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 - 나의 평생 아기 고양이
하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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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하고의 만남과 이별 속에는 신비로운 사랑의 열쇠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세상아름다운것들은고양이 는

무엇보다도

행복과 사랑에 대한 책이다.


어떻게

고양이를 떠나보내는 이야기가

그럴 수 있을까?


누군가와 오래도록

너무나도 완전하고 깊은 사랑을 나누고 살면

그러다 헤어질 땐

오로지 슬프다기보다는

상상할 수도 없이 아주 숭고한

어떤 감정 상태에 이르는 것 같다.


슬픔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세계로 연결되는.

작가는 그 지점을 그려보이고 있다.

책의 소개에 상상한적 없는 온도라 한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다.


그동안 모든 걸 나눴고

완전하진 않아도 부족함 없이 먹이고 돌봤기에

여한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눈물을 흘리지만

이것은 단지 슬프다거나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는 감정에서가 아니라,

자기와 삶을 나눴던 고양이들에 대한

고마움에서 눈물을 흘린다.


자기처럼 외지고 별 볼 일 없던 사람에게도

이렇듯 따스한 존재와 시간이 주어졌었다는 사실에

하염없이 감격스러워 한다.


그녀는

그녀가 고양이를 돌보았듯

그녀를 돌보는 어떤 존재의 힘을 실감한 것이다.


고양이와의 삶과 이별을 통과하면서.

이렇게 고양이들과의 시간은

삶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연결된다.

고양이라는 선물로 인해

한 조각 따스함을 가슴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삶과 죽음은 허무가 아니라

사랑으로 귀착된다고 말해주는 책!


저자는 고양이들로 인해 얻은 것을

세상에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썼나보다.

이런 저자의 23년간의 집사 생활

그 시간들로부터의 소중한 깨달음이

마음을 울린다.

.
.
.
.

#고양이책 #고양이에세이 #집사일기 #육묘일기


-본문 발췌

"모르고 누린 시간과 알고서 통과하는 시간이 있다. 둘 다 사랑에 꿰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아이들은 나와 처음부터 한 세트를 이룬 영혼이 아니었을까?’ 이 아이들과 한참을 지내고선 자연스레 이 생각이 떠올랐다. 고양이들과의 인연은 사람들하고의 인연 이상으로 진하고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만 같다. 이 실은 사람들하고의 것보다도 뚜렷하다."


"예쁜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길든 것이 가장 예쁜 법이다."


"눈을 들어보니 하늘이 분홍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분홍 하늘을 배경으로, 이어폰을 통해 부드럽고 따듯하고 편안해지는 음악이 들려오자, 또 눈물이 났다. 모리를 닮은 리듬과 선율. 세상 온갖 좋은 것이란 고양이를 닮았구나, 하면서."


"이렇게 모리의 마지막 선물은 숨을 멈춘 후에도 그치질 않았다. 숨을 멈춘 게 존재의 죽음은 결코 아니라는 듯이, 여전히, 늘 옆에 있다는 듯이. "


"처음엔 안타깝고 슬프고 허전해서 울었지만, 그다음 날엔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울었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과 이 에너지로 이어지는 거대한 연결고리를 가르쳐준 고양이들에게. 꽃이든 향기든 바람이든 난 알아차릴 수 있어. 앞으로 내가 아름다운 것들에 눈물 흘릴 때, 거기 네가 있는 거야. 다른 모습으로 변해도 알아볼 수 있어.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니까."


  "

 


"고양이가 창가에 앉아 첫눈 바라보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 P8


반려동물하고의 만남과 이별 속에는 신비로운 사랑의 열쇠 같은 것이 숨어 있었다.
- P14

처음엔 안타깝고 슬프고 허전해서 울었지만, 그다음 날엔 감사하고 기쁜 마음에 울었지.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과 이 에너지로 이어지는 거대한 연결고리를 가르쳐준 고양이들에게. 꽃이든 향기든 바람이든 난 알아차릴 수 있어. 앞으로 내가 아름다운 것들에 눈물 흘릴 때, 거기 네가 있는 거야. 다른 모습으로 변해도 알아볼 수 있어. 세상 아름다운 것들은 고양이니까.
- P270

"모르고 누린 시간과 알고서 통과하는 시간이 있다. 둘 다 사랑에 꿰어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 P28

"‘이 아이들은 나와 처음부터 한 세트를 이룬 영혼이 아니었을까?’ 이 아이들과 한참을 지내고선 자연스레 이 생각이 떠올랐다. 고양이들과의 인연은 사람들하고의 인연 이상으로 진하고 붉은 실로 묶여 있는 것만 같다. 이 실은 사람들하고의 것보다도 뚜렷하다."
- P85


"예쁜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길든 것이 가장 예쁜 법이다." - P145



"눈을 들어보니 하늘이 분홍으로 물들고 있었다. 이 분홍 하늘을 배경으로, 이어폰을 통해 부드럽고 따듯하고 편안해지는 음악이 들려오자, 또 눈물이 났다. 모리를 닮은 리듬과 선율. 세상 온갖 좋은 것이란 고양이를 닮았구나, 하면서." - P201 - P201

"이렇게 모리의 마지막 선물은 숨을 멈춘 후에도 그치질 않았다. 숨을 멈춘 게 존재의 죽음은 결코 아니라는 듯이, 여전히, 늘 옆에 있다는 듯이."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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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 세계 인형극 축제 속에서 찾은 반딧불 같은 삶의 순간들!
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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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가슴들이 열리고 온갖 술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Jadis, si je me souviens bien, ma vie etait un festin ou s'ouvraient tous les coeurs, ou tous les vins coulaient.

- 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 10. 20.~1891. 11. 10.)


꿈이란 수많은 우회를 거치기도 하지만

깊이 품고 있다보면 이루어지는 수가 있다.

그것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 책의 저자에게

그 모든 시작은 #랭보 였다.


저 시 한 구절로부터

한국 최초의 인형극 에세이

#바람구두를신은피노키오 가 탄생했다.


16살에 랭보의 시를 접하고

바로 저 구절에 눈물을 흘린 저자는

나중에 세월이 지나 랭보의 고향 샤를르빌을 찾아가고,

여기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인형극축제 를 보러가기 시작한다.


이 축제의 열흘 동안 작중 화자는,

샤를르빌을 무대배경으로 삼아

마치,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끝없이 자유와 소통을 갈망하던

자신의 사춘기를 돌아본다.


아픔과 희열이 교차하던,

우여곡절로 파란만장하지만

가장 반짝이던 삶의 순간들을!


인형극축제의 여러 인형극들을 보러 다니던 어느날은

현지의 기자로부터 '멀리서 온 예외적인 관객'으로 인터뷰 요청도 받는다.


이 모든 경험을 아울러 생생히 기록한 이 책은 급기야

출간되자마자 샤를르빌 현지 도서관의 초청으로

샤를르빌 소재의 국제 인형극학교 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의

자료센터에 놓이게 된다.


16살 소녀가 꿈꾸었던 시인 랭보의 도시에

그녀가 쓴 책이 놓이게 된 꿈 같은 일!


시 한 구절의 영감이

이렇게 이어지는 수도 있었다.

마음을 울렸던 단 한 구절이

한 편의 파노라마틱한 작품으로 이어지고

또 그 시를 쓴 시인의 고향에 놓이게 된

정말 이야기 같은 이야기!


문장의 힘

그리고 꿈이란 무척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인형극축제의 신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한 인간의 성장문제를

소설같은 추동력으로 펼쳐나간

흔치 않게 흥미로운 작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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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꿈 #랭보 #샤를르빌메지에르 #세계인형극축제 #인형극 #오브제극 #프랑스시


본문발췌

- 나는, 나의 생애라는 앨범의 장과 장 사이를 벌리고 낡은 신발을 벗어 그 위에 누름돌처럼 지그시 얹어두고는, 맨발로 자근자근, 이내 작고도 충만한 향연의 시간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로 거기 진짜, 내가 있다.

문득 정신이 든다, 꿈을 깬 듯.


-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임시 가교가 세워진다. 유랑극단들이 잠시 닻을 내린 막사들에는 우리가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꿈들이 즐비하다. 이제 여기서 영원을 엿보다 다시금 차가운 현실 세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리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린 늙음도 죽음도 언젠간 멈추고 모두 고향에 가게 될 테니까, 다시 어린이가 되어 손을 맞잡게 될 것이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시간은 우리에게서 결국은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다.


- 반딧불을 쫓고 또 쫓아 얼마나 길게 왔는지조차 헤아리지도 못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여기에 와 있다. 모든 고향을 찾아가는 길 또한 그러했으면.


- 한 익명의 관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보란 듯이 오르는 대신 평생 관객으로만 살아간대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하지 않은가!


- 이 축제 공간,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어쩐지 이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언어를 쏟아 털어내고들 있는 것만 같다.


- 이제 딱 축제의 중간이다. 오늘 아침 뒤칼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 축제가 영원히 끝나지 말았으면 하는 기분이 들었다.


-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는 뭐지?”

“즐거움이란 건 보다 일상적인 소소한 것이고, 기쁜 건...... 풀 뿌리에 햇빛이 와 닿는 거 같은 거죠.”

그가 내 기쁨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나의 신발이 멈춘 곳에 바람을 심으면 그곳에서 천막이 돋아 자라나리라. 언젠가는 달그락거리는 나무다리를 멈추고, 살과 피를 담고서 춤추게 되리라. 인형이었던 날들을 회상하리라.


- 이제부턴 작별하지 않는 마음들이 머무는 장소들을 발견해갈 것이다. 찢어진 마음의 섬유 조직은 봉합될 것이다. 누더기가 되었던 마음들도 친절한 누군가의 손에 기워지면 다시 팔랑이며 웃음 짓게 되리라. 세상 도처 어딘가에는 잃었던 것들을 재회하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곳에 머무는 순간들이란, 허공에 걸렸으나 위태롭지 않은 새 둥우리이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임시 가교가 세워진다. 유랑극단들이 잠시 닻을 내린 막사들에는 우리가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꿈들이 즐비하다. 이제 여기서 영원을 엿보다 다시금 차가운 현실 세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리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린 늙음도 죽음도 언젠간 멈추고 모두 고향에 가게 될 테니까, 다시 어린이가 되어 손을 맞잡게 될 것이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시간은 우리에게서 결국은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다. - P21

한 익명의 관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보란 듯이 오르는 대신 평생 관객으로만 살아간대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하지 않은가!
- P131

이 축제 공간,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어쩐지 이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언어를 쏟아 털어내고들 있는 것만 같다.
- P133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나의 신발이 멈춘 곳에 바람을 심으면 그곳에서 천막이 돋아 자라나리라. 언젠가는 달그락거리는 나무다리를 멈추고, 살과 피를 담고서 춤추게 되리라. 인형이었던 날들을 회상하리라. - P343

이제부턴 작별하지 않는 마음들이 머무는 장소들을 발견해갈 것이다. 찢어진 마음의 섬유 조직은 봉합될 것이다. 누더기가 되었던 마음들도 친절한 누군가의 손에 기워지면 다시 팔랑이며 웃음 짓게 되리라. 세상 도처 어딘가에는 잃었던 것들을 재회하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곳에 머무는 순간들이란, 허공에 걸렸으나 위태롭지 않은 새 둥우리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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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현대사 - 드라마처럼 읽는 이웃들의 이야기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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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도 있고 죽어도 영혼이 숨 쉬는 죽음도 있나 봐.”

<이웃집 현대사> 중에서

 

 

'좀비로 살 것인가? 영혼으로 살 것인가?'

이 책은 한편으론 이런 질문을 안겨주기도 했다

 

서언에서부터 느껴지는 저자의 삶의 태도가 가슴에 울림을 준다.

 

"나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이고 싶지 않다.

 

나는 그저 모래이고 싶다.

땅인지 바다인지 모를 모래이고 싶다.

 

파도에 맞서고 싶지 않다.

파도에 휩쓸리고 싶다.

 

누군가 밟은 자국도

금세 사라지는 모래이고 싶다.

 

파도에 산산이 부서져도

무너지지 않는 모래이고 싶다."

 

***

 

'따듯함이 결여된 지적 능력은

결코 지성이 아니다.'

 

어디서 들은 말이 아니고

작가님의 책들을 읽다보면

마음 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말이다.

이 세상엔 지성이 결여된 차가운 지적 능력이 난무하기에

작가님의 책이 더욱 빛이 난다.

 

작가님의 책들은

이웃 혹은 사회에 대한 시각이 첨예하고 분명하다.

자기 혼자 잘 살아남고 성공하는 법을 설파하는

책들과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음의 온정을 갖고서

보살핌과 연대 등,

우리사회에 필수불가결하지만 결여된 무엇을 통찰하는 시각은

귀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보살핌이나 연대는

마음이 유독 따듯한 몇몇만의 삶의 지향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아가기 위한 필수 공기나 물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신적 주소지는

'정신 없이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와 있다'

라고 할 수 있다.

 

일상 속 하루와 하루 사이엔

그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지만

몇 십 년의 세월을 두고 돌아봤을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말이 안 될 정도로 역동적으로 흘러온 사회였다.

 

그리고 각 세대는

이 변화의 도가니 속에서도

자기가 가장 영향받았던 특정 시대의

가치관을 내장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

자기의 경험으로부터 추출된 진실이

그대로 지팡이 같은 진리가 되어버린 채.

 

그래서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도

각 세대가 간직한 모습들이 어울려

여러 시대가 공존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식민지와 전쟁의 여파를 끼고 출발했기에

사회의 진보에 많은 진통이 따른 한국 사회

그 속에서 주춤대며 갈등하며 때론 곪기도 했던

민주화, , 교육, 성평등의 문제들

이런 것들이 이 한 권의

대하드라마 같은 책으로 육화되어

한꺼번에 일별하게 되니 감회가 몹시 새로웠다.

이미 익숙하다 여겼던 현상과 문제들이 다시 보였다.

드라마처럼 읽히니

책 속 수많은 인물들의 내면에 각각 공감되면서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동시에 우리 사회 전체가

대단히 입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어떤 드러난 병폐나 현상만 보고서

헬조선이니 진상이니 하면서 비판적 시각을 가해 왔지만

각각의 입장에 귀기울기고 또 전체의 입체로 다시 느끼게 되면

모든 무조리한 현상들의 앞뒤와 인과가 보다 선명해진다.

 

물론 그 속엔 미담과 선인도 있고

심술궂은 행태나 진상도 있다.

우리나라가 수많은 잡초를 끼고

억세게 성장한 나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들을 그려가는 작가님의 시점이 흥미롭고 공감되었다.

필요한 거리감을 잘 유지한 채

이 전체 드라마 속의 누구를 딱히 비난하거나 편 들지도 않으면서

현실의 현상에 대하여 그렇게 된 인과와 배경을 확실히 설명하면서

전체적으로 담담하고도 탄력있게 끌어가고 있었다.

 

무어든 드러난 것만 가지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그 내역을 이해해보려는 것은

깊이와 인내와 온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이걸 또 그물처럼 엮어 그 속 물고기들의 비늘의 파닥임들을

하나하나 생동감 넘치게 묘사해 냈다는 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쩜 이렇게, 바로 우리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상들을

이리도 그럴듯하게 그려냈을까?

vraisemblence(사실임직함, 있음직함)가 장난 아니다 싶었다.

인물상들 그리고 그들이 얽혀 만들어지는 얼개를 다루어가는 작가님의 능력이

수많은 실로 연결된 다수의 마리오네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움직여 맛깔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란한 마리오네티스트를 보는 것만 같았다.

 

작가님의 다른 두 권의 책들과 더불어 이 책까지

배진시 작가님은 우리사회의 여러 주제에 대해

가장 쟁점이 되는 것, 가장 소외된 것, 각종 현상의 사각지대를 말함에 있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싶은 걸 해내는

'누구'가 되신 것 같다.

 

그냥 좋다는 말 가지고 부족하다.

#이웃집현대사

#배진시작가님 의 다른 두 책처럼

이 책도 필독서가 되어야 할 책이다.

 

 

- 책속으로

 

그래서 우리는 승자 중심으로 잘 살아왔지만, 불안이라는 동반자를 얻게 되었다. 이긴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이긴 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고, 진 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제대로 배워야 한다. ‘정의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113

 

돈으로 가난을 벗어나 본 사람은 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부로 환경을 극복해 본 세대에게 공부는 권력이다. 117

 

노예를 인간인 줄 몰랐던 것처럼 동물도 동물권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학습이 되어야 했다. 우리나라에 동물보호법1991년에 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144

 

이처럼 인간은 늘 다소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일을 그만두자고 외치면 수십 년이 흐르면서 서서히 문화가 바뀐다. 145

 

우리 뇌는 생존을 향해 발달한다. 살면서 슬픔은 생존에 왜 필요한지 궁금했다. 슬픈 감정은 사는 데 방해가 될 뿐 도대체 왜 있는 것인가. 슬픔은 공감을 블러일으키고 인간은 공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슬픔을 주었다. 슬픔을 통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켜 서로 돕고 살라고. 331

 

죽음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사라짐이 아닌 것 같아.”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도 있고 죽어도 영혼이 숨 쉬는 죽음도 있나 봐.”

 

엄마라는 나무가 베어지고 그 생명이 끊어졌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뿌리로 더 이상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잎으로 햇빛도 받지 못하고 땅에 서 있지도 못하는 그 나무가, 전기톱에 잘리고 죽은 것이 아니라 여기 다른 모습으로 테이블이 되어 와 있어. 참 이상하지? 나무라는 생명은 죽었는데 다른 모습으로 살아 있네.” 335

 

나무꾼을 맞닥뜨렸을 때 기꺼이 자신을 내어 준 나무는 죽지 않는다. 다른 형태로 머물 뿐이다. 사람은 죽어도 그 영혼이 기억된다. 내 육신이 아니라 정신이 남는다는 것을 안다면 나는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가꾸어야 하는가. 죽음을 잊고 삶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인간이다. 336

 

지금 달라진 것이 무엇일까. 학교에서 정의는 언제 가르칠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통로는 알아주

는 대학하나뿐인가. ‘정의로 가는 통로는 소수의 희생자들의 몫인가. 지금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진실일까. 338

 

나는 이미 부족한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군사독재보다 무서운 교육을 시키고 있지는 않

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339

 

#이웃집현대사 #배진시작가님 #삶의태도 #교육 #정치 #현대사 #한국현대사

 

 

 

 

 

 

 

 

 

 

"살아 있어도 산 것 같지 않은 삶도 있고 죽어도 영혼이 숨 쉬는 죽음도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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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이 어디라고요? - 한국 엄마 독일 정착기
김유진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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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있게 사랑하며 삶을 일구는 가족의 이야기가 먼 독일이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구체적 사실적으로 또 한편 동화적으로 다가옵니다. 낯선 삶에 도움을 주는 따듯한 이웃들과 교육 환경 이야기 무척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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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집이 어디라고요? - 한국 엄마 독일 정착기
김유진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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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있건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오늘과 마주할 뿐이다."



전에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마침 표지에서 눈에 띈 이 한 줄이 

컵의 마지막 한 방울 역할이 된듯

곧장 읽게 되었다


이번 국제도서전을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

그리고 도서전의 틈새 짬짬이 

그렇게 5일간의 친구가 되어준 책이다

서울의 복잡함 속에 

고요하고 차분한 독일을 들여놓는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갔다


두껍지 않은 텍스트의 분량 속에

담을 만한 사실과 정보와 감정과 깨달음들이

규모가 딱 좋은 선물세트처럼 담겨 있었다


글을 통해 독일의 면면이 그대로 와닿았고

낯선 곳에 도착하여 A-Z까지 겪어낸 작가님의

감정의 색깔들과 솔직한 기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국에 나가 살아보는 것, 삶을 외국으로 옮기는 것은

엄청난 로망의 실현인 동시에

고향에 붙박혔던 자아가 통째로 뽑혀져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번지 점프 급의 이벤트다


그래서인가

이 책에는 사실주의적 소설과 동화가

같이 담겨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어려움들과 

그럼에도 이어지는 인연과 도움들 속에서

뭔지 모를 신의 개입과 배려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적응이나 정착이 부드럽건 그렇지 않건

떠나는 자만이 얻는 바꿀 수 없는 삶의 학습

속속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능한 모든 상황들이 하등의 과잉 없이

너무도 와닿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가족이

모든 어려움을 하나하나 뚫어가며 

거기서만 가능할 행복의 요소요소를 채워가는 모습에

안도와 축하의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삶에서 

진짜 알짜배기 작물을 수확해내는 걸 보는 

대리만족감이 차올랐다


작가님의 자녀들이 우리와는 다른 

합리적이고도 인간적인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된 것도

바라보면서 너무도 기뻐졌고

남편분의 직장 상황이 갖은 역경 끝에 안정되며

가족이 같이 살게 되는 모습에도 다행이다 소리가 나왔으며


이 모든 모습이 

고생을 실컷 지불하긴 하였지만

살아오던 대로의 관성을 분연히 떨치고 

새로운 시도를 한 자만이 얻게 되는 

아름다운 꿈의 보답인 것처럼 여겨져

아직 떠나보지 못한 혹은 떠날 예정인

모두에게 진실한 용기를 주고 있다


먼 독일에서의 나날들에

앞으로도 행운과 행복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책 속에서

 

...애도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면서 느낀 감정과 흡사해서 놀랐다. 26

 

어쭙잖게 배운’ 사람에 속해서 단순노동 앞에서 멈칫했던 마음이 이민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29

 

나에겐 커피 한 잔남편에겐 맥주 한 병이 불안을 잊게 해주는 고통 완화제다. 33

 

하루 일당 60유로씩 받아서 일주일 치 빵과 우유를 사던 날의 경험은 독일에서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편과 내게 심어주었다. 34

 

회색 하늘에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예쁘고 환한 것들이 많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과자다. 54

 

졸업식날 선물로 받은 앨범엔 1년간 아이의 적응사가 담겼는데 침울했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마치 꽃이 피어나듯이 환해지는 아이의 눈부신 얼굴에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66

 

초등학교에서는 태도의 비중이 70%로 오히려 시험 점수보다 높다. 71

 

독일에 오면서 아이들이 우리와는 다른 교육을 받기를 원했는데 꿈이 이우러진 셈이다. 83

독일에서의 수영 교육은 얼마나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구할 최소한의 능력은 갖추도록 교육한다. 99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방법을 모색했다가진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가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장소를 꿈꿨다그곳이 독일이었다.

 

승승장구했다면 과감히 떠나지 못했을 거다떠나지 않았다면 독일에서 누리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 거아. 161

 

아직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어느 곳에 살더라도 그곳에서 기쁨을 찾아낼 것이다. 162

 

해가 갈수록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남매와 남편의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5분 대기조처럼 밥상을 차려내는 일상에 미칠 것만 같았다. 167

 

머리맡으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며 집으로 온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운해진 몸으로 고요한 밤공기를 마시면 하늘의 별만큼의 행복이 느껴진다.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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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집이어디라고요 #한국엄마독일정착기 #김유진작가님 #도서출판이곳 

"어디서 있건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오늘과 마주할 뿐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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