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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드먼튼의 정원사
조혜연 지음 / 시냅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이 외국으로 나간다. 여행을 떠나고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 봉사활동, 장기취업, 이민... 요즘에는 한국인들도 어딜가나 한명씩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만큼 기회가 늘어났고 그에 맞게 도전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집이 참 쎄다. 로마에 가서 로마법을 따르지 않는다. 한국에서 하던대로 외국 속에 한국을, 한국식 외국문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이국의 정취를 느끼고 이국의 문화를 즐기고 이국의 생활에 빠져보는 것이 맞다.
외국생활의 교과서가 있다면 바로 이 책일 것이다. 작가의 외국생활은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것들로 가득 차있다. 그녀의 글쓰기와 행동을 봐서는 조용하고 소극적인 한국인의 전형을 보는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호기심과 오지랖이 있었나보다. 무엇이든지 해보려고 하고 그것을 잘 해내는 불굴의 한국인을 볼 수 있다. 함께 지내는 제3국의 친구들과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주업이었던 정원사부터 방송국DJ, 자원봉사, 영어교사, 교환학생, 배낭여행까지 6개월 동안 했던 일이라면 믿겠는가? 내 경험과 지인들의 외국 수많은 이야기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경험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저 틀에 맞추어 살며 가끔씩 일탈을 즐기지만 이내 돌아오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작가의 이야기는 정말 엄청나다. 아무도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얼마전에 3개월 동안 러시아와 유럽의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군 전역을 마치고 급하게 떠나게 되었지만 오랜 준비기간을 거쳤고 많은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보니 세상은 너무나 재미있는 곳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들과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는 것부터 여행의 시작이었다. 남들이 다하는 여행이 아니라 나만의 여행인 것이다. 이야기가 있고 즐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는 그런 의미 있고 값진 것을 찾는 것이다.
여행 후에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조혜연 작가도 에드먼튼의 생활을 잊지 못했고 이렇게 책으로 써낸 것은 그 기억이 그녀의 생각에 깊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것, 인간이 가보지 못한 곳은 아직도 많고 경험해야 하는 것도 아직 많다. 경험이란 이럴 때 의미가 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떠나자. 인생은 너무나도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