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이후 8년, 더 깊어진 성찰과 사색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년전 직장을 옮기면서 귀촌하여 살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일을 그만두고,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방앗간 옆 창고에 빵집을 열었습니다.

읍내 뒷길을 따라 차를 타고 겨우겨우 찾아가야 하는 작은 빵집.



개업기념으로 컵에 그려 선물한 그림입니다.

주말마다 쉬고 주중 오전에만 영업할 계획이었던 부부는 생각을 고쳐먹고 월요일 하루만 쉬기로 하고 개업을 했습니다.

중간중간 아이 병원 예약 등으로 문을 닫는다는 인스타그램 공지 등이 올라왔습니다.

'잘 될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다행히 부부는 열심히 빵을 만들었고 좋아하는 단골도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가족상을 겪고, 오픈하기전 마음먹은대로 덜 벌더라도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로 결정했습니다.

"토일월 휴무, 주 4일 영업합니다"

'어? 그렇게 하면 안 될텐데....'하고 걱정을 넘어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 지금이야 나같은 훈수꾼 입장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중에 잘 되면 사람들에게 쉼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알리고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몰라'

꼭 치열하게 활동하고 잘 사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역시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책은 저희 부부가 겪어낸 전통 기술과 육아의 신체화, 즉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부딪혀 실현하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집필 과정에서 저는 절임이라는 발효 문화를 통해 일본에서는 한 세대 정도 앞서 사라진 신체화의 문화가 한국인에게는 아직 남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6p [한국어판 서문] 中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이 따로 실려 있었습니다.

이전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호응이 뜨거워 놀랐다고 합니다.

2015년부터 매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방문하여, 한국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하는 부부의 한국 독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일본의 역사 왜곡 등에 대한 미안한 마음까지 담겨 있습니다.

71년, 78년생 두 부부가 세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시골빵집을 운영하며 겪고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이제 막 50이 된 남편의 고집스런 자연빵 만들기에 아내는 자연친화 육아를 고집하며 조용히 지원합니다.

책을 쓰면서 새삼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참 괴짜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우직하게 좇은 지난 여정은 매 순간 내 행동을 즐기고 기억하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스템 속에서 ‘남과 같아야’ 좋게 보는 사회 분위기는 나를 너무도 숨 막히게 했다. 나는 그런 분위기와 싸우며 살아왔다. 그리고 별난 장인이 되었다. 나의 괴짜 인생이 사람들에게 뭐그리 큰 참고가 될까마는 이 책으로 작은 실마리라도 즐겁게 공유화는 곅기를 준다면 다행이겠다. 8p [들어가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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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20대에는 펑크밴드 활동을 하고, 회사생활을 하기도 하다가 서른이 되어서야 5년 가까이 빵집 네 곳에서 수련생 생활을 마치고 다루마리 빵집을 오픈합니다.

2008년 지바현에서 개업한 다루마리는 당초 ‘농업이 있는 빵집’을 내걸었다.

그런 콘셉트를 생각한 마리는 처음에는 빵집에 관심이 없었다.

대학 때부터 장래 희망이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하는 농산물 가공업체 운영이었으니까 말이다.

197p [두 번째 원천, 재료] 中

지산지소(地産地消)

우리나라의 신토불이처럼 일본에서 시작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저자는 자연발효 제빵, 맥주를 고집하면서, 지역경제에 힘이 되는 활동을 연구하고 고집합니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농촌지역 개발, 지역경제 향상 등에 관한 기사 등에 일상화 되어 있는 개념입니다.

농산물을 대형마트에서 쉽게 고를 수 있었던 도시에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살았지만, 촌에서 살다보니 ‘지산지소’의 개념이 생활 도처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WTO 무역 개방, 값싼 중국산, 해외 농산물이 대형마트 진열대에 차오르기 시작할 때 ‘신토불이’를 외치는 공익광고가 흔했습니다만, 이제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그 뿌리가 오래되고, 시작할 때의 접근도 다릅니다.

신토불이가 자국의 농부를 ‘보호’를 시작으로 농산물 경제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면,

지산지소는 패전 이후 경제성장기 일본에서 농촌의 ‘자립’을 위한 캠페인이었습니다.

어쩌면 지산지소가 더 오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한 ‘구호’와 생존을 위한 ‘활동’에서 오는 차이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8754

나도 내가 곰팡이를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글런데 곰팡이를 포함한 균의 세계를 들여다보니 균의 사명감과 목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우리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나는 점차 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덕에 지금은 세상의 상식보다 균이 들려주는 말을 더 신뢰한다. 51p

​

원하는 빵을 만들기 위해 누룩을 기다리고, 실패를 거듭하며 고군분투하는 두 부부의 이야기가 에세치처럼 풀어져 있지만, 당장 ‘농촌경제 활성화 방안‘같은 정책의 사례집으로도 훌륭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빵이 잘 팔리면 그만큼 지역 경제와 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루마리의 경영 목표다. 하지만 이 이념에 따라 빵을 만들면 가격이 비싸진다.

이렇게 비싼 빵을 사줄 사람이 있을까? 개업 당시에는 불안과 걱정에 시달렸다.

실제로 초창기에는 ‘빵’이 너무 비싸다는 원성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싼 편 아니냐는 말도 듣는다.

원료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에 빵을 보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11p

​

다루마리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놀라울 정도로 세련되고 신속하게 움직여주었던 공무원들과 긴 안목으로 도움을 주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길게 볼 줄 아는 사람들]

또 임업으로 흥한 지역이었기에 매사를 장기적 안목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임업가는 할아버지가 심은 나무를 베어 먹고 살기에 앞뒤 3대를 보고 일한다고 한다.

그렇게 긴 안목이 있어서 우리가 구상한 지역 내 순환에 대해서도 이해해준 게 아닐까 싶다.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내기를 원하는 요즘 풍조 속에서 길게 볼 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 점도 지즈초의 매력이다. 41p


자연육아를 지향하는 아내의 기저귀 안 쓰는 육아도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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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1회용 기저귀가 3세까지 다양한 크기로 판매되고 있어 아기들이 두세살이 넘어도 기저귀를 차는 것이 이상할게 없습니다.

하지만, 천기저귀도 잘 사용하지 않던 옛날에는 부모가 고개도 잘 가누지 못하는 아이의 표정을 읽고 요강을 이용해 규칙적으로, 편하게 배설하게 했다고 합니다.

아기 입장에서도 답답한 기저귀 안에 배변하는 것 보다는 시원하게 배변하는 것이 더 편안했을테니까요.

더욱이 돌이 지난 이후로도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으면 배변습관을 들이지 못한 부모가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도구는 대부분 ‘사이’에 존재하며 양자를 잇기 위해 탄생한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사이’에 존재하는 도구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애초에 해야 할 소통을 잊어버리는 일이 많다. 191p [칼럼 기저귀 없이 아이 키우기]

기억해 두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당연히 빵을 만드는 내내 고통을 감내하고 고집을 꺾지 않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그에 반해 나는 전통적인 제빵 방식으로 좋은 상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기 우해서는 수차례 개량해야 했고, 완성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이야말로 가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그런 생산 방식과 기술이 유지될 것이다. 그리고 오래가는 물건을 만들려면 그 재료의 질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산 현장에서 긍정적인 연쇄 반응이 일어날 것이다. 131p

TV프로그램 등에 소개되어 백종원씨를 통해 유명해진 연돈처럼 시골마을 빵집에 손님들이 몰려들고, 강연 등으로 바쁘게 지내지만, 와타나베씨에게도 자영업의 고뇌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주 4일 근무, 1년 중 1달간 유급휴가를 주는 파격적인 근무조건이라고 해도 직원들의 이직률도 높고 맛에 대한 고집을 지키는 어려움도 이야기 합니다.

마리에게 미련없이 가게 문을 닫자고 제안한 다음 날, 직원들에게도 내 뜻을 전했다.

모자란 사장에게 “계속 함께하겠다!”고 말해주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27p

우리가 절대적으로 ‘맛있다’고 오해하는 근거는 그것이 많이 팔린다는 정량적 지표다. 다시 말해 대기업이 대량 생산하고 시장에서 대량 소비되는 맛에 ‘맛있다’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이는 결국 폐쇄적인 시장 시스템을 유지하고 가치관을 획인화하는 행위에 가담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최종적으로는 세상이 하나의 답만 추구하게 되고, 소규모로 독자적인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115p

빵만드는 일도 그랬다. 다루마리 초창기에는 맛있다는 개념의 절대적 기준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지즈초로 이전하고부터는 ‘맛’을 추구하는 행위를 멈췄다. 내 행위의 목적은 시장의 가치관을 넓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에서 폭넓게 인정받는 성공 사례를 따르지 않고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이런 상품도 있구나!’하고 소비자가 놀랄 수 있는 제품, 시장에 다양성을 더하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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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저도 생각을 바꾸어 느리더라도 천천히, 자신을 지키면서 꾸준히 일해온 와타나베 부부처럼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서두르면 안 된다. 그저 이 지역 것을 쓰기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법이니 이 지역을 위해 생각하고 움직였어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결과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러니 먼저 최고 수준을 알고 천천히 만들어야 한다.

우리 생각에 공감하는 농가와 함께 언젠가 최고의 지역 재료를 써서 그 재료의 생명력을 최대한 살린 가공품을 만들고 싶다.

그런 생산 활동이야말로 지역을 살리는 길이다. 218p [세번째 원천, 기술과 도구-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해결하다] 中

[남겨둘 문장]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 많은 생명체가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진다는 자연계의 논리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분명히 인식하려면 자연계가 늘 역동적이라는 사실을 매일 실감해야 한다.

그렇다고 꼭 나같은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도 역동적인 자연의 움직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105p

작아도 좋으니 틀을 깨고 ‘자기답게’ 표현할 때 사람은 만족할 수 있다. 자기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사회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열린 형태를 띨 것이다. 그런 사회에는 분명 틀을 깰 기회가 여기저기 널려 있어서 애초에 자신을 틀에 끼워 맞출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159p

그런데 지즈초로 이전하고부터 그 의미를 이해하고 지금은 조연으로서의 빵을 만든다.

그것 하나만 있어도 부족함이 없는 완성형 빵은 식사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 속에서 발전한 게 아닐까?

패스트푸드도 그런 추세 속에서 탄생한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완성형은 언제나 배타적이다. 버터를 듬뿍 넣은 크루아상은 그래도 상큼한 채소 요리라도 곁들일 수 있지만,

멜론크림빵은 함께 대접할 음식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196p

다루마리가 자체 제분기를 들인 목적은 지역 농가가 생산한 밀을 이용해 지역 내 순환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예상치 못한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밀가루 입자의 크기 정도를 나타내는 입도 문제다. (더 굵은 입자로 오랫동안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었다)

둘째, 밀가루의 선도 문제다. (대형 제분회사는 효소 활성도를 없앤 밀가루여서 산화한 냄새가 난다)

201p [갓 빻은 밀가루의 에너지] 中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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