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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스페이스 | 미래 도시 ㅣ 채석장 시리즈
렘 콜하스.프레드릭 제임슨 지음, 임경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평점 :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
-렘 콜하스/ 프레드릭 제임슨
-임경규/옮김
-채석장 시리즈
-문학과 지성사
'비우기' 가 대세이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스타의 집을 방문하여 공간을 채우고 있는 넘쳐나는 물건들을 비워내고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내용을 포맷으로 하고 있다. 그 많은 물건들은 나름의 이유로 그 자리에 존재하지만 어찌 보면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 공간을 집이 아닌 동네, 도시, 나라, 지구로 확장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많은 건축물로 공간을 꽉꽉 채우고 있으며, 그 채워진 건축물 중 '쓰레기'라 칭할 수 있는 것도 존재할 것이다.
우리의 공간은 실용성만 강조한 네모난 상자이다. 과학이나 도구가 특별히 발달하지 않았을 때에도 창조해낸 예술적 공간들을 우리는 지금 재현해 내지도 , 재현해 낼 의지도, 재현해 내야 할 필요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모두가 똑같은 네모 모양 상자 속에서 크기와 길이의 차이로 행복을 저울질 하고 있으니 우리의 공간을 정크로 보는 저자 콜하스는 이런 우리의 모습에 진저리가 쳐질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 안에서 자연 친화적 공간을 만들며 자연과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은 또 다른 쓰레기 공간을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채석장시리즈의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를 통해 우리의 공간이 너무 많은 것으로 꽉꽉 채워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다양한 공간을 생산해 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여백의 공간을 물질로 채우며 나의 공간을 줄여나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무언가를 구체화시키는 것이 때로는 불필요한 낭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공간이든, 무언가를 위한 행동이든,눈에 보이지도 구체적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머리 속에서 움직이는 것들이든 우린 얽히고 설킨 복잡함 속에 살고 있다. 실타래 풀듯 풀어내고 싶어진다.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는 맑은 하늘색의 쪼맨한 책이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촘촘하니 빈틈없는 답답함을 유발시키며 나의 공간과 행동을 돌아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