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만드는 뇌 - 인간은 사소한 일조차 뇌가 시켜서 한다
양은우 지음 / 웨일북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왜 우리 상사는 듣지도 보지도 않고, 이상한 말만하는 거지?”

“질책만 하고 결정은 안해주더니 결국 내가 보고했던 방향으로 지시하다니,

오만한거야? 기억력이 나쁜거야? 혹시 치매?“

요사이 직원 둘만 모이면 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대부분 상사의 험담입니다.

상사의 뒷담화를 하는 이유는, 상사 때문에 부하직원이 스트레스를 받아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급증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게 되기 때문이랍니다.

반면에 상사는 지위감이 높아지면서 코르티솔 분비는 낮아지고,

도파민과 세로토닌,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왕성해지면서 강한 모습과 자신감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결국 부하직원들은 심리적 지위감을 높이기 위해 남을 헐뜯으면서 손상된 지위감을 회복한다고 합니다.

이런 뒷담화 과정 중에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수치가 높아지면서 코르티솔 수치가 낮아지고,

동병상련하는 동료와 함께 유대감이 형성되어 관계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가 늘어나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고 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일상을 뇌과학으로 설명해 줍니다.

왜 멀미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메카니즘이나, 쇼핑할 때 남녀의 차이는 원시시대에 빠른 시간 안에 사냥하던 남자와 꼼꼼히 식물과 열매를 줍던 여자의 습성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진화심리학 관점의 설명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세 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왜 맞는말인지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무릎을 탁치게 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 살 정도 되면 신경회로가 두 배 내지 세 배까지 늘어난다.

뇌는 필요한 것을 충분히 만들어놓은 다음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데,

(중략) 8세쯤 되면 뇌속의 신경회로 연결이 어른과 비슷해진다.



요사이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뇌가 인식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변화시켜

내가 원하는 행동이나 결과를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억지로라도 습관화되도록 행동을 교정하고 계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이 덜 들어가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환경을 변화시켜

뇌가 ‘착각’하게 하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게 된 것입니다.

​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나에게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좋지 못한 습관들을 조금씩이나마 고쳐나갔고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다루게 된 것이다.

삶을 힘들게 만들었던 조바심에서 벗어남으로써

좀 더 여유있는 삶을 즐기게 되었으며,

해야 할 일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등

좋지 모한 습관도 떨쳐버렸다.

여전히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을 때는

부정적이고 강박적인 사고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알기에

사고의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꾸준히 노력한다.

[프롤로그 중]

​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제가 욕하고 흉보던 상사나 연장자의 모습이

제 모습에서 찾고 흠칫 놀라게 되는 일이 생길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40대 후반. 아직 근력이 남아있고 사회적인 지위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설단현상이 심해지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성질은 점점 더 급해지는데 인풋과 아웃풋도 느리니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판단을 잘못하게 됩니다.

메일을 받아도 ‘보긴 하지만 읽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

결국 자신의 행동이나 과오를 기억하지 못 하고

버럭 큰 소리를 내게 되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 딱 좋은 시절에 들어섰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상사가 있으니

시원하게 뒷담화를 하고,

돌아서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 하는데...’하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도 뇌가 시킨 일이야?’라는 깨달음을 얻는다면,

자신과 타인이 가진 사고와 습관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뇌를 더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팁을 얻게 될 것이다.

직접적으로 이 습관은 잘못되었으니 이렇게 고쳐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뇌는 이렇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니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아봄으로써 변화의 실마리를 찾는 쪽으로

이 책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나이가 들수록 말이 안 통하는 이유는 결국 문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삼십 대까지의 문해력이 3등급으로 보통 수준이지만, 오십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최하위 5등급으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나이가 들면 우선 뇌에서 CEO 역할을 하는 전전두엽이 퇴하되고, 인지기능이 떨어지는데, 결국 작업기억이 저하되고, 이는 문해력의 저하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요사이에는 전화 말미에 빼먹지 않고, ‘사랑한다, 고맙다’라는 말을 하는 어머니.

오랫동안 어머니와의 통화나 대화는 너무 힘이들었습니다.

‘내가 언제 그렇게 얘기했냐?’하는 식의 오리발 기억에 더해

불같이 화를 내는 모습에 진저리를 치곤 했습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버럭’은

당신의 오랜 한탄처럼 못 배운 어린 시절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50대를 넘어 편해질 나이가 되었건만

장성해가는 아들 앞에서 뇌가 퇴화되며 발생하는 실수에 체면이 무너지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그 당시 어머니도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 앞에서 화를 내고 뒤돌아 후회하는 일의 연속이셨을 겁니다.

거기에 뇌는 작은 크기에 비해 에너지의 80%를 사용하면서도

게으른 녀석이기에 쉽게 사고하고 판단합니다.

결국 이것이 나이들어 생기는 ‘고집’의 근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뇌는 적은 에너지를 이용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처리하려고 한다.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많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

‘대충’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 그리고 주위에서 환경적으로 심어준 인식 등을 바탕으로 사고의 지름길을 택하는 것이다.

제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조금 더 성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고 일상에서 직접 ‘뇌의 노화’과정을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자신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이해하는 ‘공감’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해줍니다.

심술궂은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떠올리려고 하고,

글을 쓰면서 논리적 구조를 맞추고,

간단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연습 등은

전두엽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긍정적 정서를 담당하는 좌뇌를 많이 활용하거나

두려움을 담당하는 편도체 활동을 낮춰야 한다.

좌뇌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익숙한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뇌는 낯설고 새로운 것은 우뇌로 받아들이지만

그것이 익숙해지면 주로 좌뇌에서 처리한다.

그러므로 낯설고 힘든 일보다는 익숙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언어중추가 좌뇌에 있으므로 글을 읽고 쓰면서

언어중추를 자극하는 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식노동자는 정보시스템의 조작자나

창조성이 떨어지는 단순한 일꾼으로 퇴화되고 있다.

사유를 통해 가치 있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선택지를 고르는 정도의 사고만 하는 것이다.

판단이 필요한 순간에 키보드 앞에서 검색을 택한다.

검색이 사색을 대체한 것이다.

이로 인해 사고 수준은 더욱 얕아지고 인간은 무책임해진다.

일상을 운명으로 치부하지 않도록,

의식없이 나이를 먹지 않도록

꾸준히 책을 읽고 사유하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지 않으면 삶이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데

이를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른다”

[칼 구스타브 융]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