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한국이 싫어서]
[★★★★☆]
[슬픈 청년들의 자화상]
[2016. 1. 4 완독]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p10
원래는 <텅 빈 요람>이라는 책을 리뷰하려고 했다. '저출산'에 관련된 책이며 "왜 저출산이 문제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주게 하는 좋은 책이였는데, 정리 하려니 시간이 좀 걸린다. (어후... 중간 중간에 개인적인 생각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자료를 찾아보니 '헉' 소리가 남) 그럼 살짝 가벼운 얘기(?)로 가볼까?
<한국이 싫어서>라는 (대놓고 한국이 싫다는) 강렬함을 품고 있는 제목에 이끌렸고, 또한 '워킹홀리데이'를 가장 많이 가는 호주에서의 삶, 한국을 배척하는 진짜 이유, 지금 청년층의 자화상과 필자가 경험한 '워킹홀리데이'를 비교하면서 보면 생각할 점이 많은 책이라 사려되었다. 그리고 내 예상과 비슷한 전개로 흘러나가는 점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알기에 안타깝고 슬프다.
워킹홀리데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서술하는 내용은 대부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기반으로 한다.)
사전적으로 '국가 간 비자 협정을 통해 상대국에서 관광과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를 의미하나, 살짝 다르게 생각해보면 '청년층이 다른 국가에서 살아보고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교류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거창하게 나열해 놓았지만 요지는 '타인의 이해'를 기본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으나, 항상 얘기하듯이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지.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도망은 쳐봐야지.
p11
실제로 워킹홀리데이의 목표를 나눈다면 딱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돈. 영어. 여행.
<한국이 싫어서>라는 책은 '해외 이민'까지도 다루고 있지만 그것은 후에 기술하기로 하자. 앞서 언급한 세가지는 '한국에 돌아온다.'는 전재를 생각하고 적은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단기간에 자금을 모으려고 '시간당 단가가 가장 높은 호주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워홀 비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획득이 쉬우며 제한도 적은 편이다. (#링크 : 워홀가능 국가 - 외교부)
처음에 언급한 '돈'이 '영어와 여행'이라는 선택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먼저 기술했는데, '돈'이라는 항목을 선택하면 '모은다'는 개념이 추가가 된다. 공부를 해도, 여행을 해도 결국에는 '돈을 남겨 귀국해 다음을 준비할 자금(한국에서 기반을 닦을 자금).'이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워킹홀리데이 중인 사람들(이하 워홀러)중 대다수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할 수가 있다.
보통 집하나를 빌려서 열명 정도 같이 살거든. 한방에 세명씩.
p25
영어. 10년이 넘는 정규과정 코스를 이수해도 외국인을 만나면 식은땀이 줄줄 난다는 광고처럼, 대한민국 모두가 영어 교육의 시스템이 잘못되었음을 알고 있지만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시장이라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지 못하고 있는 그 학문.
어학 학원에 다니지 않아서 '워홀에서의 영어 교육'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한줄로 요약하면 '개인이 하기 나름'이랄까? 분명 외국인을 만날 확률이 국내보다는 높으나 학문이라는 속성, 특히 '언어'라는 속성은 부딪혀 깨지고 바스라진 정신의 수련을 통해서 확대되는 것이라 '가서 한다'는 위험 부담이 크다. 또한 유명한 학원은 늘어나는 워홀러로 인해 한국인이 다수인 반에 배정이 될 수도 있어서, 안그래도 부담스러운데 '한국인 앞'이라는 추가적 부담으로 합죽이가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돈을 벌어서 영어를 공부하기도 하고, 아니면 가성비가 좋은 필리핀같은 나라에서 일정 기간을 공부한 후 호주로 오는 방법(역순도 있다.)도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식, 영국식 발음에 익숙한 한국인이 호주에 가면 억양의 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는 것. 평생 '리슨 앤 리피트'와 같은 딱딱 떨어지는 교과서 영어를 듣다가 실전의 다양한 발음을 들으면... 왜 '몸으로 배운 언어'의 습득 속도가 빠른지 몸소 체험할 것이다.
유학원이라는 곳은 초짜 유학생들에게 영사관 같은 곳이야. 비자 발급 수속부터 숙소 잡는 거, 학원이랑 학교 등록하는 일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p35
아무리 리스닝 공부를 해도 원어민들이 빨리 하는 말은 절대 못 알아먹어.
p73
여행. 필자가 선택한 옵션이자 여행을 좋아하는 (미친) 진정한 자유인의 선택지. 분명 '다음을 준비하는 자금'은 어느정도 남겨두는 것이 일반적인 워홀러의 선택이나 가지고 있는 돈, 가지고 갔던 돈, 가서 번 돈을 몽땅 (몰빵) 여행에 투자하는 멋진 (미친) 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오오...)
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일반적인 워홀러의 길인 '돈 + 영어(선택) + 여행(1~2달)'이나 '돈, 영어, 여행'의 균형을 적절하게 지킨 수준이 아닌 '여행자금 > 여행 > 여행자금 > 여행 > 0원 > 귀국'의 속성을 보이거나 '열심히 여행자금 > 세계여행' 등의 뒤가없는 특징을 볼 수가 있다. 개인적으로 '자동차 여행'을 하고 싶어서 몰빵을 한 결과 1년을 기준으로 반은 돈을 벌고 반은 자동차 여행을 했다.
대략 1만Km를 운전했으며 호주 북동쪽 끝인 포트 더글라스에서 출발하여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에서 차를 팔고 울룰루를 보고 귀국했다. 나같은 여행 몰빵 (특히 비효율적인 자동차 여행 + 솔플)을 했던 워홀러는 여행 기간 내내 본 적이 없으며(용자여 당신의 차례를 기다립니다...), 사서 고생한 점도 있지만 텅빈 도로 갓길(임시 휴식장소)에서 차를 세우고 봤던 하늘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대자연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는 감상이라...) 그리고 아무런 댓가 없이 도움을 줬던 분들과의 추억도 잊지 못한다. (하나만 소개하자면... 외국인 6.25 참전 용사를 뵙고 도움도 받음)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런데 난 여기서는 행복할 수 없어.
p61
잡설이 길었지? 하지만 워홀에 대한 개략적인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서 잠깐 소개해봤다. (썰은 넘치지만..)
<한국이 싫어서>는 지금의 청년층이 느끼고 있는 현실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그만 둘 수 없는 끝없는 경쟁의 소용돌이에 지쳐 도망치듯 호주 워킹을 선택한 주인공은 보도블럭처럼 흔한 청년들을 상징하고 있다.
어학원에서 생존영어를 익히고 그릇 닦이, 화장실 청소, 공장 라인 등의 현지인에게 무시당하는 외국인 노동자로 살며 한방에 3명(혹은 그 이상)이 살고 있는 닭장과도 같은 집에서 살아가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열심히 노력해서 영어 실력도 쭉쭉 늘고 이를 바탕으로 외국계 기업에 취직을 해서 이민에 까지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라는 결말을 맺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렇다고 여기가 좋다는 소리는 더욱 아니다.)
워킹을 간다면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 이민에 성공한 사람의 말을 빌어보자면 "그것도 삶이 있는 곳이다."라는 말로 압축을 할 수가 있다. 어느 곳이나 먹고 살기 위해서는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움직여야 하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며, 돈에 쪼들리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왜 '이민율'은 줄어들고 있지 않는 것일까? (#링크 : 늘어나는 이민율에 대한 기사) (#링크 : 국적 통계 추이 - 통계청)
그저 '이민율이 늘고만 있다.'는 와닿지 않아서 통계청을 뒤지다가 '국가지표 체계'를 찾아 봤다.
국적통계 증감 추이
° 2000년도 18,720건이던 국적업무처리가 2014년 말 현재 35,632건으로 190% 증가하였음
° 2014년도 귀화한 외국인은 11,314명으로 전년도 11,270명에 비해 큰 변화 없이 약간 증가하였음
° 2014년도 국적회복자는 2,886명으로 전년도 2,686명에 비해 7% 증가하였음
° 2014년도 국적이탈은 1,322건으로 전년도 677건에 비하여 195% 증가하였음
* 2014년도의 귀화자 및 국적회복자는 총 14,200명으로 2013년도의 13,956명에 비해 1.7%증가함, 귀화자는 전년도 11,270명 대비 2014년도 11,314명으로 0.4%이상 증가하였으며 국적회복자는 전년도 2,686명 대비 2014년도 2,886명으로 7.4% 증가함 * 그동안 복수국적자 중 우리 국적을 이탈하는 자가 우리 국적을 선택하는 자보다 월등히 많았으나 개정 국적법이 공포된 2010년 5월 4일 이후부터는 우리 국적 선택자가 더 많아지기 시작하였음, 이는 외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우리 국적을 선택하여 복수국적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국적법이 개정된 효과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인구순유출 현상을 개선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됨
* 국적상실은 2002년 이후 매년 2만 여건을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2014년도는 전년보다 6.5% 감소한 18,150명이었습니다.
지표 담당 : 법무부, 국적과, 02-2110-4121
최근 갱신일 : 2015-07-20
<국적통계추이 - 통계청 : 국가지표체계의 지표해석>
몇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적 상실의 꾸준함과 국적 이탈의 증가(195%)를 들 수가 있다. 이 시점에서 '국적 상실의 꾸준함'이 문제가 되는 점은 세계적인 저출산과 고령화의 추세 속에서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점은 이민을 받는 나라를 받춰줄 '똑똑한 인재'와 나라를 받들어 줄 '청년들'을 데려간다는 뜻이다.
생각을 해보자.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다면, 타국의 국민이 '특출난 무엇'이 있는 인원이나 사회를 지탱해줄 청년층을 데려오려고 하지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고령층을 데려오려고 하겠는가? 만약 고령층을 데려 온다고 해도 자국에 도움이 되는 '고급 인력'을 데려가겠지. 고로 2만명씩 매년 빠져나간다는 점과 국적이탈자의 증가는 '고급 인재'나 국가의 기둥인 청년들이 꾸준하게 빠져나간다는 소리로 해석이 될 수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풀이가 된다.
그런데 '지표 해석'에서 '국적법이 개정된 후 인구순유출현상을 개선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함으로써 국가경쟁력 강화에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풀이는 ... 무슨 생각으로 당당하게 적어놨는지 모르겠다.
돈 걱정할 일 없이, 주변에 다른 사람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 본게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어.
p149
국가 인재가... 나라의 기둥인 청년층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고령화가 되고 있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자꾸 상승한다는 뜻이며 그것을 받춰줄 청년층이 이민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국가를 유지할 비용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저출산은 국가의 뿌리부터 흔들리는 것이라는 것을... (여기서 추가하면 얘기가 길어진다. <텅 빈 요람>에서 다루자.)
여러분, 이래서 투표가 중요한 겁니다.
사실 호주인과 서양인 아래 계급은 그냥 동양인이야.
p85
인도네시아 사람들 생활 수준이 한국보다 낙후 된 건 맞는데, 그렇다고 생각이나 문화 수준까지 몇 십년 뒤떨어진 건 아니거든. 우리나라 사람들도 브리트니 스피어스 따라 부르고 콜드 플레이 좋아해.
p85
'인종차별은 없다.'라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일 뿐이지 아직도 그 흐름을 반대하고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드러내는 사람은 어딜가나 발견할 수 있잖아? 미디어에서 동남아인이나 흑인을 백인과 차별하는 것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예 : <이웃집 찰스>의 10회~13회에 등장하는 '숨'이야기) 필자도 골드코스트에서 술에 거하게 취한 호주인이 "잽스! 잽스~"라고 시비를 걸었으나 '나는 일본인 아닌데? (사실 싸우면 워홀러에게 법적으로 불리해서 피하는게 상책)'하며 도망갔다. (뭐... 한국을 거의 모르니, 실상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으로 본다. 솔직히 국가간의 인구수/영향력의 차이로 한국을 잘모른다. 싸이 때문에 위상이 높아졌다고 한들 '몰. 라.')
이러한 멸시에도 불구하고 이민을 택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저성장으로 인한 장기적인 불활, 고용불안정(비정규직), 실업율의 증가, 경쟁에서 지침 등 잊을만하면 미디어에서 상기를 시켜주는데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는 시스템을 벗어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평생 '나'를 잃어버리고 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난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어. 남편이랑 나랑 둘이 합쳐서 한국 돈으로 1년에 3000만 원만 벌어도 돼. 집도 안커도 되고, 명품백이니 뭐니 그런건 하나도 필요없어. 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돼.
p152
"다들 이렇게 살아. 다른 회사도 그래. 요즘 저녁 시간 전에 퇴근하는 사람이 학교 선생 말고 누가 있냐?"
"호주에선 안그래"
덧. 사실이다.
회사의 핵심 인재는 야근도 많이 할테지만 '모두'가 야근하는 한국과는 느낌이 다르지...
그리고 야근 수당이나 휴일 수당도 확실함 (지키지 않으며 신고하면 몇 달안에 처리됨 - 경험담)
호주 아저씨가 예를 하나 들어줬는데 최저 20불에 야근은 2배 40불, 크리스마스는 거기에 2배 '시간당80불' 와우! 이런식이 잘 지켜 진다고 함.
p167
대한민국에서 찾을 수 없는 '희망'을 타국에서 찾을 수 있을 보장은 없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타국의 삶을 택한 그들의 절박함이 느껴진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대한민국에 대한 불신과 청년층이 느끼는 벽, 좌절감을 잘 표현한 <한국이 싫어서> 좋은 책이다. 그리고 슬픈 책이다. (또한 이민은 보기보다 쉽지 않다.)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역량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중략) 그리고 못난 사람들 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줬어.
p170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깊은 곳에 꽁꽁 싸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p185
for our country to love us as much as we love it, That's What I want.
(제가 원하는것은 조국을 위해 몸바친 이들이 원하는것이 제가 원하는것이며 저희가 조국을 사랑하는만큼 조국도 우리를 사랑해줄것을 원합니다!)
- 람보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