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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귀농을 꿈꾸는 분에게는 5개 드림)
[시골에도 삶이 있다!]
http://blog.naver.com/kim30c
[2015. 4. 26 ~ 2015. 4. 28 완독]
고향도 시골이고 돈 많이 벌어서 사는 곳도 시골이고 돈 많이 벌어도 시골에 살고 싶은 시골 시골한 나에게 '이런 책'은 별점을 반개만 줘도 작가는 할말이 없지 않을까. 태어나고 자란 곳이 시골인데..아 시골에 살아온 '세월'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면 '입을 닫고' 듣기만 하겠다만 그가 귀농을 다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기 지금,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당신은 '귀농'이라는 꿈을 가지고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시골을 떠나온 당신은 (or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당신은) TV에서 보여주는 농촌의 삶이 건강해 보인다.
사람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 없이 자신의 땅을 열심히 일구며 따가운 햇살에 피부가 까맣게 타도 영글어가는 농작물을 보면 마음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꿈만같은' 귀농 생활. 믿지마라. 내가 쓰고 봐도 저건 '판타지 장르'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실제 시골과는 천지차이이다.
부조리 투성인 현세에 몸을 두고 있는 한 힘들고 벅차기 그지 없는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p17
자연이 아름답다 = 생활 환경이 가혹하다
세상이 끝나지 않는 이상은 '사람 사는 곳은 사람 사는 곳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은 같지만 다르다. 인간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천만에 말씀, '두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혈연, 지연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 시골에서 당신이 비집고 들어가기에는 힘이 든다. 특히 '호구조사'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시골 사람들은 서로가 맞대고 있는 '부분'을 찾고 그 부분을 확장시켜가며 친해지는 것이 익숙하기에 '아무런 접점'이 없는 당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다가가기 힘들다.
농작물이 영글어 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 한구석이 벅차 오르는 느낌은 언제 느낄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면 일을 하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에 (더위 먹는다) 새벽부터 나와서 해가 지면 퇴근을 하는데 '절대로 중간' 쉬지 않는다. 새참과 식사는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먹는 것이지 한해 농사 일정을 맞추려면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다. 더우기 '수익'을 내기위한 농사를 짓는 '프로 농꾼' 한명이 운영하는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기본적으로 쌀을 심는다고 생각하면 노는 땅에 고추라도 하나 심을 것이고, 작년에 심어둔 두릅도 따서 손질해야하고 매일 정시에 소 밥도 줘야하고 물도 갈아줘야하고 상태도 확인하고 판로도 확인해야하고... 말그대로 '사장님'이다.
수십년간 몸으로 체득해온 기술과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발달된 근육이 조화를 이뤄 '한 사람분의 프로'가 되는 것이지 주말마다 밭뙤기 떼어서 감자 몇개 심어본 것으로는 '먹을 것'도 키우기가 힘들 것이다. 몸이 아파서 동네 병원을 가니 도시에 비해 시설이 좋아보이지 않고, 마트라도 한번 가려면 '무조건 차'가 있어야 한다. (극단적으로 버스가 하루에 3번만 다니는 곳도 있다. 도시보다 차량이 필수적인 곳이 시골임) 놀거리도 마땅하지 않고 신상 제품을 쇼핑할 생각은 버려야할 것이고 ....등등
'그래도 모든 현실적인 불편함을 '이겨낼' 자신이 있으면 시골로 오라!'라고 외치는 작가의 말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책 속에는 범죄, 배우자의 갈등, 돈 문제, 기질 등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시골'에 대해서 적나라게 기록해 놓았다. 도시에도 삶이 있듯이 시골에도 삶이 존재한다. 그저 시골로 가는 것을 '파라다이스'로 착각하는 당신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책 속 한마디>
1. p23
세상에서 풀려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생애에 걸쳐 추구하고 전력할 일이나 취미가 있어서 곧바로 그것들로 옮겨 갈 수 없다면 지금껏 헛되고 무의미하게 살아왔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 너무 극단적이네..)
2. p51
지금껏 정부는 지방 사람들을 시키는 대로 하게끔 길들이기 위해 억지로 자립의 길을 막고 한없는 응석받이로 만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뿌릴 돈이 없어지자 느닷없이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논리를 대면서 어른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중략)... 먹잇값이 감당이 안된다고 해서 지금껏 길들여온 동물을 들에 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3. p125
아주 오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품격같은 고상한 말이 어울리는 국가나 국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현대인이 품격을 잃었다고 개탄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오류 입니다.
4. p195
진정한 빛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만 빛납니다.
진정한 감동은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만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