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 세계 인형극 축제 속에서 찾은 반딧불 같은 삶의 순간들!
래연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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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나의 삶은 모든 가슴들이 열리고 온갖 술이 흘러 다니는 하나의 축제였다.’

Jadis, si je me souviens bien, ma vie etait un festin ou s'ouvraient tous les coeurs, ou tous les vins coulaient.

- 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 10. 20.~1891. 11. 10.)


꿈이란 수많은 우회를 거치기도 하지만

깊이 품고 있다보면 이루어지는 수가 있다.

그것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이 책의 저자에게

그 모든 시작은 #랭보 였다.


저 시 한 구절로부터

한국 최초의 인형극 에세이

#바람구두를신은피노키오 가 탄생했다.


16살에 랭보의 시를 접하고

바로 저 구절에 눈물을 흘린 저자는

나중에 세월이 지나 랭보의 고향 샤를르빌을 찾아가고,

여기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인형극축제 를 보러가기 시작한다.


이 축제의 열흘 동안 작중 화자는,

샤를르빌을 무대배경으로 삼아

마치,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나무인형 피노키오처럼

끝없이 자유와 소통을 갈망하던

자신의 사춘기를 돌아본다.


아픔과 희열이 교차하던,

우여곡절로 파란만장하지만

가장 반짝이던 삶의 순간들을!


인형극축제의 여러 인형극들을 보러 다니던 어느날은

현지의 기자로부터 '멀리서 온 예외적인 관객'으로 인터뷰 요청도 받는다.


이 모든 경험을 아울러 생생히 기록한 이 책은 급기야

출간되자마자 샤를르빌 현지 도서관의 초청으로

샤를르빌 소재의 국제 인형극학교 Institut International de la Marionnette 의

자료센터에 놓이게 된다.


16살 소녀가 꿈꾸었던 시인 랭보의 도시에

그녀가 쓴 책이 놓이게 된 꿈 같은 일!


시 한 구절의 영감이

이렇게 이어지는 수도 있었다.

마음을 울렸던 단 한 구절이

한 편의 파노라마틱한 작품으로 이어지고

또 그 시를 쓴 시인의 고향에 놓이게 된

정말 이야기 같은 이야기!


문장의 힘

그리고 꿈이란 무척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세계인형극축제의 신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와

한 인간의 성장문제를

소설같은 추동력으로 펼쳐나간

흔치 않게 흥미로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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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꿈 #랭보 #샤를르빌메지에르 #세계인형극축제 #인형극 #오브제극 #프랑스시


본문발췌

- 나는, 나의 생애라는 앨범의 장과 장 사이를 벌리고 낡은 신발을 벗어 그 위에 누름돌처럼 지그시 얹어두고는, 맨발로 자근자근, 이내 작고도 충만한 향연의 시간으로 걸어 들어간다.


바로 거기 진짜, 내가 있다.

문득 정신이 든다, 꿈을 깬 듯.


-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임시 가교가 세워진다. 유랑극단들이 잠시 닻을 내린 막사들에는 우리가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꿈들이 즐비하다. 이제 여기서 영원을 엿보다 다시금 차가운 현실 세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리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린 늙음도 죽음도 언젠간 멈추고 모두 고향에 가게 될 테니까, 다시 어린이가 되어 손을 맞잡게 될 것이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시간은 우리에게서 결국은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다.


- 반딧불을 쫓고 또 쫓아 얼마나 길게 왔는지조차 헤아리지도 못하는 사이, 나도 모르게 여기에 와 있다. 모든 고향을 찾아가는 길 또한 그러했으면.


- 한 익명의 관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보란 듯이 오르는 대신 평생 관객으로만 살아간대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하지 않은가!


- 이 축제 공간,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어쩐지 이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언어를 쏟아 털어내고들 있는 것만 같다.


- 이제 딱 축제의 중간이다. 오늘 아침 뒤칼 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 축제가 영원히 끝나지 말았으면 하는 기분이 들었다.


- 기쁨과 즐거움의 차이는 뭐지?”

“즐거움이란 건 보다 일상적인 소소한 것이고, 기쁜 건...... 풀 뿌리에 햇빛이 와 닿는 거 같은 거죠.”

그가 내 기쁨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나의 신발이 멈춘 곳에 바람을 심으면 그곳에서 천막이 돋아 자라나리라. 언젠가는 달그락거리는 나무다리를 멈추고, 살과 피를 담고서 춤추게 되리라. 인형이었던 날들을 회상하리라.


- 이제부턴 작별하지 않는 마음들이 머무는 장소들을 발견해갈 것이다. 찢어진 마음의 섬유 조직은 봉합될 것이다. 누더기가 되었던 마음들도 친절한 누군가의 손에 기워지면 다시 팔랑이며 웃음 짓게 되리라. 세상 도처 어딘가에는 잃었던 것들을 재회하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곳에 머무는 순간들이란, 허공에 걸렸으나 위태롭지 않은 새 둥우리이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임시 가교가 세워진다. 유랑극단들이 잠시 닻을 내린 막사들에는 우리가 떨어뜨리고 잃어버린 꿈들이 즐비하다. 이제 여기서 영원을 엿보다 다시금 차가운 현실 세상으로 돌아간다 해도 그리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우린 늙음도 죽음도 언젠간 멈추고 모두 고향에 가게 될 테니까, 다시 어린이가 되어 손을 맞잡게 될 것이므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시간은 우리에게서 결국은 아무것도 빼앗을 수 없다. - P21

한 익명의 관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다, 세상이라는 무대에 보란 듯이 오르는 대신 평생 관객으로만 살아간대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이렇듯 행복하지 않은가!
- P131

이 축제 공간, 사람들이 잔을 부딪치며 웃고 떠든다. 바람결에, 어쩐지 이 모든 이들이 동시에 같은 언어를 쏟아 털어내고들 있는 것만 같다.
- P133

바람 구두를 신은 피노키오. 나의 신발이 멈춘 곳에 바람을 심으면 그곳에서 천막이 돋아 자라나리라. 언젠가는 달그락거리는 나무다리를 멈추고, 살과 피를 담고서 춤추게 되리라. 인형이었던 날들을 회상하리라. - P343

이제부턴 작별하지 않는 마음들이 머무는 장소들을 발견해갈 것이다. 찢어진 마음의 섬유 조직은 봉합될 것이다. 누더기가 되었던 마음들도 친절한 누군가의 손에 기워지면 다시 팔랑이며 웃음 짓게 되리라. 세상 도처 어딘가에는 잃었던 것들을 재회하는 장소가 있다. 그러한 곳에 머무는 순간들이란, 허공에 걸렸으나 위태롭지 않은 새 둥우리이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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