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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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직후에도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스릴러가 다 그렇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든 이런 책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이야기의 중간에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반전들이 계속되어 감정이 점점 고조되어 갔다. 중장이 시작될 때에는 그녀가 죽을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는 그녀 자신을 죽임으로서 그마저 죽이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전개 되는 줄 알았다.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한 운명의 장난이 되어버리는 가슴 아프지만 너무나 계획적이고 인간 본성의 악을 확인하게 되는 슬픈 이야기로 결론지을 수도 있었으나 이정도의 수준은 이제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결말에 다다를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더니 결국 끝이 없는 마음 없는 공생의 관계에서 에이미와 닉은 이 시대를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이야기가 더욱 와 닿는 것은 사건의 시간들이 우리의 시간과 동일한 시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마치 이 시대의 전무후무한 사건을 보는 듯 더 가슴을 치고 한편으로는 마음을 안타깝게 하기도 한다.

에이미는 다중성을 가진 현대인의 전형을 보여주고, 닉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설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에이미는 정말 무섭고도 위험한 여자다. 그녀는 살인자이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을 가진 여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닉 역시 잠자는 불발탄이다. 그 역시 결코 옳지 못한 과거들과 위험한 성질을 가졌기 때문이다. 여지껏 이들의 이야기를 가지지도 경험하지도 못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보기에는 이들은 정신병자이고 다중인격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 원초적으로 상처를 가진 인간들이었다. 그들의 태생부터 가졌던 상처들이 돌이킬 수 없는 닉과 에이미를 만들었다. 현대인의 삶이 결국에는 이렇게 귀결될 수도 있다는 결론을 가져다준다. 다양성의 시대, 역사가 흐를수록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나타난다. 결국에는 역사가 반복됨과 같이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인간을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악하다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저 이 시대에서는 보기 힘든 인간상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이 인간사에 비극을 느끼게 한다. 또한, 다소 벗어난 결론이지만 자식은 결국 부모에게서 떨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훌륭한 부모를 가졌던 좋지 않은 부모를 가졌던 우리의 인생에 있어 부모는 뼈 속부터 관련되어 있다.

짧지만 강렬한 스릴러 한편을 통해 많은 시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주었다.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는 이 세상을 다시 보게 해주었고 인간의 사고는 어디까지인지 그 경계를 측정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질리언 플린은 이번 작품이 처음이지만 그녀의 다음 작품도 기대하게 만드는 아주 훌륭한 책이다. 빠른 속도감과 적절한 사건배치, 인물설정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훌륭하다. 또한 이 책의 연장선이 될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기대해보며 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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