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 한 부모 가정에서 자란 통역사의 성장 에세이
박정은 지음 / 서사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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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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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아빠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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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비록 엄마는 없었지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 곧잘 있었고,

남들 사는 것처럼 ‘별일 없이’ 살았다.

하지만 ‘엄마가 없어’란 문장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상대가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말이 된다.

이럴 때는 어쩐지

‘엄마가 없다고 매일 슬프진 않아’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한 부모 가정의 아이를

‘불쌍한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종종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당신과 비슷한 비율로 기쁜 날도 슬픈 날도 있으니

가엾다는 불편한 시선은 거두어 주기를 바란다.

지금은 ‘한부모 가정이’라는 단어를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90년대까지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이혼가정‘이라는 단어도 사용하지 않았고,

그저 ‘oo이네는 아빠랑 따로 사는 것 같더라’라는 말을 어머니께 건네듣곤 했습니다.

뉴스에서는 청소년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불안한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말했고, 불안한 가정이 대부분 ‘부모가 이혼했다‘는 특성을 가진 것처럼 생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거친 입들은 ‘애미 애비도 없는 자식’이라는 상스러운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했다가는 말하는 사람이 ‘매장’당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도 부모의 이혼은 잘못이 없는 자식들도 주눅들게 하는 ‘문제’였습니다.

2000년대 직장에서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간단한 신상정보를 묻고 면담하는 자리에서, 부모님과의 동거여부나 건강상태를 묻곤 했습니다.

20대 중반의 90년대생 직원들의 반 이상이 부모님들이 이혼이나 별거 중인 상태였습니다.

‘부모님은 따로 살고 계세요.’

‘그렇구나, 요새는 자식들 다 키우고 헤어지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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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갔다 오니? 요새 키가 부쩍 크네?’와 같은

평범한 일상을 얘기하고 가볍게 지나쳤을 거에요.

제 생각엔 그거면 충분합니다.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다를 바 없이 대하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타인이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차렸을 때부터

저는 저를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마음이 아프더라도 최대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해 주면 좋겠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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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성년을 넘어 직장 상사와의 면담에서도 주춤거리며 이야기하는

후배들에게 건네던 말들이 행여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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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어렸을 때 엄마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엄마는 공부하러 미국에 갔다는 어른들의 말에 어서 공부를 끝내고 돌아오라고 하면 안 되냐며 떼를 쓰고 울던 어린 시절, 집에서 크게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을 때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았답니다.

하지만, 엄마의 얼굴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에게 한부모 가정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공감한다’는 말조차 함부로 내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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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나도 그래’라는 한마디 말의 힘을 믿기에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로 나와 같은 과정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쉽게 던지지만,

그 ‘지나가는 시간’이 엄청나게 느리고 힘겹다는 것을 알기에

그동안 나의 이야기라도 들으며

들풀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견디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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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지만, 어린 시절이 마냥 아쉽지만은 않아’라며 이야기하는 문장은 특히, 10대부터 30대, 40대까지의 한부모 가정의 여성 독자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자의 위로가 여성 독자들에게만 전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아버지에게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같은 아빠’라는 단어가 흔치 않던 시절이기에 조금 거칠지만

하교하고 돌아올 아이들을 위해 ‘밥 챙겨 먹으라’는 간단한 메모와 함께 남기던 편지와 그림, 아직 젊은 나이에 딸들과 함게 좁은 방 안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했다던 저자의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빠는 나를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잡초에 비유하곤 했다.

“딸아, 너는 잡초처럼 자랐구나.‘

언젠가 나에게 써 주신 편지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아마도 제때 물을 주거나 흙을 고르는 등의 노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쑥쑥 잘 자라났다는 뜻이리라.

보통의 딸 바보 아빠라면

장미처럼 색도 화려하고 모양새도 아름다운 꽃에 딸을 비유했겠지만

아빠에겐 그럴 여유는 없었다.

기본적인 먹이기, 입히기, 공부시키기만으로도

두 아이를 혼자서 돌보려면 벅찼을 테니 말이다.

그런 덕분에 나는 당당하게 자신만의 향기를 내뿜으며 피어나는 꽃이기보다

조용히 억세게 자라는 잡초가 되었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는 말이겠거니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 서글프기도 했다.

‘정원에 곱게 자란 꽃도 아닌 잡초라니. 거칠기도 하다.’

사랑하는 내 딸 정은아

어려워도 조금만 참고 견뎌라.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란다.

네가 그걸 깨달을 때까지 너를 혼자 남겨 놓고 싶구나.

중요한 건 스스로 경험해 보고

아빠의 작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서울에 가서 네가 지내는 모습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내가 가슴이 아픈만큼 네게 쓴 약이 되리라

믿으며 둘도 없는 찬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니 어려워도 어렵다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경험을 해봐라.

그것이 곧 네 재산이 될테니.

그럼 다시 연락하자꾸나.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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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부모로서 아이를 대하는 자세도 마음깊이 새길 수 있었습니다.

“아까는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다음부터 그러지 않도록 노력할게.”

내가 진심으로 사과하면 아이도 괜찮다며

내게 이런저런 서운했던 마음을 토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운한 감정이 아이의 마음속에 응어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어쩌면 내 안에 어린아이가 아직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는 지금도 나와 함께 살아가며 과거를 돌아보게 하고

내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지도.

그 후부터 나는 내 자신을 부모와 떨어뜨려 사고하듯

나와 아이도 분리해서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이는 지금의 나도, 어린 시절의 나도 아닌 또 다른 인격체임을 인식해야 했다.

한 인격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그만의 심적, 물적 공간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집에 놀러 온 옆집 아이를 대하듯 보살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니 나도 조금씩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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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이를 대하듯 보살피라.

​참 가슴에 와닿는 문장입니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미숙했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감정이 북받쳐 오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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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워킹 맘’이란 말은 활발히 쓰이는 데 비해

‘워킹 대디’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시대와 맞지 않는 사회 통념상 워킹 대디의 ‘워킹’은 붙이나 마나여서 그런 걸까?

일하는 엄마도 있지만 하지 않는 엄마도 있다는 이분법적인 논리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육아와 가사는 ‘워킹’으로 치지 않겠다는 뜻인지...

고작 단어 하나로도 다수의 인식이 바뀔 수 있으니

워킹 맘보단 신중한 단어 선택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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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조심스럽게 던지는 질문에도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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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의지하고 인정을 갈구하기보다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내가 당당하고 자신을 귀히 여길 때

상대도 거울처럼 나를 대한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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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모의 존재와 관계없이 각자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아끼는 삶의 자세까지 당부하는 저자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냅니다.

“그동안 잘 지내오셨습니다.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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