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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페터 빅셀 지음, 전은경 옮김 / 푸른숲 / 2009년 10월
평점 :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
[나도 이런 삶을 살고 싶다.]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라는 광고 내용을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TV에 나오기 수년전부터 저 문구는 다양한 '짤'로 둔갑하여 인터넷을 돌아다녔는데 '그걸 저런 식으로 날로 써먹을 줄이야...'라고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뜬금없으니)
그냥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뽑아들었던 도서.
'나는 시간이 아주 많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라는 제목을 통해 자신이 갖지 못한 '여유'에 안타까움? 시간을 돈으로 매꿀 정도로 많은 돈을 벌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 제목만 봐서는 어두침침한 생각만 뭉글뭉글 솟아올랐지만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누구를 기다리다가, 친구를 바라보다가, 그냥 문뜩 ... 어디서나 할 수있는 '잠깐의 여유'를 글로 써내려간 책.
기다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기다리기를 싫어하면서도 우리를 왜 그렇게 열심히 기다릴까? p15
옛날이 지금보다 나은 이유는 지금보다 뭔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추억'이라는 것. p29
'긍정적인 사고'가 바로 이런것이겠지. 현재와 약간의 미래만소유하기. p32
일상 생활을 영위하다가 문득 든 생각을 그자리에서 줄줄 써내려간 것처럼 생동감있으며 곳곳에 노인스러움도 있으며, 마음속에 남아있는 소년의 모습 등 작가의 다양한 '삶'을 책을 통해 지켜볼 수가 있는 책. '나는 대단하다, 멋진사람이다'라며 뻐기지 않고 뽐내지 않고 톡톡튀지는 않는 '삶의 자취'가 글로 생동감있게 다가오는 점이 좋다.
특정한 주제없이 중구난방으로 뛰노는 글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써봤으면..'이라는 생각도 들고.. 시골집 대청마루에 삼촌이 누워 옆에서 놀고있는 조카한테 알아듣던 말던 그냥저냥 생각나는 대로 주절거리면, 그 말을 이해라기라도 한 듯 배시시 웃는 조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생각나는 책. 아니면 무더운 날, 한 50살차이가 나는 성인이 된 손자와 할아버지가 그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물고 할아버지가 하는 얘기를 대충흘러넘기며 듣는 손자와 같은 책.
심오한 질문을 던지지도 않고, 심도 깊은 생각을 하게하지도 않지만 그냥... 그냥 가볍게 읽기 좋은 책. 그런 책. 맨 위에 적었던 '아무것도 하기싫다'라는 문구가 책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적어본게 아닐까. (아마도) 바쁜 현실에서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일부러'가져야 할 정도로 바쁜 현대인의 생활에서 '여유와 사색'에 대해 자꾸 생각이 나는 책이 아니려나?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지. '돈=시간' 이런 것 말고... 여유넘치는 가난한 여행자랄까?
<책 속 한마디>
1. 대중 관광 사업은 인종간의 이해에 전혀, 정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p72
2. 어른들에게는 추억의 흔적만 남는다. (중략) 무척이나 아름다운 사건으로 경탄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다. p94
3. '발견'은 우리 스스로 해야한다. p111
4. 발견은 정복이지만, 학습은 그저 습득에 불과하다. (중략) 그녀는 배우는 중이다. 배움은 매혹적이다. 그녀는 학습하면서 아무 발견도 할 것이다. (중략) 어린 아이들도 매혹적이다. 아이들은 학습하는게 아니라 발견한다. 날아라 세상을, 그리고 소지와 낭만을, 언어와 연관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지금과 같은 '학습 히스테리'다. 이런 경우는 그저 배우고 가르치는 일밖에 없다. 이제는 습득만, 규격화만 남아 있다. 모든것이 규격화 된다면 규격화에 대항하는 '교양없는' 자유, 발견의 자유가 다시 등장하겠지. p113
5. 효율만을 목표로 삼는 사회의 문제다. 효율은 결국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이 되므로. p164
6. 나는 이런 민족에서 탈퇴하련다. p165
7. 우리 국가의 역사, 우리 민주정치의 역사, 우리 중립성의 역사는 거의 접하지 못했다. p172
8. 어디서 태어났을지는 내가 결정해.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