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 그래도 사랑해야 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
이나미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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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칼과 눈물]


[2015. 7. 11 ~ 2015. 7. 13 완독]


[예담 서평단 활동]




-서홍관-


나에게도 꿈이 있지.


논두렁 개울가에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밥 먹으라는 고함소리도

잊어먹고


개울위로 떠가는

지푸라기만

바라보는


열다섯

소년이 되어보는

 

 책의 전반적인 흐름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양.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이라고 쓰여있어서, '곧 깨어질 것 같은 살얼음판을 지나가고 있는 위기의 가족'에 대한 모습과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보자!'라는 줄 알았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맞으면서 아니였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형성되어온 '가족'이라는 명칭의 의의와 형태, 그리고 풍경은 과거분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단순한 부족을 이루다가 마을을 형성하고, 마을 내부의 사람끼리 관계를 맺으며 대가족이라는 형태가 새롭게 등장했다가, 근래에 들어서는 4인가족, 2인가족, 심지어는 1인가족의 등장은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는 일례라고 본다.



나는 이기적이지 않을까?

감촉여행

-함민복-


도시는 딱딱하다

점점 더 딱딱해진다.

뜨거워진다.


......


뭐 좀 말랑말랑한 게 없을까.


길이 길을 넘어가는 육교 바닥도

척척 접히는 계단 길 에스컬레이터도

아파트 난간도, 버스 손잡이도, 컴퓨터 자판도

빵을 찍는 포크처럼 딱딱하다


메주 띄울 못 하나 박을 수 없는

쇠기둥 콘크리트 벽안에서

딱딱하고 뜨거워지는 공기를

사람들이 가쁜 호흡으로 주무르고 있다.



 놀랍다.

단순히 서로의 마음을 주고 받는 편지의 형태로 진행되는 전개를 '남의 일'이라고 치부하면서 읽어나갈 것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시어머니와 여자친구, 부모와 자식, 시어머니와 며느리, 장모와 사위, 형제자매, 자식과 부모 등의 '여러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 뿐만 아니라 소통, 비교, 취미, 태도 등의 영역까지 다룬다. 하여 책 속의 사건들이 '내가 겪어봤던 일' 아니면 '앞으로 겪을 가능성이 높은 일'이 되어버려 느긋하게 앉아서 보다가 책상과 노트, 펜을 옆에 가져다 놓고 각잡고 보게 만든 책.



타의에 의해 강요된 삶을 사는 사람과 스스로의 내적 동기로 세상을 사는 사람은 노예와 주인처럼 다르게 살 수 밖에 없다. p36


 그림자를 걷어내고 그 그림자와 결별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인 것이다. p303


 마주보고 서있지만 정반대의 위치에서 서로를 응시하며 손을 내미는 '대통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따스함과는 정반대로 '날이 서있는 편지'가 눈에 띈다. 같은 가족이라도, 이제 막 가족이 되었더라도, 오랜 기간 가족으로 살았더라도 ... '당장 내일 갈라선다'고 외쳐도 이상하지 않을 어느 편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당신과 나'의 편지. 당사자는 물론 3자의 입장이라도 어느쪽에 힘을 실어주기 힘든 <뜨거운 감자>를 지니고 있는 편지들. 


 여기에 책의 곳곳에 숨어있는 '책의 내용을 대변하면서도 대변하지 않는 멋진 시(詩)'가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뾰족한 날을 조금이나마 뭉툭하게 만들어 준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다가 만난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는 늙은 부모'의 편지와 '죽은딸에게...', '죽은 남편에게...' 에서는 마음 한켠이 울컥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제길...)



남자의 마음에도 딱지가 앉는다. p58


단언컨대, 아버지 같은 남편, 어머니 같은 아내를 구하는 사람들 중 십중팔구는 결국엔 여러가지 방식으로 호되게 대가를 치르게 된다. p63


이제 대부분의 노인들은 자식들이 같이 살자고 할까봐 두렵다. p258


 칼과 눈물.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 편지로 타인의 삶을 엿보는 일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려야 될 정도로 책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이 쏟아져 나온다. 상처를 쓰다듬는 강인한 사랑, 가족이라는 끊을 수 없는 끈끈한 유대를 넘어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자", "정신적/ 육체적으로 진정한 독립이 필요하다" 등의 삶을 살아가는 주체성. 이것을 바탕으로 '가족과의 소박한 소통'과 '닮았으나 닮지 않은 가족에 대한 이해'를 격렬하게 전파하고 있는 책.


 결국, 가족이란 손을 마주잡는 것이지 기대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물론 가끔씩 가족이 나의 어깨에 기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가족은 평범한 누구나 얼마든지 가꾸고 누릴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보물이기도 하다.

 

<난 미워할 시간이 없다네>

-에밀리 디킨슨-


난 미워할 시간이 없다네

무덤이 날 가로막고 있으니

내 인생 너무 가난해서

원한 따윈 버릴 수 있기에 


난 사랑할 시간도 모자란다네

사랑의 작은 수고들도

내겐 너무 큰일들이기에






<못다한 책 속 한마디>


1. 진정한 독립은 부모에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찾아 나가는 것이다. p29

2. 사람들 모두 각자가 달느 몫의 무게를 안고 태어나는 것 같다. p117

3. 미대레 저당 잡혀서 지금 너무 무의미고 재미없게 인생을 산다면 내 존재 전체가 불안할 것 같아. p129

4. 사랑은 거래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5. 너희에게 욕하는 사람들의 말을 너희가 먹지 않았다고 사양을 한다면 그 욕은 그렇다면 누구의 것이냐? 너희 것이냐? 아니면 상대방의 것이냐? -부처-



<독방>

-이영광-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나는 믿었지만

행복 속에 안녕이 없네


나는야 뭉게구름 같은 숲 가녘에

안내인마냥 외따로 선

키 큰 소나무 한 그루 사랑했지만,

그 나무 오징어 다리 같은 뿌리 내놓고 길게 쓰러졌네


혼자 있는 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

한마디도 하지 않는 자

무엇이든 저지르고 마는 자이네


그의 몸은 그의 몸 이기지 못해

일어나지 않는 몸,

기필코 자기를 해치는 몸이네


이 독방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독방

현관문 열고

방문 열고 드르어서면

더 들어갈 데가 없는 곳에,

그러나 더 열고 들어가야 할 문 하나가 어디엔가

반드시 숨어 있을 것 같은 곳에


스러지지 않고

침묵하지 않고

기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더 단단한 독방 하나, 나는 믹었지만


그 꿈 같은 감옥

불 켜면 빛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 타는 듯한 벌판에서 눈 감는 사람은

또다시 문밖에 누워 잠드는 사람이네

<사막>

-랭스턴 휴즈-


누구도

다른 이보다 나은 삶을 살지 않는다.


땅거미 지는 황량한 그곳,

땅을 기는 뱀조차

겁에 질려

모대를 헤맨다.


이 외로운 세상,

누구도

다른 이보다 나은 삶을 살지 않는다.



<본보기>

-헨리 데이비스-


거칠고 단단한 바위,

달콤한 꿀 찾을 길 없지만,

친구하나 없이 혼자서도

행복하게 앉아있는

나비 한 마리.

내 본보기.


이제 거친 내 잠자리 따위,

불평하지 않으리.


바위도 꽃처럼 사랑하는

행복한 작은 나비 한 마리처럼

인생의 기쁨을 노래하리.


+ 덧 이 리뷰는 예담 서평단 활동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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