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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 다이어리 - 내 몸을 쓰고, 그리고, 탐구하는 시간
이자벨라 버넬 지음, 홍주연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1월
평점 :
《페미 다이어리》는 감각적인 색감과 패턴이 특징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자벨라 버넬이 독자를 위해 마련한 읽고, 쓰고, 그리는 공간에 본인의 일러스트를 함께 엮어 만든 책이다. 이자베라 버넬은 서문에 이렇게 썼다. '자신의 가슴이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하나요? 한 번 그려 보세요! 혹시 오늘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기사를 봤나요?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고 써 보세요! 여러분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을 수 있는 페이지와 직접 그림을 그리고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이 책은 가부장제와 맞서는 싸움의 동료가 되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겁니다.' 이 책의 부제 역시 '내 몸을 쓰고, 그리고, 탐구하는 시간'이다.
서문 후 이어진 3페이지에 섹슈얼한 포즈를 취한 남성의 일러스트가 있었다. 담대한 일러스트를 보고 내심 당혹스러웠는데, 이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쓰여 있었다.
영국 대표 타블로이드 지 <더 썬>은 매번 본문 3페이지에 글래머러스한 여성 모델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 이것을 두고 '3페이지의 섹시녀'(page3 babe)라고 불렀다. 이는 곧 다른 잡지들에까지 유행처럼 번졌다. 페미니스트들이 꾸준히 항의한 결과 2015년에야 사라졌다.
이 일러스트는 '3페이지의 섹시녀'를 미러링한 셈이다. 시선을 사로잡는 미러링에 이어 책은 내 몸에 관한 나만의 느낌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보는 공간, 내 가슴을 그려보고 이자벨라 버넬의 다양한 가슴 일러스트 중에 나와 비슷한 가슴을 찾아보는 공간, 나의 음모 스타일을 그려보고 새로운 스타일을 디자인해보는 공간, 생리 · 생리 용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공간, 그동안 나와 잤던 사람 · 내가 자보고 싶던 사람을 이야기해보는 공간, 다양한 피임법을 이야기해보는 공간, 내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불안을 털어내보는 공간 등 탐구의 공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그 공간 사이사이에 페미니스트들의 명언, 믿을 수 없는 성차별 통계, 다양한 피임법 소개가 곁들어져 재미있고 열정적으로 탐구를 계속해나갈 수가 있다.
나는 특히 내 가슴 모양을 그리고, 음모의 모양을 디자인하는 공간이 재미있었다. 인생의 목표와 야망을 쓰는 공간에선 열렬한 소망과 의식을 담아 글을 적었고, 내가 자보고 싶던 사람을 이야기할 땐 내 마음에 동요를 일으켰던 영화 속 캐릭터의 이름을 실실 웃으며 적었다. 여성이라면 나처럼 한 번쯤 이 책을 통해 유익한 자아성찰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