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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영웅
귀도 크노프 지음, 이동준 옮김 / 자작나무(송학) / 2000년 12월
평점 :
아마도 광고라던가, 다른 매체를 통해 '병사들이 성조기를 세우려 애쓰는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워싱턴DC에 가도 이것을 형상화한 기념물이 남아있고, 또 미국인들에게는 애국심과 승리의 상징처럼 남아있는 사진이다.
또, 베트남 전에서 즉결처형의 순간을 찍은 사진이나, 네이팜 탄에 입은 옷이 타버린 여자아이의 사진, 베를린에서 소련깃발을 세우는 병사의 사진 등은 자주 인용되고, 전시되는 유명한 사진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사진은 단순한 한 시간의 기록이 아닌, 세계를 움직이고, 역사의 흐름에서 한 토막을 가져다 옮긴 그런 사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진에는 저마다 숨은 의미가 존재하고, 그 안의 사람들 역시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런 것을 알아주지 않고, 그저 공식화된 미디어의 설명만으로 흘려보내기 일쑤이다.
이 책은, 그 숨은 의미와 사연들을 파고들어 기록하고 있다. 이오지마의 해병대들이 격전끝에 간신히 세우는 것이 아닌, 나중에 깃발을 고쳐 세우다 촬영된 것이었다는 점이나, 네이팜 탄의 끔찍한 참상을 고발한 여자아이는 지금도 그 상흔을 가진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이 책은 알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이런 사진에 대한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참고로, 이 전쟁과 영웅이라는 편에는 주로 2차대전과 베트남전에 집중되어 있지만, 중동전쟁과 한국전쟁도 한 편씩 다루고 있다. 전쟁사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읽어볼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또, '전쟁과 폭력'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저자의, 같은 스타일로 쓰여진 책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이쪽은 전쟁사 보다는 독일 현대사에 좀 더 밀접한 편이지만)한번 읽어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