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도 결국 어머님은 속이 상하셨습니다. 제사상을 물리고 동생과 제가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마도 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일겁니다.
자다가 일어나 새벽에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동생이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도 새벽 일찍 일을 나간터라 어머니는 그저 아이를 달래고 근처에 사는 고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햇습니다.
랜턴을 찾아 귓 속에 무언가가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두 시간만에 겨우 핀셋으로 꺼냈습니다.
작은 바퀴벌레였습니다.
바퀴벌레가 귓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더 깊숙이 기어 들어갔던 것이었습니다.
그 당시 중간에 교회를 다니던 고모가 기도를 했는지, 성당을 다니던 어머니가 기도를 했는지 기억도 희미합니다.
동생이 정말 아파서 울었던건지 사그락 거리는 바퀴벌레 소리에 놀라서 울었던건지도 기억이 안납니다.
그저 옛추억처럼 웃으며 동생과 그 얘기를 하는데 어머니가 발끈하셨습니다. 당신은 안 그랬다고 잡아떼셨습니다.
“엄니,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긴데 왜 그러세요. 30년이 훌쩍 넘은 일인데... 우리가 원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웃자고 하는 얘기잖아요.”
여기서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결국 지난 번 추석 때부터 다시 입을 다물고 있던 제가 마저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이런 거에도 화를 내시면 가족끼리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해요. 그냥 내가 입을 다물까요?”
그 날은 왠일인지 어머니가 역정을 더 이상 내지 않으셨습니다.
어색한 분위기를 피해 서둘러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저는 애써 내색하지 않고 인사했지만 어머니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비췄습니다.
결국 이틀 후 후폭풍을 시어머니 이야기 잘 들어주는 큰 며느리, 아내가 모두 감당했습니다.
‘둘째 며느리 앞에서 못난 모습 보이기 싫었다.’
‘미안하다고 전화하라고 해라’
아이고.... 아이고.....
그저 어머니와 저는 상극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려 하지만 ‘죄송해요’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기는 싫었습니다.
그 후로 대충 다른 통화를 하며 얼버무리고 이번 사단은 마무리했지만, 전화 한 통 없냐며 섭섭하다며 전화를 하시는 어머님께 “그렇게 하시니 더 전화 드리기 싫어진다”는 걸 깨달으셔야 한다는 고집이 다시 마음 한 구석에 턱하니 자리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