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최석규 지음 / 좋은땅 / 202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대부분 실용서를 읽고 메모하듯, 정리하듯 리뷰를 남기고 있습니다.

댓글에 대한 답도 없고, 다른 이웃블로그도 잘 찾아보지 않습니다.

제게 블로그는 소통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저 기록하기 위한 장소처럼 사용됩니다.

가끔 서평 요청의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만, 대부분 원하는 주제의 책이 아니어서 거절하게 됩니다.

메일로도 가끔 서평 요청이 오곤 하는데, (제가 서평을 잘 써서가 아니라 그저 250개의 서평글에 대한 누적수치로 선택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사나 마케팅 대행사가 아닌 개인의 요청이 올 때가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정년퇴임 후 시집을 출간하신 어머님을 위한 아들의 부탁이었고, 이번에는 작가님의 요청이었습니다.

실용서가 아닌 책의 작가님이 직접 요청하시는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Subject: 책을 출간하면서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 최석규라고 합니다.

제가 올해 국가문화예술지원공모사업 지원금으로 그간 문학상을 받은 단편소설들을 모아 첫 소설집을 출간했습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7356937

아래는 제 책에 관한 다른 인플루언서의 소감 링크입니다.

https://blog.naver.com/gogorealty/222277255704

https://blog.naver.com/yhsk4148/222243439798

https://blog.naver.com/sunred3/222236648577

https://blog.naver.com/yepjooya/222316318448

무명 작가이다 보니 책 홍보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방법을 찾아보다가 책을 소개해주는 북 인풀루언서에 관해 알게 되었습니다.

1. 저처럼 무명 작가의 신간도 리뷰를 하시나요?

- 만일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제가 해야 하는건가요? 절차가 궁금합니다.

2. 주소를 알려주시면 책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단편소설 한두 편이라도 읽어 보시고 귀 채널의 성격과 맞는다면 한 줄 평이라도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석규 드림.


며칠간 고민을 하다 회신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반갑습니다. 전북 고창에 사는 곰아재입니다.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소설은 잘 안 읽고 대부분 실용서 위주로 서평활동을 하고 있어서

메일을 받고 며칠 머뭇거리다가, 책 정보와 다른 분의 서평을 읽고 읽고 싶어졌습니다.

(이미 네이버 네티즌 리뷰가 30건 가깝던데... 무명작가는 아니신 것 같습니다. ^^)

좋은 인연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출판계의 생리나 책 홍보 방법을 잘 모르는 작가님이신가?‘

작가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습니다. 뉴스를 검색해 봐도 출판사에서 정리했을 듯한 기획기사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출판사 홈페이지까지 가서 찾아보니 특이하게 자비출판 카테고리가 따로 꾸려 있습니다.

작가님의 말처럼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자비출판의 형태로 출간하신 것 같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소설가 최석규”를 검색하였습니다.



[출처] https://blog.daum.net/dnjswk1/13857697

1969년 서울출생?

신인작가란 프레임과 소설을 읽는 동안 느낀 정서로는 작가님의 나이는 많아야 30대 중후반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소설 중 “축제”는 2019년 공무원문예대전 은상 수상기록이 있어 공무원이실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회전초”의 주인공과 가장 근접한 나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함께 살지만 서로 한마디 말도 없이 살고 있는 30대 부부.

3년 전 남편의 사업 실패로 생업전선에 뛰어든 아내는 갑질 고객에게 당한 충격으로 사산을 하고 더 이상 임신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카그라스 증후군(치매처럼 가까운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인격으로 인식하는 정신병)으로 주위와 마찰을 일으키고 남편과는 더 멀어집니다.

아내는 태어날 아기를 위해 모아두었던 돈으로 담을 쌓을 만큼의 많은 책을 사들이고 스스로 방에 갇힙니다.

“집안은 절간처럼 늘 조용했어요. 아내는 자기 방에서 책만 읽습니다.

종일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때도 있었죠.

남들에겐 이상하게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그게 평범한 일상입니다."

그리고 어느 날 사라집니다.

“여기 상담하러 오신 분들 대부분은 자기 배우자를 아주 잘 안다고 믿어요.

하지만 상담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즘에는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내가 낯선 사람과 살고 있었다, 다들 그렇게 말하죠.“

​

오랜만에 읽은 소설의 글맛에 단숨에 읽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이 생각났습니다. (물론 제가 읽은 소설의 대부분이 무라카미 하루키인 탓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아내가 사라지는 이야기가 태엽감는 새였던가?‘

내년에는 실용서 읽기를 잠시 접어두고, 20여년 전부터 읽어왔던 하루키의 모든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갑자기 사라진 아내, 가장 친밀한 존재였다고 생각했으나, 가장 알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는 순간

마치 영화 카메라가 “줌 아웃 트랙인” 되듯, 세상도 나와 멀어지는 듯한 순간을 경험합니다.

*초점은 멀어지면서 카메라가 앞으로 다가와 배경은 뒤로 물러나고 배우는 그대로 남는 촬영기법

이 때부터 작가의 치밀한 묘사와 감정표현이 두드러집니다.

​

***수상소감***

소설가로 사는 좋은 점은 타자의 삶을 그럭저럭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백년을 훌쩍 뛰어 넘기도 하고 성별이 바뀌는 진기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바람이나 돌멩이가 되어 사람들을 관찰할 때도 있지요.

그것은 책을 피동적으로 접하는 것과는 질과 결이 다릅니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을 알게 된 후 거기에 물을 타서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취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이번에 수상한 소설 '축제'의 노구 이야기가 삶이 되길 바랍니다.

작가;최석규

​

작가의 말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작가의 작품 주인공을 통해 작가를 어렴풋이 예상하고 상상을 하는 ‘독자’로서는 그 질과 결의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남녀노소. 일곱 개의 단편은 주인공의 나이와 성별이 모두 다른데도 이렇게 작가님에 대한 집요한 상상을 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치밀하고 섬세한 감정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상상을 하여 쓴 글이 이렇게 치밀하니 다른 사람의 눈으로 엿보듯 관음의 쾌감을 넘어 버립니다.

짧은 단편을 모은 책이지만, 여기에 서사를 더해 새로운 장편이 하나쯤 나오면 좋겠습니다.

곰치가 소설가가 되는 상상이 이루어지거나.

카페 글쓰기 좋은 날에서 다시 만난 아내가 작가로 등단하거나.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등장하는 하드보일드도 기대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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