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so_c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아직 멀었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인간상에 가까워지려면, 대체 얼마의 시간과 얼마의 고행이 필요한 걸까.
전단지를 돌린지 한 달이 지났다.
전단지를 처음 돌리러 나갔을 당시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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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강남 교보에서 돌렸다.
어제는 작가처럼 보이려고 정장에 뿔테를 썼고
오늘은 장난꾸러기처럼 보이려고 프로펠러 모자를 썼다.
둘 중에 어떤 게 더 효과적인지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좀 더 경험이 필요하다.
오후 한 시부터 다섯 시까지.
네시간을 인사했더니 허리와 정강이,
그러니까 인사근육에 알이 배겼다.
여기에 알이 배긴 건 처음이다.
평소에 나름 인사를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나보다.
뭐, 힘들다는 말을 하겠다는 건 아니고,
알이 배길 만큼 뭔가를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을 조금쯤 자랑하고 싶은 것이다.
뜨거운 태양, 비오듯 흐르는 땀,
야멸차게 지나치는 사람들,
-보다 힘든 건 외로움과 두려움이었다.
외롭다.
혼자서 글을 쓰고 혼자서 출판사를 설득해야하며
혼자서 홍보를 -물론 출판사가 매대에도 올려주고 이벤트도 해주지만,
거리에 나와 전단지를 같이 돌려주는 출판사는 단연코 없을 것이므로- 해야 한다.
거기서 오는 외로움이 있다. 나는 이제 전우, 동료, 나까마, 그런 게 없다.
두렵다.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돌렸다. 훨씬 많이. 대략 7~8백장.
하지만 오늘은 단 한 명도 싸인을 해달라거나
책을 사서 내게 오는 사람이 없었다.
어제처럼 까르르 웃어주던 소녀들도 없었다.
강아지랑 인사해도 돼요? 라고 묻는 아이들도 없었다.
강남 특유의 분위기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일은 하나도 없었다.
성과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상당한 두려움을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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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작 이틀 전단지를 돌리고 저런 글을 토해냈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감상이다.
서너시간 인사를 하면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이제 별로 힘들지 않다.
한 달만 열심히 인사해도 인사근육은 쑥쑥 자라나는 것이었는데.
힘들었다는 불평과 자랑은 지나쳤다.
나를 응원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났다.
감당이 안 될 만큼 수많은 응원의 말을 들었다.
예전에는 나를 비웃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내게 엄지를 치켜세워주는 사람이 보인다.
예전에는 전단지를 쳐내는 사람들이 마음에 남았는데
이제는 전단지를 받아주는 한 분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나에게는 전우, 동료, 나까마가 있다.
심지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라는 길을 택한,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게 된 내 배에 올라타겠다는 사람-사랑하는 삼식이-도 생겼다.
창피하다. 해보지도 않고 무섭다, 두렵다 징징거린 것이.
그래도 이런 깨달음을 얻어가고 있으니 얼마간 성장했다고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주 조금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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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다. 나는 아직 멀었는데.
멀었다고 툴툴거리지만 말고 조금 더 가까워지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쳐야겠다.
나는 이 분들의 희망이 되고 싶으니까.
나는 멋진 사람, 멋진 작가가 되고 싶으니까.
그렇게 멋져진 나와 나의 글이 팔리게 된다면,
나는 아주 약간 쾌적하게 글을 쓰는데 필요한 것 이상의 물질은 나누며 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