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는 아니지만 - 구병모 소설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초기 소설과 비교하면 한층 부정적으로 자조적으로 진화한 구병모의 세상 읽기. 일곱 편의 소설 대부분에서 국가적 재난 사태 급 괴이한 사건과 현상이 '우연적으로' 발생하고, 자기합리화를 주식 삼아 근근히 살아가는 개인에게 이를 '사실적으로' 침투시켜 종국에 궁지에 몰린 개인을 철저하게 해체시킨다. 정부의 안일한 대책이나 여론의 뭇매, 객체를 잃은 자아의 시선 앞에서 타자화된 스스로를 마주하기란, 잔혹하다 못해 <고의는 아니지만> 속 '아이들의 미농지 같은 미소'처럼 묘한 비웃음을 띠는 듯 하다. 한걸음 뒤에서 관망하듯 코미디의 비극을 즐기고 있던 독자에게조차 "구멍은 어디에나 있어요" 서슴없이 말을 거는, 이 책은 구병모의 공포 소설이다.


 인상 깊었던 단편으로는  <타자의 탄생>, <고의는 아니지만>, <조장기>를 꼽겠다. 첨부한 문장은 <조장기>에서 따왔다.

그때 게걸을 떼고서도 마지막까지 누군가의 살점을 입에 문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끼룩거렸는데, 나는 조금 전까지 ‘누군가‘였을 그 살점이 승천하는 걸 바라보며 부럽다, 부럽다고 중얼거렸다.
_<조장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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