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집이 어디라고요? - 한국 엄마 독일 정착기
김유진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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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있건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오늘과 마주할 뿐이다."



전에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마침 표지에서 눈에 띈 이 한 줄이 

컵의 마지막 한 방울 역할이 된듯

곧장 읽게 되었다


이번 국제도서전을 오가는 지하철 속에서

그리고 도서전의 틈새 짬짬이 

그렇게 5일간의 친구가 되어준 책이다

서울의 복잡함 속에 

고요하고 차분한 독일을 들여놓는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되어갔다


두껍지 않은 텍스트의 분량 속에

담을 만한 사실과 정보와 감정과 깨달음들이

규모가 딱 좋은 선물세트처럼 담겨 있었다


글을 통해 독일의 면면이 그대로 와닿았고

낯선 곳에 도착하여 A-Z까지 겪어낸 작가님의

감정의 색깔들과 솔직한 기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외국에 나가 살아보는 것, 삶을 외국으로 옮기는 것은

엄청난 로망의 실현인 동시에

고향에 붙박혔던 자아가 통째로 뽑혀져

새로 태어나는 것 같은 번지 점프 급의 이벤트다


그래서인가

이 책에는 사실주의적 소설과 동화가

같이 담겨 있다


피해갈 수 없는 어려움들과 

그럼에도 이어지는 인연과 도움들 속에서

뭔지 모를 신의 개입과 배려마저 느껴지기도 했다


적응이나 정착이 부드럽건 그렇지 않건

떠나는 자만이 얻는 바꿀 수 없는 삶의 학습

속속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능한 모든 상황들이 하등의 과잉 없이

너무도 와닿게 서술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작가님의 가족이

모든 어려움을 하나하나 뚫어가며 

거기서만 가능할 행복의 요소요소를 채워가는 모습에

안도와 축하의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삶에서 

진짜 알짜배기 작물을 수확해내는 걸 보는 

대리만족감이 차올랐다


작가님의 자녀들이 우리와는 다른 

합리적이고도 인간적인 교육의 혜택을 받게 된 것도

바라보면서 너무도 기뻐졌고

남편분의 직장 상황이 갖은 역경 끝에 안정되며

가족이 같이 살게 되는 모습에도 다행이다 소리가 나왔으며


이 모든 모습이 

고생을 실컷 지불하긴 하였지만

살아오던 대로의 관성을 분연히 떨치고 

새로운 시도를 한 자만이 얻게 되는 

아름다운 꿈의 보답인 것처럼 여겨져

아직 떠나보지 못한 혹은 떠날 예정인

모두에게 진실한 용기를 주고 있다


먼 독일에서의 나날들에

앞으로도 행운과 행복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책 속에서

 

...애도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이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면서 느낀 감정과 흡사해서 놀랐다. 26

 

어쭙잖게 배운’ 사람에 속해서 단순노동 앞에서 멈칫했던 마음이 이민자의 삶을 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29

 

나에겐 커피 한 잔남편에겐 맥주 한 병이 불안을 잊게 해주는 고통 완화제다. 33

 

하루 일당 60유로씩 받아서 일주일 치 빵과 우유를 사던 날의 경험은 독일에서 앞으로 어떤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남편과 내게 심어주었다. 34

 

회색 하늘에 마음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예쁘고 환한 것들이 많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크리스마스 과자다. 54

 

졸업식날 선물로 받은 앨범엔 1년간 아이의 적응사가 담겼는데 침울했던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게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마치 꽃이 피어나듯이 환해지는 아이의 눈부신 얼굴에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 66

 

초등학교에서는 태도의 비중이 70%로 오히려 시험 점수보다 높다. 71

 

독일에 오면서 아이들이 우리와는 다른 교육을 받기를 원했는데 꿈이 이우러진 셈이다. 83

독일에서의 수영 교육은 얼마나 빠르게 멀리 갈 수 있는지를 가르치지 않는다.

 

독일에서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구할 최소한의 능력은 갖추도록 교육한다. 99

 

언제나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남편은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살 방법을 모색했다가진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가지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장소를 꿈꿨다그곳이 독일이었다.

 

승승장구했다면 과감히 떠나지 못했을 거다떠나지 않았다면 독일에서 누리는 기쁨을 맛보지 못했을 거아. 161

 

아직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다어느 곳에 살더라도 그곳에서 기쁨을 찾아낼 것이다. 162

 

해가 갈수록 귀가 시간이 늦어지는 남매와 남편의 퇴근 시간만 기다리며 5분 대기조처럼 밥상을 차려내는 일상에 미칠 것만 같았다. 167

 

머리맡으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보며 집으로 온다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운해진 몸으로 고요한 밤공기를 마시면 하늘의 별만큼의 행복이 느껴진다.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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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있건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본 적 없는 오늘과 마주할 뿐이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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