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 그리고 리더십 - 개인과 조직을 이끄는 균형의 힘
김윤태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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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사극을 좋아합니다. 단순히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드라마를 보면서 조선왕조의 가계도를 줄줄 읊기도 합니다. 한 때 한국사시험인증(?)도 준비해서 문화해설사 같은 걸 따는 것도 생각했었습니다.

큰 아이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국사시험 전날이면 새벽까지 아이가 암기한 것을 들어주면서 코칭을 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아이도 국사를 잘 합니다.



반면, 저는 사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명 저도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국사시험을 잘 봤던 것 같은데 말이죠.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종 인명성.... 맞나요? 이것도 이제 기억이 희미하네요.

이제는 관심도 별로 없고 아는 것도 없으니 광해군 등의 유명한 영화를 봐도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순히 등장 인물간의 갈등만 보게 되고 1차원적인 재미만 느끼고 있었죠.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오 재미있네!’를 연발하며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두툼한 책 두께를 보고 ‘아... 읽기 힘든 책이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연도를 포함해 달달 암기를 하던 사회과목이 떠올랐습니다. 역사적 사건과 그 사건이 일어난 연도만 나와있던 교과서의 지루함이 떠올랐거든요.

하지만, 이 책에는 독자를 끌어들이는 이야기의 힘이 있습니다. 책을 덮는 순간까지 지루함없이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Chapter 1. 대업을 이뤘으나 불행했던 왕, 태조 이성계

Chapter 2. 악역을 두려워하지 않은 강인한 책임감의 소유자, 태종

Chapter 3.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천재 리더, 세종

Chapter 4. 강인하고 무자비한 리더십, 세조

제목부터 흥미가 돋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세종의 이야기,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세조처럼 역사적 사실은 몰라도 대중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그대로 제목에 담겨있고 이야기로 풀어져 있습니다.

부끄럽(이라고 쓰고, 마음은 별로 그렇지 않)지만 책을 읽기 전까지는 이성계가 고려의 장수에서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그 유명한 위화도 회군이 어떤 이야기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조선이 518년 동안이나 왕국을 유지했다는 사실은 정말 뜻밖이다.

외세의 침략이 끊이지 않았던 힘없는 조선이 어떻게 500년이란 긴 세월을 견뎌냈을까?

그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는 조선을 이끈 임금과 양반관료들의 리더십에 집중했고,

역사적 사실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는 메시지에 나의 통찰을 담아 책을 구성하게 됐다. [p5]



제가 아는 성안당이라는 출판사는 기능/기술서적으로 특화된 메이저 출판사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반신반의했습니다. 대중적인 실용서로 유명한 출판사에서 나온 책, 그것도 제가 지루해하는 역사분야의 책이라면 읽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박찬호 선수가 요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같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책의 맨 첫 챕터, 태조의 이야기를 읽는 순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중적인]이라는 단어에 방점이 그대로 찍혀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고 배울 수 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만든 역사책이라 다르구나’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저는 성안당의 안목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첫 번째,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게 된 것,

두 번째, 끝까지 재미있게 읽게 되는 이야기의 힘,

마지막으로 역사적 사실을 저자의 통찰을 통해

현대의 우리에게 전달되는 의미와 편향된 인식의 교정입니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당시 왕의 주변상황이나 이전 왕으로부터 시작되는 영향이나 와의 콤플렉스 등을 새로운 알게 된 지식들과 함께 이야기로 풀어가니 복합적인 사실을 보다 흥미롭게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지금도 남아있는 지명이나 단어의 유래 같은 상식과 역사의 재해석도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국문장 등 인터넷 검색으로도 쉽게 찾지 못하는 역사적 단어 등에 대한 각주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만약 ~했더라면....”하는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는 덧없는 상용구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사용할 때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만약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이 아닌 요동 정벌을 추진했다면 지금 우리의 영토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요동 정벌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역사에서 중국을 제대로 공격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지더라도 제대로 한번 들이받았다면 명나라가 그렇게까지 조선을 깔보고 하대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30]

흔히 정확한 유래나 뜻을 모르고 사용하는 단어나 문구의 소개도 신선했습니다.

우리에게 알려진 여진은 오도리, 올랴합, 올적합 세 종족이다. 오도리를 당시 조선에서는 알타리라고 읽었는데, 알타리무가 여기서 시작된 말이다. p65

그 유명한 압구정의 시초가 권세를 누리던 한명회의 별장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낙점이라는 단어가 조정에서 인사권을 가질 수 있는 신하들의 이름 밑에 노란색으로 점을 찍는 황표정사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종로의 방산시장의 이름 유래도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천변에 살던 빈민들이 침수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개천바닥을 깊이 파 물이 넘치지 않게 했다. 그러면서 준천작업에 빈민들을 동원해 임금을 주어 생계비를 지원했다. 백성을 위한 공사를 하면서 일자리 창출까지 한 조선판 뉴딜 정책에 임금의 애민이 묻어났다. 공사에 담긴 임금의 사랑을 백성들도 알았는지 승려와 맹인 등 자원으로 참여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2개월 만에 청계천 정비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때 개천(청계천)에서 퍼낸 흙을 쌓아 방산(芳山)이라 명했는데, 악취 나는 흙더미를 ‘향기나는 산’이란 반어적인 표현으로 지은 것이다. 지금의 방산시장이 바로 그곳이다. 준천 사업도 백성들과의 소통에서 시작됐기에 소통으로 필요한 정책을 찾은 셈이다. p292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종대왕이 엄청난 과식으로 비만으로 인해 일찍 돌아가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설마’하고 부정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자하고 근엄한 표정의 세종대왕 초상에는 그런 이미지를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당연히 역대 최고의 왕이라고 생각한 분이 초기 몇 년 동안에는 신하들의 물음에 하나하나 아버지에게 의중을 묻고 하달하겠다며 허수아비처럼 처신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함께 발명한 것이 아니라, 집현전 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왕자와 공주를 데리고 몰래(?)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셨나요? 세계최초로 출산휴가를 부여한 사람이 세종대왕이었다는 사실은요? 저는 세종대왕의 생일로 스승의 날로 지정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책 제목대로 조선왕의 역사를 통해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 ‘아니되옵니다’를 연발하는 신하를 내치지 않고 끝까지 중용하는 모습, 연회에서 술에 취해 왕에게 실수를 하는 신하는 살려두고, 권위에 도전하는 신하는 참했던 왕들의 모습. 특히, 조선을 세운 태조와 이를 도왔지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태종을 비교하여 리더십을 이야기한 부분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성계는 무장으로서 능력도 출중했으며, 야심도 있었다.

한마디로 이성계의 개인적 자질은 뛰어났다.

이러한 부분이 최영과 조민수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젊은 개혁가들의 추대를 받은 결정적인 이유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리더로서의 중요한 덕목인 책임감과 선택 상황에서의 냉정함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은 주변의 평가와 관계없이 밀고 나가야 한다.

평소 주변으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었던 이성계는 정몽주 제거에 반대했다. [p45]

태종은 행동하는 리더였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행동은 그 시기를 놓치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게 계획을 실행했고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판단하고 주저없이 실행했다.

그 결과 조선의 3대 임금이 된 것이다.

실패하는 리더의 70%는 단 하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실행력의 부족’이라고 [포츈]지는 소개한다.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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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들의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부분을 강조하는 저자의 목소리도 의미있게 남습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찬미, 반미, 찬중, 반중을 외치기보다, ‘쓸 용(用)’자를 써 용미, 용중을 생각할 때이다.

우리보다 강한 나라를 이길 수 없다면 그들을 이용해 실리를 얻는 세종의 지혜로움은 오늘날 관료들이 배워야 할 덕목이다. p101

다시 말하면 풍문탄핵(풍문이나 소문만으로도 탄핵을 할 수 있는 것)은 대간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함에 자신의 직을 걸고 하는 것이었다.

대간은 언론으로서 막강한 힘도 있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가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 형태를 보여주는 요즘의 언론, 이 책임감과 사명 의식은 현대 언론인들이 분명 배우고 본받을 만한 것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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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단편적으로만 외우고 있던 ‘역사’에 대한 인식의 교정이 필요함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붕당정치의 역기능은 분열이고, 순기능은 견제와 균형으로 볼 수 있다.

어느 쪽에 중심을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학교 교과서에서는 대체로 붕당은 분쟁을 일으켜 갈등하는 구조로 설명한다.

하지만 지성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고 어느 정도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를 맞춰 나가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해법과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타나기도 한다.

‘당쟁(黨爭)’이란표현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열등함을 강조하기 위해 “조선 사람은 모이기만 하면 싸운다.”는 당파성론을 주장한 일본인 학자에 의해 사용됐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에 붕당정치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학교 교육에 인용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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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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