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기분 1
윤파랑 지음 / 비아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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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순간에도 누군가는 나와 전혀 다른 기분을 가진다면 결국 모든 기분은 1인용이 아닐까.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던 만화가 단행본으로 나왔다. 현재 총 3권 세트로 완결 출간된 상태고, 나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1권만 우선 읽게 되었다. 


주인공은 치열하게 1인용 기분을 끌어 안으며 살아가는 젊은 출판편집자 '윤파랑'이다. 작가 윤파랑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는 웹툰으로 편집자 일에서 느끼는 피로와 걱정, 고양이 모모의 집사가 되는 과정, 친구와 인간 관계에서 겪는 고충도 함께 볼 수 있다. 평소 윤파랑이 어렵게 생각했던 차장의 '지쳤다는 신호'를 알아채고 파랑만의 방법으로 (차장은 디자이너였는데 편집자 파랑은 저자로부터 디자이너에게 보내는 사인을 받아다가 책을 따로 마련한다.) 차장을 위로하는 에피소드, 이후 그 차장이 파랑이 지쳤을 때 위로를 건네는 에피소드, 파랑이 친구들과 소설 쓰는 방식에 대해서 토의하다가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 방법들은 각자가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었구나' 깨닫는 에피소드, 서로 원수라고 생각했던 팀장과 대리가 알고보니 연인 관계였음을 알게 되는 에피소드 등이 떠오른다.


웹툰을 찾아보는 편이 아니라서 《1인용 기분》 역시 이번에 알게 되었다. 《1인용 기분》은 네이버에서 연재 당시 20~30대 독자층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던 웹툰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 역시 공감하고 긍정하게 됐고 당시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웹툰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사회초년생이자 20대로서 너무도 익숙한 주제였기 때문에 그랬을까. 한편으론, 한겨레출판편집학교의 수업을 수강하고 있는 입장에서 편집자의 하루를 엿볼 수 있어 소중한 책이었고, 더불어 일부 악질적인 문단 술자리 에피소드를 피할 수 없어 슬픈 책이기도 했다. 


이따금씩 등장하는 문장들이 참 예쁘고 좋았다. 그 문장들 몇 개 남겨둔다. 단행본 마지막까지 읽어보고 싶다.


가치와 가격은 동의어가 아닌데 남들이 왜 자꾸 나를 재단하는 걸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저울에 올려지는 지긋지긋한 기분들.

늦은 밤, 집에서 언니가 준 손편지를 읽다가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마음, 그게 바로 다정함이라는 생각을 했다.

집 열쇠를 예쁜 것으로 고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열쇠에 거는 키링은 다들 자신의 기준에서 예쁜 것으로 고르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집 열쇠를 보며 예쁘다고 웃을 일은 없지만 열쇠고리를 보며 예쁘다고 웃을 일은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순간들, ‘잘‘ 살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도 내게는 이런 키링 같은 것이었다. 화분에 물을 주는 일, 굳이 손편지를 쓰는 일, 혼자여도 예쁘게 차려놓고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일.
나는 믿는다. 예쁜 쓰레기들이 가끔은 나를 버티게 한다고, 그러니까 쓸모없다는 게 꼭 필요가 없다는 말은 아니라고.

내일에 대한 불안과 어제의 근심이 뒤섞였지만
느리고 쓸모없어서 고마운 쉼표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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