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보약 - 어디서도 배워본 적 없는 가족과 잘 노는 법 | 내 아이의 생각에 투자하는 비법
강우석 외 지음 / 창의체험문화협회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퇴근을 하면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는 아빠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 웹툰을 보고 있습니다.

하루내내! 잠들때까지!

할머니가 주신 스마트폰 공기계를 와이파이에 연결하여 붙잡고 있습니다.

화장실을 갈 때도, 밥상 앞에서도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가 아빠의 버럭에 깜짝 놀라곤 합니다.

아빠는 3학년이 되면 스마트폰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녀석과 스킨쉽을 하고 함께 그림을 그리는 등의 활동을 했지만 길게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조잘조잘 이야기도 잘하고 꼬박꼬박 말대꾸도 잘하는 것 같지만 막상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면 주어나 목적어가 빠진 상태로 해석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놓기만 해서 한참을 듣고 다시 되묻곤 합니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니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무심해져버렸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에게는 자존감과 문해력, 창의력이 가장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책 읽기를 권했지만, 어느새 둘째 녀석은 스마트폰 바보가 되어버린 것 같아 씁쓸합니다.

그나마 자존감은 똘똘 뭉쳐져 있는 녀석이지만 고학년이 되면 문해력과 이해력이 떨어져 친구들 사이에서 바로 자존감마저 떨어질 것 같아 두렵습니다.

​



우선 아이와 놀면서 이야기해보려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560페이지가 넘는 아주 두꺼운 책이어서 펼쳐보기도 전에 살짝 겁을 먹었습니다.

‘뭐야... 아이와 함께 노는 데에도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어야 하는건가?’

​

이 책은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보드게임과 그로 인한 효과, 필요성 등을 많은 사진자료와 함께 정리된 ‘보드게임 놀이백과 사전’입니다.

일반 학부모외에도 교사들이 학습교안으로 어떻게 보드게임을 활용할 수 있는 ‘학습 활동양식‘까지 정리되어 있습니다.




부록으로 받은 위그아웃이라는 보드게임을 꺼내 아이와 함께 설명서를 읽어보고 보드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캐릭터마다 5벌의 카드가 있고, 짝을 맞추거나, 없으면 뒤집어 새로 카드를 받는 방식이 트럼프카드로 하는 원카드와 비슷해보였습니다.

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건지, 게임의 룰이 생소했습니다. (단판에 끝나지 않고 여러 번을 진행해 합산하는 방식입니다.)

중간에 딸아이와 게임의 룰을 다시 읽어보고, 적당히 합의하여 원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게임을 했습니다.

나중에 책을 읽어보니 설명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책에는 기본게임방식 외에 응용게임방식까지 실려있고, 그 효과도 설명되어 있습니다.

응용게임 방식은 수학적인 효과까지 있다고 하는데,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당연히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으니 저는 재미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집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빠와 함께 게임을 하니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동네의 애정하는 카페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아내는 책을, 그리고 딸아이는 스마트 폰을 붙잡고 함께 모여 따로따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가한 낮 시간, 손님은 우리 밖에 없었습니다.

바쁜 점심시간을 지나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엄마와 딸, 그리고 아들이 함께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보드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20대 후반의 자녀들이 엄마와 함께 보드게임에 푹 빠져있다니...


큰 아이는 세상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고등학생이라면 겪을 법한 자기 진로에 대한 고민, 사회적 상황이나 자신의 처지나 환경에 대한 불만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가족이 함께 한 보드게임의 덕분일까?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도 열심히 하고, 나름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의젓한 청년은 아빠게에 과거를 묻는다.

그것도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17p]

8명의 공동 저자 중 한 분의 글을 보니 카페의 가족들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참 부러웠습니다.

저자의 자녀는 가족들이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상대방의 느낌이나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상태가 되니,

아빠에게 친구처럼, 또는 후배처럼 질문하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 짧더라도 깊게 놀아주라는 말에 공감하고, 아이뿐만이 아니라 저도 즐거운 활동들을 해왔습니다.

“아이랑 함께 놀아주는 것도 길어야 3~5년이야...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도 아빠랑 안 놀아주려고 할 거야”

​회사 선배의 말이 가슴에 콕 박혀 큰 아이와는 시간을 오래 보냈던 것 같습니다.

큰 아이는 다섯 살 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아빠와 함께 잠자리를 잡고 표본을 하곤 했습니다.

참별박이 왕잠자리, 부채장수 잠자리... 보통 아이들은 잘 모르는 커다랗고 예쁜 잠자리의 이름을 줄줄 외웠습니다.

그런데 둘째 녀석이 다섯 살 때에는 그렇게 하지 못 했습니다.

둘째의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 준 건 저였습니다.

며칠 째 퇴근하고 밥을 먹기 전까지 둘째 아이와 원카드를 하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게임은 녀석의 승률이 더 높습니다.

아이와 겨룰 수 있는 게임이니 저도 재미있습니다.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빠가 퇴근할 때면 아이는 스마트 폰을 보지 않고 달려나와 인사합니다.

오랜만에 녀석에게 효도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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