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노 요코는 일본의 국민 동화라고 불리는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로, <100만번 산 고양이> 외에도 다수의 동화와 에세이를 썼다. 이 책은 일본 출간 당시 독자들로부터 가장 사노 요코다운 에세이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책이라고 한다.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면서 과거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쇼와시대 할머니, 사노 요코. 그녀는 장남을 제일이라고 여겼던 아버지와 다정치 않던 어머니에게 느낀 서운함을 숨기지 않고, 변비에 시달려 독충이나 마찬가지였던 날들을 고백하며 똥 이야기를 자세하게 풀어놓고(사실 이 부분은 조금 역겨울 만큼 묘사가 집요했다ㅋㅋㅋㅋ 친구까지 함께 변기 앞에 앉아있었을 모습을 상상하니 웃기기도 하고.), 책에 대한 허세를 인정하며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솔직한 글맛이 돋보이는 에세이다.


 할머니 작가가 지닌 보수적인 고집이나 아날로그 고평가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사노 요코의 글에선 명랑하게 인생에 관해 주절거리는 가벼움과 노화를 탓하는 초연한 체념이 뒤섞여 깊은 인상을 준다. <겨울 연가> 덕후 입장에서 <겨울 연가>를 분석한 글이 있는데 이 글에서 톡톡 튀는 재치가 사노 요코의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인생에 목표가 있다면 일생이 너무 짧게 느껴지고 시간은 모자랄 것이다.
목적이 없으면 시간은 많고 일생도 무척 길다.
죽을 때 이루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되면 원통할 것이다. 짧은 일생이리라. 하지만 빈둥빈둥 느긋하게 산 사람은 죽을 때 ‘아, 충분히 살았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따금 친구가 "빨랑빨랑 해치워, 빨랑빨랑"하고 재촉한다. 친구야, 빨랑빨랑 일하면 나는 부자가 돼. 죽을 때 돈이 남아 있으면 어떡해? 아깝잖아.
세상에 도움은 되고 싶다. 하지만 필요 없는 게 노인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