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공부합니다 - 음식에 진심인 이들을 위한‘9+3’첩 인문학 밥상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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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날에 떡국을 먹는 일이 고작 50년 밖에 안되었다고?"

1960년대 박정희 정부는 이중 과세를 폐지하고 양력설만 쇠도록 강력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설날의 떡국차례와 떡국 먹기가 정부의 캠페인과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졌습니다.

1970년대가 되면 떡국이란 음식자체를 몰랐던 남부 지역의 가정에서도

양력설에 떡국을 먹고, 음력설에 이웃 몰래 ‘메차례’를 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9세기 서울의 설날 떡국은 20세기 후반에 와서 전국의 떡국이 되었습니다.

206p

"비빔밥의 기록은 전주보다 진주의 기록이 더 오래되었다고?"

"전주비빔밥이 유행하게 된 것은 백화점 행사 덕분이었다고?"

떡국은 본래 서울 지역의 설날 음식이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음식’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 떡국과 비슷하게 특정한 지역 음식이 전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 적지 않습니다.

음식의 역사를 연구할 때, 지역 음식의 전국적 균질화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야 합니다.

그래야 아무런 의심없이 오래된 음식이라고 믿었던 균질 음식의 가면을 벗겨낼 수 있습니다.

207p

오랫동안 배우고 일한게 먹는 일(외식)이라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먹어보는 일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재료의 산지, 특징이나 만드는 법의 특별함 외에 그 음식의 기원이나 유래, 역사 등의 이야기는 풍부하게 얻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박찬일 쉐프의 백년식당이나 여행작가 노중훈님의 책도 좋았지만, 튀김의 역사와 유래까지 집요하게 알아보고 독립출판한 '튀김의 발견‘이란 책이 기억에 남습니다.

https://blog.naver.com/nezumi0712/222046927417

이 책은 제가 그동안 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면서 알아낸 ‘음식 공부법’ 12가지를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하나의 공부법에 가장 적절한 음식 한 가지를 사례로 설명합니다.

문화 인류학자는 문화 현상을 연구할 때 ‘총체적인 관점’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총체적 관점’은 하나의 대상만을 연구하더라도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려는 태도입니다.

곧,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공부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록, 나의 음식 공부 이력서] 258p

이 책은 음식의 유래와 역사, 인문학점 관점에서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쉽게 말하면 제목 그대로 ‘음식공부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12가지 음식, 라면, 아이스크림, 막걸리, 불고기, 두부, 평양냉면, 배추김치, 잡채, 전어, 떡국, 전주비빔밥, 짜장면을 통해 음식 공부할 때 주의할 점을 일러둡니다.

https://youtu.be/IcrH0PNX3t4

 

 

이미 차이나는 클라스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려 온 작가는 휴머니스트 출판사에서만 십여년간 음식문화와 역사와 관련한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수많은 음식칼럼니스트들이 이야기하는 음식들은 대부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현장형 이야기들로 관점이 모아져 있습니다.

오래된 기록을 직접 찾기도 하겠지만 대부분 주영하 작가님과 같이 기록을 직접 찾아 정리한 ‘학자’들의 자료를 인용하셨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각색하기도 하면서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구성하여 대중들에게 전달할테구요.

그렇다면, “‘학자’들의 관점은 좀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편견도 생길 수도 있겠죠.

이 책은 ‘정확한 정보’의 지루함과 ‘기록에 담긴’ 재미가 황금률처럼 배합되어 있습니다.

조금 지루한 부분이 있어도 절대 지나치거나 대충 훑어볼 수 없게끔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특히, 배추김치 부분에서 그 황금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김치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이라는 사실만 강조하듯 알고 있습니다.

배추는 어디에서부터 재배하기 시작했는가?

지금의 배추김치는 언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고추는 들어온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 질문들을 풀어내다 보면 중국이 왜 김치를 자국의 문화라고 주장하는지, 그 근거가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배추김치에 여러 가지 양념과 젓갈이 들어가기 시작한 시기는

적어도 유중림이 살았던 시기는 아니고

정학유가 살었던 시기 이전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곧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반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당시 배추김치를 둘러싸고 무언가 변화가 생겼던 것이 아닐까요?

141p

(총칭으로서의) 김치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먹기 시작했지만, 막상 현재 우리가 먹고 있는 빨간 배추김치에 들어가는 고추는 조선시대에 이르러서야 유입됩니다.

그럼 그 전에는?

고추가 없는 절임형태로 김치를 즐겼다고 합니다.

배추도 이 시기에 재배하기 시작했고, 그 품종도 중국을 통해 들어왔다고 하니 중국에서 부리는 억지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황당한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라구요? 그저 제 기준에서의 느낌일 뿐이니 발끈하시면 안 됩니다.)

신문 기사만으로 당시 사건의 역사적, 사회문화적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시대사를 다루는 역사 개론서를 비롯하여 해당 시대의 다양한 변화상을 살핀 연구 논문과 저서를 읽어야 해당 기사에 숨어 있는 ‘행간’을 읽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근현대 간행물에 담긴 음식이나 식재료 관련 기사는 사료가 될 수도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역사적 변화를 감지하거나 풀어나갈 수 있는 첫머리인 ‘단초’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91p

잡학처럼 부분만을 읽어도 흥미로운 주제도 많습니다만, 어느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치지 않은 주제가 없습니다.

여러 나라를 직접 방문해서 먹어보고 물어보고,

기록을 찾아보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록대로 요리를 해보기도 하면서 파헤칩니다.

고문헌도 의심하라 108p

조선시대 요리책에는 앞선 문헌에서 베껴 쓴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당시 지식인들은 앞선 학자들의 글을 베껴 써야 제대로 학문을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베껴 쓰기는 정당한 학술 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일부 학자들은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고문헌에 음식 관련 기록만 나오면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라고

무조건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사료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단지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다는 점만을 내세워

‘허구의 기록’을 ‘진실’이라고 우기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어렵게 찾아낸 기록도 의심하고 검증합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백과사전처럼 풍부한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책을 다 읽고 "비교적 짧은 내력을 가졌을거라 생각되는 음식 한가지를 정하여 저자처럼 파헤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 유행하는 ‘달고나’의 기원을 찾는다면?"

그저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위키디피아를 읽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달고나에 들어가는 ‘식소다’는 언제부터 만들어졌을까?"라는 질문에서 막혀버립니다.

시작한지 10분도 안 되어 포기했습니다.

어느 한 가지 음식이라도 하루 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저자의 세월과 노력을 가늠하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더 많이 읽히고, 오랜 시간 계속 새로운 정보를 추가하고 수정하여 후대에 남길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만들어지는’ 음식의 전통에 속지마라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는 1983년에 여러 학자와 함께 펴낸 [만들어진 전통]에서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것 대부분은 지난 200여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학자가 전통에 관해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227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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