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 장면들 - 마음이 뒤척일 때마다 가만히 쥐어보는 다정한 낱말 조각
민바람 지음, 신혜림 사진 / 서사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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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탱하는 건 사소한 것들이었다. 말하지 못한 것까지 읽어내려 애쓰는 눈빛, 방금 들은 말을 곱씹어볼 때의 편안한 침묵, 실없는 농담으로 같이 웃어젖힐 때 갑자기 포근해지는 공기, 어딘가 이상한 표현에도 한결같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관대함. 하루하루가 버거울 때는 그런 것들이 순간을 붙들어주었다. 바깥에 찬 바람이 몰아치지만 너는 안전하다고. 안전하지 않은 곳을 건너갈 힘이 너에게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p178

책을 읽고 당신에게 불안함과 우울, 걱정 같은 것들이 훅 들어올때면

이 낱말들을 주머니 안에 작은 조약돌처럼 넣어두고

맨들맨들한 자조, 조금씩 따스해지며 흩어지지 않는 감사,

꼭 쥐어도 변함없는 단단한 희망을 떠올리길 바랍니다.



순 우리말로 엮은 에세이.

독특한 책입니다. 그리고 매력이 넘칩니다.

이 책의 매력은, 첫 번째 입에 잘 붙는, 그래서 외워두었다가 쓰기에 좋은 우리 말을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눈썹씨름' 하지 말고, '나비잠‘주무세요!

눈썹을 찡그려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청하는 ’눈썹씨름‘

아기들이 두 팔과 다리를 벌리고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편 것처럼 누워 세상 편안하게 자는 모습, ’나비잠‘

머릿 속에 떠올리기만해도 행복해지는 단어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문장을 ’좋은 밤 되세요‘란 말 대신 사용했습니다.

1,2년 전 한동안 ’책 쓰는 책‘과 함께 ‘글쓰기 책’들을 읽었습니다.

아래처럼 글쓰기 관련 책들에서 얻은 단어나 규칙들을 적바림(나중에 참고하기 위하여 글로 간단히 적어둠)해 놓기도 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nezumi0712/221477427302



그 중에 우리 말을 사용하여 글 쓰는 것을 권장하는 “사랑하는 글쓰기 (잘못 쓰는 겹말이야기)”라는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쁜 우리 말을 배워 글쓰기에 사용할 생각으로 책을 펼쳤습니다.

- 알맞게 쓸 말을 생각하고 바르게 가눌 말을 헤아립니다. 사랑스레 나눌 말을 돌아보고 기쁘게 주고받을 말을 곱씹습니다. 아름다이 가꿀 말을 꿈꾸고 곱다시 여밀 말을 되뇝니다. [사랑하는 글쓰기]

왠지 생활한복을 입은 분께서 명상하듯 조용히 말씀하시는 옆모습이 연상됩니다. 일상에 사용하기에는 속도가 느리고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뭔가 답답한 느낌이 앞섰습니다.

- 말에는 말하는 사람 생각이 담기고, 글에는 글 쓴 사람 얼이 스밉니다. 우리 머리에 쌓이는 지식이 그저 겹겹이 쌓이기만 할 뿐, 차곡차곡 갈무리가 되거나 얼거리를 잡지 못합니다. [사랑하는 글쓰기] 중에서

결국 저는, 그 책을 통해 저자의 말처럼 지식만 쌓았습니다. 일상에서, 혹은 글쓰기를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을 그물에 올려놓고도 어항 안에 건져 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단어는 전부 ’네이버 사전‘에 저장해 놓았습니다.

물론, 책 마지막 부분에 우리말 단어를 두 페이지에 모아놓긴 했습니다만, 책을 읽는 도중에 계속 네이버 사전에 저장을 해가며 차근차근 책을 읽었습니다.

[네이버사전]의 뜻풀이가 책의 주석과 거의 동일합니다.

([네이버사전]에는 단어를 저장해 놓으면 퀴즈형태로 암기할 수 있게끔 준비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매력은 당연히 책에서 느끼게 되는 저자의 마음입니다.

저자 자신에게 다짐하듯 반성하듯 이야기하는 글들이 제 이야기처럼 다가옵니다. 제 마음과 같아집니다.

⦁저는 자주 생각합니다. 삶은 어차피 조각조작이 모여 만들어진 ‘쪽모이’니까, 오늘부터 한 조각씩 새로 붙여본다는 마음으로 살자고요. 마냥 밝고 가볍지만은 않은 글들이지만, 숨 쉬듯 흔들리며 살아오신 분들이 삶의 어떤 순간에 끼워 넣고 싶은 책갈피를 이 책에서 찾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p08

네. 책갈피 대신 인덱스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머릿 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담아 남기고픈 문장들을 수집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이 책은 저자의 외형, 정확히 말하면 단어로 정의된 삶의 양식이나, 정신병명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제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필명 ‘민바람’을 검색했습니다. 저자의 전작과 책 소개 등도 있지만, 저자의 인터뷰는 없고, 생뚱맞은 건강컬럼에 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30이 넘어서 ADHD를 판명받아 편의점에서 일하는 저자의 생활, 그 일부분을 사회 문제의 일례로 설명합니다.

외국에서 어학강사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마흔이 넘어서 편의점에서 주 3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단단해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단단함”을 모토로 생활하고, 글을 쓰는 작가.

그 다음은 책을 통해 알게 된 그녀의 남다른 성적지향까지

‘독특하다’나 ‘처음 본다’는 호기심으로 책에 손을 내민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신있게 말하건데 이런 소개나 선입견은 책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우울증 환자의 우울한 글을 읽고 우울해진다거나, 눈빛이 염세적으로 바뀌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자의 문장에서 예전의 나를 건강하게 해석하고,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그리고 미래의 내가 품고 가고 싶은 단어와 문장들을 수없이 발굴했습니다.

⦁후회는 과거의 선택을 현재의 시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선택을 했던 순간의 나는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아니다. 그래서 후회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시점을 섞어서 바라보며 감정을 소모하는 일은 어리석다. 스스로 선택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삶을 감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다. 주어진 인생을 방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이 말들은 후회가 많은 나를 위한 자기암시다. p97

책을 읽으며 과거의 후회를 대하는 나의 자세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현재의 부족한 내 모습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단단함으로 가슴팍을 퉁퉁 쳐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행복을 정의하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고 다짐합니다.

⦁나에게 행복은 나아갈 방향을 알고 있으면서 여기가 끝이어도 좋다고 여기는 상태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바라는 미래를 동시에 상상할 때 행복이 선명해진다. 10년 후를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기끔으로 살아 있음을 느끼고, 반대로 앞날 같은 건 없다고 상상하면서 오늘의 가치를 양껏 만지려 노력한다. p53

살면서 불안함과 우울, 걱정 같은 것들이 훅 들어올때면

이 낱말들을 주머니 안에 작은 조약돌처럼 넣어두고

맨들맨들한 자조, 조금씩 따스해지는 감사, 꼭 쥐어도 변함없는 단단한 희망을 떠올리겠습니다.

⦁여름에는 가을날이 오지 않을 것처럼 뜨겁게 살고, 가을에는 또 그 가을만이 전부인 것처럼. 그렇게 산다면, 내가 가을부채가 아니라 겨울부채라도 뭐 어떨까. 겉모습이 아무리 만조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이 마음에서 빛나고 있다면 지금이 나의 전성기다. p19


 



마지막 매력은 글을 쓰고 싶게하는 책입니다.

아름다운 우리말들의 귀한 식재료처럼 도마 위에 올려져있으니 무엇을 만들어도 맛있고 행복해지는 요리가 나올 것 같습니다.

저자가 바라듯이 저도 이 책을 통해 지금이 전성기임을 확인하듯 문장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매일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곧 나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내가 만들어진다.

우리의 삶 자체가 한 토막의 긴 이야기다.

우리는 살면서 매일 이야기를 쓰고 있다.'

[강원국의 글쓰기] 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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