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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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의 고전 비극 <햄릿>을 ‘태아’라는 파격적인 화자의 시선으로 재구성한 현대 소설. 무엇보다 이 책은 화자로 행동하는 태아의 존재가 독자에게 의미있게 설득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 보였는데, 이언 매큐언의 정치, 사회, 철학을 넘나드는 박학다식한 비유들과 가정들은 '태아가 바라보는 국면들'을 맛깔나게 살리고 충분히 그럴 듯하게 만든다. 뛰어난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덕분에 이미 뻔히 보이는 파국을 연신 부정하면서 때론 의심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남자아이로 보이는) 태아 ‘나’는 엄마 ‘트루디’가 듣는 것, 만지는 것, 몸에 직접적으로 충격을 얻는 것, 감정의 동요에서 정보를 얻는다. 트루디는 라디오를 즐겨듣는데, 특히 팟캐스트와 같이 이야기가 나오는 방송을 선호한다고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그저 뱃속에 고요히 몸을 말고 있는 태아가 세 명의 여자남자들이 일으키는 갈등에 전쟁이나 현재의 사건들, 역사적 분쟁들을 열거하며 이를 빗대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서 희생자는 시인이자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태아의 아빠 ‘존’이다. 그리고 엄마 트루디는 존의 동생 ‘클로드’와 바람을 피고 있고 그와의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존의 재산인 집을 가로채기 위해 그와 도모하여 존을 죽이려 한다. 클로드는 태아가 묘사하는 것에 따르면 어리석고 무지하며 부동산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멍청한 악인의 모습이다. 형에게 유년 시절 내내 열등감을 느껴 형과 사이가 좋지 않고, 어른이 된 지금은 형이 유일하게 못하는 ‘돈 굴리는 일’에 능력을 발휘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태아는 자신을 만든 창조자이자, 자신의 인생을 더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환경 조성자인 존의 죽음을 막고자 이따금씩 트루디의 자궁 내벽을 발로 차보지만,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음험한 협력의 소리를 들을 뿐이다. 


 <햄릿>이 모티프였던 것만큼 소설은 점차 익숙한 방향으로 전개되어 간다. 존은 결국 트루디와 클로드에 의해 독이 든 스무디를 먹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린다. 자살을 가장한 차 안의 환경, 존의 피부병이라는 근거로 만들어놓은 장갑끼는 버릇과 지문 없는 독약병, 출판사의 수많은 빚, 동생과 아내의 불륜에서 비롯된 우울증. 하지만 트루디는 막상 존이 죽어버리자, 죄책감을 느끼며 클로드를 책망하고 둘의 사이에는 균열이 생긴다. 그러던 중에 존의 새로운 연인으로 알려졌던 엘로디가 그저 존의 제자였다는 사실과 존이 그간 젊은 시인 지망생들을 위해 해왔던 선행들이 밝혀지며 트루디의 죄책감은 강해지고 사악한 연인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한다. 트루디와 클로드는 사건을 더 조사하기 위해 집을 찾아온 경사와 경감 앞에서까지 미리 맞춰놓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고군분투하지만, 앨리슨 경감은 떠나기 바로 직전 존이 자주 꼈다고 증언됐던 장갑 안에서 거미 수십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며 그들의 증언을 뒤엎는 말을 한다. 그들의 욕망과 완전범죄가 산산이 부서져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부분이다. 해외로 떠나려 허둥지둥하는 연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잠깐 비춰지고, ‘이제 그만’이라고 속삭인 태아는 자궁 속 관전자에서 진정한 생명체를 가진 주체자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양막낭을 긁어 트루디의 양수가 터지게 한 것이다. 


 종국에, 혼자서라도 도망치려는 클로드의 비열한 면모, 트루디와 클로드의 무산된 탈주 계획, 태어난 ‘나’를 바라보는 트루디의 옅은 초록 눈만 남긴 채 소설은 끝이 난다. 나도 이 엔딩을 바랬던 것일까. 트루디가 죗값을 치루고 감옥에 가는 것이 나을지, 도망쳐 클로드와 삶을 꾸리는 게 나을지 보는 내내 태아 시선에서 생각해보게끔 하는 엔딩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것이다. 앨리슨 경감과 경사가 간 후, 연인은 범죄의 실패를 예견하고 우울해져 있다. 이때 태아는 자궁 속에서 복수의 상상을 한다. 시체 모습을 한 존이 계단에서 내려와 트루디와 끈질기게 시선을 맞춘 채 뼈다귀가 된 손으로 클로드의 목을 조르는 상상. 이 상상은 엘로디가 마지막 존의 모습은 ‘기이할 정도로 띤 미소’가 만면에 걸쳐져 있었다는 말과 맞물려 있다. 사랑하는 트루디가 자신을 죽였구나 떠올리며 죽어갔을 존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럼에도 트루디를 사랑하니 이 운명을 받아들이자는 마음으로 선선하게 미소지어 보인 것이었을까. 존의 마음을 상상해보면, 그저 가슴이 아프게 저며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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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동화집 1 펭귄클래식 126
그림 형제 지음,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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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림 형제가 쓴 동화가 아니라 그림 형제가 모은 그림 동화집. 익히 들어온 빨간 모자부터 라푼젤,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뿐만 아니라 여러 동화들이 엮여 있다. 원본을 가릴 수

없는 비슷한 짜임새, 비슷한 구조를 가진 동화들이 조금씩 변형된 모습으로 연달아 실려있기도 하다.

 개중 <노간주나무>라는 동화가 다른 것들보다 잔인하고 괴이쩍어 기억이 난다. 계모가 아이를 상자 안에 머리를 들이밀도록 꾀어 뚜껑을 닫아버리고는 아이의 목이 댕강 잘리게 만든다. 이렇게 죽은 아이의 몸에 목을 올려놓은 계모는 잘린 부분을 천으로 가리는데, 그후 집에 온 여동생이 오빠의 몸을 흔들다 목이 떨어진다. 친딸에게 누명을 씌운 계모는 아이의 몸으로 요리를 해 아빠에게 먹이고, 아빠가 먹을 동안 한참 울던 여동생은 오빠의 뼈를 모아 생모가 심었던 노간주나무 밑에 묻는다. 그날 이후 노간주나무에 앉은 새가 진실이 담긴 노래를 부르며 마을을 돌아다닌다. 새의 아름다운 노래에 홀린 아버지가 새에게 다가가니 새는 금목걸이를 떨어뜨리고, 여동생에게는 구두를, 그리고 계모에게는 맷돌을 준다. 결국 계모가 운명적으로 죗값을 치르고 끔찍하게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계모가 악녀로 그려진 클리셰와, 아이가 사라진 것도 모르고 고기를 맛나게 먹어치운 무심한 아버지 모두에게 두려움과 회의를 가진 이야기였다.

 확실히 아이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만들었던 옛이야기가 웬만한 공포소설보다 무서운 법이다.


"마를렌, 왜 우는 거냐? 오빠가 다시 돌아온다는데."
그러고는 곧장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이거 정말 맛있는데! 좀 더 주시오!"
아버지는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더 주시오. 남김없이 다 먹어야겠어. 왠지 이 음식이 전부 내 것인 것 같아."
아버지는 먹고 또 먹었고, 모든 뼈를 식탁 밑에 던지면서 마침내 다 먹어치웠습니다. 그러자 마를렌은 자기 방으로 가서 서랍장 제일 아래 칸에서 가장 아끼는 비단 손수건을 꺼내 왔습니다. 그러고는 식탁 밑에 흩어진 뼈를 전부 모아 비단 손수건으로 묶고 눈물을 훔치며 문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그것을 노간주나무 아래 푸른 풀밭 위에 갖다 놓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왠지 갑자기 마음이 홀가분해지며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죽였고
우리 아빠는 나를 먹었네.
누이동생 마를렌은
내 뼈를 빠짐없이 모아
고운 비단 손수건에 정성껏 싸서는
노간주나무 아래 놓아두었네.
찍찍, 짹짹, 나같이 예쁜 새가 또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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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나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스티앙 비베스 지음, 임순정 옮김 / 미메시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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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엄격하고 강하고 굳건할 것 같던 보진스키 선생님이 안경을 벗는 순간 드러난 주름과 하얗게 샌 머리, 그 세월의 흔적에 울컥 눈물이 날 뻔했다. 폴리나가 자신만의 춤을 구축하고 커리어를 쌓으며 성장할 동안, 보진스키 선생님은 나이들어 그의 세계에서 서서히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었구나. 줄곧 딱딱한 훈련에서 딱딱한 말만 나누던 보진스키와 폴리나가 마지막에 아카데미 아이들 앞에서 부드러운 분위기로 춤을 추는 장면과, 보진스키가 보내준 솔로 비디오를 홀로 감상하는 폴리나의 여유로운 미소가 담긴 엔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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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이정하 지음 / 푸른숲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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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그리우면 가리라>, <낮은 곳으로>, <눈 오는 날>, <그해 겨울,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창가에서>, <없을까>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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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코끼리
황경신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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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글은 낯간지럽다 싶을 정도로 감성적이다.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 있는 게 또 매력. 물론 나한텐 낯간지러울 때가 더 많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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