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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평점 :
[앵무새 죽이기]
[우리의 이웃은 안녕하신가요?]
[2015. 7. 8 ~ 2015. 7. 11 완독]
[열린책들 서평단]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음. 들어는 봤으니 읽어보지는 못했다고 해야하는게 정확하겠다. 도서관에 가서도 추천 도서를 참고하기 보다는 '직접 선별하여' 읽는 습관(or 고집)이 몸에 베여 있고, 눈에 보이는 대로 신청하는 서평단 활동으로 독서의 다양화도 꾀하고 있으니까. (라고 말해보자!)
서문이란 즐거움을 방해하는가 하면, 무슨일이 일어날지 예상하는 즐거움에 찬물을 끼얺고 호기심을 없애 버립니다. p10
퓰리처 상 수상!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모두가 읽어야 하는 미국 고전 25선! ... 수많은 수상 경력과 화려한 이력을 뒤로 하고 나를 사로잡은 한마디는 '서문같지 않은 서문'(p10)의 구절 때문이다. 책의 난이도의 상하를 막론하고 '스스로가 생각할 여지'를 타인이 보고 3자의 생각을 말해주거나, 작가가 친절히 등장 인물을 설명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퍼 리'라는 작가가 마음에 든다. (실제로 책 리뷰를 마친 다음에 책에 관련된 설명을 읽으려 맨 뒷편은 보지 않았다.)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책을 읽으려는 노력은 책의 맨 앞장에서 '19XX년대 미국의 상황'이라는 스포일러를 보아 실패하게 된다. 어쩔 수 있나. 단지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을 추스리며 <앵무새 죽이기>를 읽어나가기 시작할뿐...
누군가를 정말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p65
미국 어딘가 메이콤이라는 작은 마을. 변호사인 아빠와 4살 터울의 오빠 젬, 나 스카웃. (풀네임은 생략하고 애칭/별칭으로 통일)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당신. 제법 두꺼운 책의 두께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단지 한손으로 들기에 묵직한 기분이 있을 뿐이지 내용은 흥미롭게 전개된다.
따로 노트에 정리를 해야될 정도로 멋진 명언을 툭툭 던지며, 남북 전쟁 후에도 남아있는 '흑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 때문에 사형의 위기에 처한 남자를 위해 노력하는 멋진 아빠의 모습. 양손을 펼친 손가락의 갯수보다 적은 나이지만 그들의(화자의)눈에 비친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행동'에 물음표를 던지고 대신 분노하고 눈물을 흘려주는 '젬과 스카웃'의 성장기. 이렇게 크게 둘로 정리를 할 수 있다.
고개를 높이 들고 주먹을 내려놓거다. 누가 뭐래도 화내지 않도록 해라. 어디 한번 머리로써 싸우도록 해봐...
배우기 쉽지는 않겠지만 그건 좋은 일이란다. p148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왜 미리 읽어오면 안되는지. 왜 '숙녀'처럼 행동하고 자라나야 하는지. 왜 아빠를 욕한 아이와 싸우면 않되는지.... 세상을 하나씩 둘씩 배워가는 스카웃의 눈을 통해, 하얀 백지와 같은 아이가 어떻게 백지에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나가는지, 그림을 그리는 도중에 아이(스카웃)의 손을 거드는 크고 작은 주변의 손들은 어떠해야하는지. 의문투성이 세상에 대해 아빠에게 당돌하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어느 아저씨의 집에 몰래 다가가는 탐험을 오빠 젬과 함께 하기도 하며 세상을 배우는 모습이 "나도 옛날에 저랬겠지..."라며 미소짓게 만든다.
그저 아름답고 빛난다.
우선 첫째, 삼촌은 나한테 내 입장을 말할 기회를 않주셨서요. 그 대신 곧바로 나를 나무라셨죠. 오빠랑 내가 싸울때, 아빠는 오빠말만 들어주는게 아니라 내 말도 함께 들어주시거든요. 둘째, 삼촌은 최고로 화가 날 때 말고는 절대로 그런 말을 써서는 안된다고 하셨는데, 나는 프랜시스 머릿통을 박살내고 싶을 만큼 화가 났어요. p165
욕은 모든 얘들이 거쳐야하는 한 단계야.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면 애들은 자연히 욕을 쓰지 않게 돼 있어. 하지만 성급한 성질은 그렇지 않거든. 스카웃은 분별력을 배워야만 해. p169
<책 속 인종차별을 드러내는 문구 中>
아빠가 깜둥이들을 변호한다고 떠들어 댔습니다. p146
흑인들은 백이들이 2층으로 올라가기를 기다렸다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p304
딜, 결국 그는 흑인이잖아. p368
난 지금껏 어떤 배심원드르도 백인을 제치고 흑인이 이기도록 평결 내리는 걸 보지 못했거든. p386
급히 도주하는 것도 깜둥이의 전형적인 행동이며, 아무 계획도 없이 도주하는 것도 깜둥이의 전형적인 행동이며, 아무 계획도 없이 앞일을 생각하지 않고 기회를 보자마자 맹목적으로 도주한 것도 전형적인 깜둥이의 정신상태라는 거지요. p443
누군가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때가 됐다. 점점 분수도 모르고 주제넘게 군다. 이러다가는 우리라고 결혼할 생각까지 하게 될지 모른다. p455
따뜻한 아빠의 보살핌과 (3자의 입장으로 봐서) 훌륭한 교육 방식. 젬 오빠와 함께 성장하는 스카웃은 세상의 모든 행운을 거머쥔듯 하다. 이러한 "아이의 성장"이라는 산뜻한 분위기에, 은근하게 밀려드는 안개처럼 등장하는 "흑인 차별"이 <톰 로빈슨 사건>으로 전면으로 대두되며 책의 분위기가 180도 바뀐다.
자신의 상상력으로 '이웃집 아저씨'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이웃집으로 '탐험'을 하기도 하는 아이의 깜찍함과는 대조적으로 강간, 폭행, 사형 등의 단어와 법정이라는 장소가 주는 위압감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그 당시에 겪었던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인종 차별이라는 문제'의 무거움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고 본다.
흑인과 관련된 문제만 생기면 왜 이성을 가진 사람들도 갑자기 미친것처럼 날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단 말이야. p170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아서요." (중략)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00
욕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인간인가를 보여줄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해. p207
시작도 하기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p213
특히, 좌중을 휘어잡는 젬과 스카웃의 아빠 <애티커스 핀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듯한 냉철한 이성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강건함을 탑재하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여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게 한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따뜻하지..)
소설 속 흑인 차별로 대표되는 <인종차별>을 우리는 하고 있지 않은가? 과거 나라를 위해 머나먼 타국으로 날아가 외화를 벌어 고향으로 보낸 어르신의 고충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외국인이라고 배척하고 막말을 일삼는 무심한 행위에 오버랩되어 서글픈 마음이 든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인가? 무엇이 인간을 동물과 다른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가? 1%의 DNA가 만들어낸 외형상의 차이가 "인간의 계급"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어야 하는 건가? (... 1%도 어마어마 하긴하다. 드립은..치지 않도록 하지)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도 하지 못할 일을 아빠가 하고 계신다는 거지. p220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나는 거지. 올바른 말을 한다고 해도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바꿔 놓을 수 없어. 그들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 수밖에. p237
인간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그 알량한 허구를 지켜나가려는덴 찬성할 수 없어. p275
난 그런거 손톱만큼도 상관 안해. 그런 식으로 대하는건 옳지 않아. 옳지 않다고. 어느 누구도 그런 식으로 말할 권리는 없어. p368
진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흑인은 거짓말을 하고, 또 어떤 흑인은 부도덕하며, 또 어떤 흑인에게는 여자를 맡겨 둘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 전체에 해당하는 진리이지 어느 특정한 인종에만 적용되는 진리는 아닙니다. p378
'하퍼 리'의 신작 <파수꾼>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새롭게 나온다. 새롭게 단장한 <앵무새 죽이기> 표지를 이어주는 <파수꾼>의 책갈피를 통해서, 전작의 아쉬움을 채워주는 책이 되리라 전세계 독자들은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아마 내 손에 들어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꼭 읽어보고 싶기에 기억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위시리스트"에 고이 간직하리라.
+ 덧 하나, 글씨가 작은 것 같아 10포인트로 키웠는데 가독성이 좋은신지?
+ 덧 둘, 이 리뷰는 열린책들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책 속 "못다한" 한마디>
1. 여자는 햇살처럼 행동해야 한다.
2. 난 그들에게 구실을 주려는 거야. 사람들은 구실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지. p371
3.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했어. 전에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 다시 그럴거야. 그럴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p393
4. 우리는 보통 우리 수준에 맞는 배심원을 갖기 마련이거든. p409
5.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가 집안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이야. p420
6. 박해는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한테서 나오는 거란다. <편견>말이야. p425
7. 젬은 다른 누군가를 쳐다보기 전에 나를 먼저 쳐다본다네. p504
8. 아빠의 말이 정말 옳았습니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적이 있습니다. p514
9.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멋지단다. p517
<사진 출처>
1. http://joiimg.tistory.com/92
(아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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