인을 전혀 관계없는 또다른  소수집단과 집권세력에게 돌리면서 자신들이 입지를 굳힌다.  


저자의 글 속에 제시된 극우파들의 모습이 태극기를 흔들며 광화문 광장을 점령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눈살 찌푸리는 무언가가 발생하는 것은 상대의 문제도 있지만 나의  문제도 있음을 그들이 향하는 손가락들의 대상들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것은 없다.  많은 이해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 안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 억울하거나 옳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 터이고, 누군가는 그런 그들의 불만을 포착하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것이다. 결국 사회는 한쪽으로 치우져지면 상처가 생기고 곪아 터져서 몸 전체를 아프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리는 항상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극우주의자들이 목적을 가지고 가장 취약하고 약한 계층을 포섭하려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기괴하고 억지스러운 그들의 논리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말을 맹신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수록 이해 못할 논리와 사람들은 넘쳐난다.

따라서 지금 우리의 사회는 혼란스러운 것이다.


채석장 시리즈 중 <아카이브 취향> 다음으로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었다. 또한 작품 말미에 역자 후기는 아도르노의 극우주의 분석을 이해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아도르노의 글이 아닌 강연을 번역하였기에 구문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옮겨적을지에 대해 고민했다는 역자의 말에서 글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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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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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

-렘 콜하스/ 프레드릭 제임슨

-임경규/옮김

-채석장  시리즈

-문학과 지성사


'비우기' 가 대세이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스타의 집을 방문하여 공간을 채우고 있는 넘쳐나는 물건들을 비워내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내용을 포맷으로 하고 있다.  그 많은 물건들은 나름의 이유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어찌 보면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공간을 집이 아닌 동네, 도시, 나라, 지구로 확장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많은 건축물로 공간을 꽉꽉 채우고 있으며, 그 채워진 건축물 중  '쓰레기'라 칭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공간은 실용성만 강조한 네모난 상자이다.  과학이나 도구가 특별히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도 창조해낸  예술적 공간들을  우리는 지금 재현해 내지도 , 재현해 낼 의지도, 재현해 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모두가 똑같은 네모 모양 상자 속에서 크기와 길이의 차이로 행복을 저울질 하고 있으니 우리의 공간을 정크로 보는 저자 콜하스는 이런 우리의 모습에 진저리가 쳐질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자연 친화적 공간을 만들며 자연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쓰레기 공간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채석장시리즈의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를 통해 우리의 공간이 너무 많은 것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다양한 공간을 생산해 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여백의 공간을 물질로 채우며 나의 공간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때로는 불필요한 낭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든,  무언가를 위한 행동이든,눈에 보이지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머리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이든 우린 얽히고 설킨 복잡함 속에 살고 있다. 실타래 풀듯 풀어내고 싶어진다.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는  맑은 하늘색의 쪼맨한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촘촘하니 빈틈없는 답답함을 유발시키며 나의 공간과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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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채석장 시리즈
필립 라쿠-라바르트.장-뤽 낭시 지음, 조만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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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

-필립 라쿠 라바르트

-장 뤽 낭시

-조만수 옮김

-문학과 지성사


소장하고 있는 '채석장 시리즈' 중 가장 난해하고, 가장 어려웠던 작품 중 하나가 <무대>이다.  두 철학자의 주고 받는 서신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책의  접근성의 용이함은  결코 분량이 아님을 말해준다.  140쪽에 달하는 작은 사이즈 판본의 책이지만 그 어떤 벽돌책보다 읽기 어려웠다. 어렵다. 많이 많이 어렵다. 간혹 아이들이 책에 대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려워서 재미없어요!!! "라고 말할 때 이해하지 못했는데.......채석장시리즈의 <무대>를 읽으며 아이들과 동일한 감정을 느꼈다. 나의 능력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지식의 나열은 경외감과 동시에  빨리 분량을 끝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  53쪽/필립

우리가 의견 대립으로 다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고백하자면, 그런 것을 상상해본 적은 있네. 의견 대립으로 다툰다면 적어도 그건 우리 관계가 건강하다는 신호일테고, 우리가 지닌 차이-부인할 수 없는-를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서 토론을 하는 방식일 것이라고 말이야.


두 지성인이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관점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이 아름답게까지 느껴졌다. 편협하고 비난 일색이 아닌 존중하고 수긍하면서도 다양하게 자신의 사유를 표현하고, 상대에게 빈틈없이 반박하는 내용의 텍스트들은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배워야할 자세로 여겨졌다.


🔖●  133쪽

(...)'대화'란 철학에 낯설지 않은 형식이고 연극에는 본질적인 형식이다. 무대에 대한 다섯 편의 편지 이후 12년이 지나고 "대화에 대한 대화"라는 공동의 작업을 학술발표장에서 소개하면서 이들은 앞선 논쟁을 이어가기 위해서 다시 한번 대화 형식을 선택한다. 통상적인 학술발표장에서처럼 발표자가 발신자가 되고 청중이 수신자가 되는 관계가 아니라 두 철학자가 서로에게 발신자, 수신자가 되어 청중 앞에서 한 편의 연극을 공연하듯이 논쟁하는 방식을 취했다.


'연극' 의 요소 중 하나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진 철학자가 결국 연극이란 무대에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여유가 멋지게 느껴진다.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면 범접 불가능한 그들의 대화를 아이돌 스타 바라보듯 경탄하며 바라보게 되었을 것 같다.


본문 곳곳에 한자어와 프랑스어, 그리스어가 넘쳐난다. 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두 철학자가 사유하여 나눈 대화들과 그들의 지식을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느끼길 바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면 좀 더 쉽게 풀이되었음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작품에서 나누는 '무대' 에 대한 철학적인 깊고 넓은 생각들을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석하고 풀어줄 중간자가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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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브 취향 채석장 시리즈
아를레트 파르주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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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김정아/옮김

-채석장 시리즈

-문학과 지성사


프랑스 역사학자 ' 아를레트 파르주'가 서술하는 아카이브 자료와 작업은 시적이고 철학적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에 이리도 많은 사유를 품을 수 있다니 놀랍다. 게다가 '도서관' 에피소드는 병맛을 깃들인 유머까지 함유하고 있다. 이 작가 빠져들게 만든다.


🔖 ● 43쪽

아카이브 취향의 작업자는 되찾은 과거의 문장 조각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끌어내고자 한다. 이때 감정은 과거라는 바위, 침묵이라는 바위를 다듬는 끌이다.


'아카이브'라는 단어는 생소하지만 입속에서 매력적인 소리를 낸다.  어학사전에서 찾아본 '아카이브'의 뜻은 소장품이나 자료 들을 디지털화하며 한데 모아서 관찰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을 말한다고 한다.


작품을 읽는 내내 저자의 표현과 사유가 너무 아름답고 부드럽다고 느꼈다.  옛 문건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문장들 속에서 의미를 찾고,  인물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역사가의 노력이 느껴진다.  많은 책을 읽다가,  독특한 접근과 표현방식의 작품을 접할 때면 나는 너무 행복하다.  동일한 사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글로 풀어내는 '파르주'의 문장에 반하고 말았다. <아카이브의 취향>  도 나에게  행복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역사가의 역사 찾기는 아카이브를 통해 역사 속 작은 인물들과 질문하고 대화하며 답을 찾는 과정에서 밝혀진다.  기록자의 의도로만 따라가는 역사 찾기가 아닌 답변자의 상황을 사회 속 맥락 안에서 들여다봄으로 인해 아카이브에서 만나는 모든 답변자의 삶이 역사가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가는 이타적이고 세심하며 사유적이어야 한다. 지난날을 연구하는 역사가는 파르주의 표현대로라면 '시인'과 동일해 보인다.


헤아린다는 것, 찾아낸다는 것, 이해한다는 것. 의미를 읽어낸다는 것..... 아카이브 속에서 역사가가 질문하고 사유하고 철학 함으로 인해 작은 목소리가 힘을 얻어 새로운 역사로 기억된다.  숫자로, 권력자의 시선으로 배웠던 역사가 아닌 지나간 작은 이들의 인생을 들추어보고 사회와 연결하여 철학 하는 역사가 우리가 배워야할 진짜 역사임을 파르주의 시선으로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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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소설집

-창비



'의식의 흐름'

우리는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생각을 한다. 그 생각이 때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것 일 수도, 때론 지나간 일에 대한 것일 수도, 혹은 전혀 엉뚱한 입에 담기 민망한 상상일 수도 있다. 그 생각들은 슬프기도 하고, 재미나기도 하고, 실없기도 하고, 공포스럽기도 하다.

박솔뫼 작가의 소설집 <우리의 사람들>은 나를 당황시키는 문장들의 나열이었다. 작가의 문장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일터이지만 읽고 지나간 문장들을 다시 돌아가고, 다시 돌아가며 읽어야 했다. 얼마 전 책 모임에서 함께 읽으며 모임 구성원들의 원성을 산 <젊은 예술가의 초상> 보다 난 <우리의 사람들>이 더 어렵고 난해했다. 두 작품 모두 화자의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를 생각들의 나열을 문장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사람들> 속 화자가 더 생각의 방향성이 다양하게 느껴져 나에겐 난해했나보다.

🔖 p.100

-뭐야?

-뭐긴 뭐야.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미안하지만 너가 왜 이러고 있는 건지도 나는 모르겠는데 너는 그걸 설명할 수 있을까? 나를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을까? 정확하고 정확하게?

-당연하지. 지하철이 끊겨서 버스를 탈 생각으로 올라가는 거야.

정확하고 정확하게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감정과 생각이란 것이 있을까? 우리는 복잡미묘해서, 그리고 감정과 생각이란 것은 무궁무진해서 나의 감정도 상대의 생각도 정확하게, 제대로 가늠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알아주지 않아서, 헤아려주지 않아서 서운해하거나 섭섭해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이 <우리의 사람들> 속 문장을 보며 생각했다. 나의 생각이 작가가 의도한 사유는 아니더라도 내가 작가의 문장을 통해 이른 생각은 나만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 나의 그러한 생각 또한 책을 읽는 행동 속에서 책 속 문장을 만나 형성된 의식이 흐르며 이른 도착점이다.


살아있는 순간순간 모든 것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것을 기록하여 남길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자신의 주변 사물에 대한 생각들을 글로 옮겨 남기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누군가의 또다른 생각을 펼쳐주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 놀랍다. 나또한 사유하는 인간, 기록하는 인간으로 살아가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 받은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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