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왕 - 넘치는 욕망을 싹둑 잘라내는 심플 탐험 에세이
유강균 지음 / 마인드빌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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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쓸일이 있을지 모르니....'

정리를 해도 매번 버리지 못하고 다시 또 주워담는 제 모습입니다.

살림살이가 이방저방 가득해 제대로 누울자리도 없는 어머님 집을

볼 때면 명절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져서 언성을 높이기 일쑤인데도 말입니다.


출판사 카드뉴스를 찾아보니, 소중한 걸 채우기 위해 버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남습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버리고 정리하는지 전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부터 챙겨볼 수 있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합니다.

정리정돈, 미니멀리즘과 관련한 실용서로 생각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베이사이드 호텔 에세이 같은 시작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저자가 누구인지부터 다시 찾아봤습니다.

1985년 강원도 정선 출생, 단국대 공과대학을 들어갔다가 자퇴하고, 이후 재수, 편입, 다른 대학에 들어갔다가 다시 또 자퇴 끝에 스물 여섯이 되어 운동처방학과 입학, 다이어트 프로그래머가 되려는 꿈을 바꿔 게임회사에 입사.

게임 프로젝트가 엎어지면서 퇴사하여 프리랜서 보드게임 작가로 활동.

퇴사를 결심하며 한 가지 결심한 게 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하더라도 결코 쓰러지지 않는,

꿋꿋이 버티는 사람이 되지고.

다시는 도망치지 말자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나만의 필살기를 준비하자고.

그것이 내겐 ‘심플’이었다. 45p

​

여기까지 읽다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의구심이 듭니다.

거기에 초반에 꽤 길게 나오는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에서 나올 법한 호텔에 대한 이야기가 겹쳐지니,

“이 책은 작가의 자기위로를 위한 일종의 ’문화적 제설작업(이것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입니다. 저도 하루키 매니아였습니다)‘인가?“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성공수기도 아니고.... 에세이입니다...

어느 땐가 서로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 내가 소설가라고 말하자 그는 한동안 잠자코 있다가 잠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나 자신의 이야기요”라고 그는 말했다.

“어느 쪽인가 하면, 평범한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당신은 재미없다고 여길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줄곧 생각하고 있었소. 나 혼자 품고 있자니, 언제까지나 납득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이오.”

상관없다고, 나는 말했다.

그는 재미없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해서 상대에게 폐를 끼치는 타입의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가 일부러 나에게 뭔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이 이야기를 했다.

“이봐요, 당신은 소설가로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오? 재미있다고 생각하오? 아니면 지루하다고 생각하오? 솔직하게 말해 주시오.”

“재미있는 요소를 포함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라고 나는 주의 깊고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문학사상 2014년 풀사이드 中]

이 글을 적다 또 다시 이 소설의 제목을 찾아 헤맸습니다.

35세 생일을 맞은 주인공이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안면을 튼 남자와 이야기하는 단편소설입니다.

저 또한 이미 10년전부터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다는 생각으로 주인공처럼 거울 앞에서 ‘의식’을 치루고 난 후 좀 더 알차게 후반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만’했었습니다.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런 장광설을 늘어놓은 걸 보면

시급하게 제 인생이 ‘심플’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수도 있겠습니다. 쿨럭.



저자는 스물 여섯 살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계기로 책을 읽고 기록하는 삶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2013년 굿바이 스물아홉이라는 에세이를 내고, 2016년에는 [보면 볼수록]이라는 e-북 소설을 출간했습니다.


채널예스24의 저자 인터뷰를 먼저 읽었습니다.

하얀 피부의 얼굴, 굳게 다문 입술 샌님같은 인상입니다. (이거 실례가 될 걸 알지만...)

쓰레기장 같은 방에 사는 여자친구와 사귀었을 듯한 인상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네 두뇌회로는 그런 여자친구를 참아 내려면 좀 더 거무튀튀하고 우락부락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냐?“고 따지신다면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쿨럭)

다른 분들의 서평도 둘러보았습니다.

저처럼 실용서로 오해하고 있던 분들이 계시더군요. 그래도 대부분(의 서평단이 그렇듯) 긍정적인 반응이 보입니다.

팔랑귀인 제가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고 급히 겸손해 졌습니다.

나 또한 모든 것을 다 기록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치게 성가시고 피곤한 일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과제하듯 내용을 요약하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일,

논문 쓰듯 장황한 인생 계획을 세우는 일,

특강의 강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의미 없는 정보를 정리하고 모으는 일은 오히려 혹을 달고 다니는 격이다.

다 읽고 나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기억에 남는 문장을 기록해 ‘혹’으로 남겨놓고 책을 덮었습니다.

조만간 이 책의 문장과 느낌이 제 인생에 선언과 구호로 다가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플왕 #마인드빌딩 #유강균

#도서리뷰 #곰아재 #메모독서 #도서리뷰 #도서록 #매일글쓰기 #글쓰기

혹자는 ‘그래도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추억이 떠오르는 거잖아요’하며 반문할지 모르겠다.

글쎄, 물건 때문에 겨우 남아있는 추억이라면,

가끔 물건을 꺼내볼때만 환기되는 정도의 추억이라면....

과연 진짜 추억이라고 할 수 있을까? 101p

그렇다고 버리기의 기준을 재구매의 망설임으로 삼으면

당장 집안 대부분 물건을 버려야 할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은 있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은 한쪽에 치워둔다.

(이 때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104p

물건을 버릴 때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하나의 인식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

소중하고, 추억이 담기고, 비싸고 귀중한 물건이

‘필요한 물건’과 별개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버리기의 철학이 정립된다. 105p

잠에서 깨는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바른 정신은 꾸준한 행동에 깃든다는 것.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지만, 그 정신마저 움직이는 것이 행동이다.

정신이 살아있다고 행동이 바뀌진 않는다.

행동이 먼저 바뀌어야 정신도 뒤따라 변화한다.

요컨대 정신은 차리는 게 아니라, 차려지는 것.

행동은 정신을 이긴다.

마음에 날개를 달아준다.

오직 부지런한 행동만이 살아있는 정신의 증거가 된다.

마음의 작동 원리라는 게 그렇다.

마음을 길들이기 위해선, ‘행동’이라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꾸준함만이

마음에 살길을 내준다. 힘을 준다.

마음은 행동과 함께 움직이니까. 112p

심플은 이렇게 나를 이루던 많은 것들과 이별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길이다.

새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전에 가졌던 생각이 낡은 것임을 인정하는 고백과도 같다.

그리하여 나를 둘러싼 세계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고,

삶 속에서 말하는 ‘나는 누구인가’를 고심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았던 태초의 순수한 모습으로.

그리고 마침내 발견하고야 만다. 심플의 끝이 존재 이유와 맞닿아있는 것을. 185p

잠을 적게 자고, 노력하며, 인생을 치열하게만 살자는 뜻이 아니다.

편하고 안락한 생활도 물론 중요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이유’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이 이유가 명확해지면 삶의 자세가 달라지고, 생활이 바뀌며, 날마다 변화를 꿈꾸게 된다. 196p

심플은 단순하게 사는 방식이 아닌, 변화하는 삶을 살기 위한 수단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힘으로 저렇게 즐겁게 삶을 살 수 있을까?’

상대의 마음에 이 문장을 심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는 더 없이 행복한 사람이리라.

심플한 사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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