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황인숙 산문집 / 황인숙
출판사 달출판사 / 일자 : 초판 1쇄 2020년 10월 14일
읽은기간 2020년 12월 1일~3일 정리한날 2020년 12월 5일
책소개
[소감]
오랜만에 읽어보는 산문집입니다.
황인숙 작가의 수필입니다.
작가는 간간히 글을 쓰고 새벽, 점심, 저녁으로 동네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챙겨주는 캣맘입니다
노숙인들이나 폐품 걷어서 사는 이들이 어떻다는게 아니라, 내 행색, 즉 정신 상태가 삶을 방기했거나 기진맥진하도록 고생하면서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노숙인들이나 폐품 걷어서 사는 이들이 어떻다는게 아니라,
내 행색, 즉 정신 상태가 삶을 방기했거나
기진맥진하도록 고생하면서 사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지리궁상입니다.
제대로 가꾸지도 않고 쾡하니 동네를 돌 때면 주변의 폐지수거 노인들이 말을 걸어오거나, 서울역 노숙자들이 말을 걸어올 지경입니다.
오래도록 몸을 씻지 못한 사람을 욕조에 담그면, 그 백배는 더 균이 녹아나올 것이다.비둘기 담아뒀다가 건져낸 물을 마시게 하지 않은 다음에야 비둘기가 더럽든 말든 사람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비둘기한테 병 옮아 죽었다는 얘기 한 번도 못 들어봤다. 대찬 환경보호자라면, 비둘기도 같이 살아야지요. 그냥 치우고 닦으면서 사세요.할 수도 있으련만.
오래도록 몸을 씻지 못한 사람을 욕조에 담그면, 그 백배는 더 균이 녹아나올 것이다.
비둘기 담아뒀다가 건져낸 물을 마시게 하지 않은 다음에야
비둘기가 더럽든 말든 사람에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비둘기한테 병 옮아 죽었다는 얘기 한 번도 못 들어봤다.
대찬 환경보호자라면, 비둘기도 같이 살아야지요.
그냥 치우고 닦으면서 사세요.
할 수도 있으련만.
고양이도 모자라 비둘기까지 챙기기도 하십니다.
이 양반 아무리 제 몸하나 건사하면 되는 단촐한 삶을 옥탑방에서 동료나 후배들에게 빚을 져가며 살고 있다지만 대책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사람보다 고양이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못마땅합니다.
내 나이를 추상화하자면, ‘나이’라는 것 자체가 추상인 듯도 싶지만,겨울을 코 앞에 둔 이 맘때라 할 수 있겠다.변신 욕망이나 새로운 삶에의 의욕이 샘솟는 건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나 언제까지고 에너지 넘치는, 가령 피카소 같이, 아주 드문 경우이고 대개 삶의 추위에 망연할 나이.글쎄, 글쎄, 글쎄, 라고만 우물거릴 나이. 아니 힘을 내보자! 라고만‘이 아니라 ’라고는‘ 웅얼거릴 나이.‘글쎄’는 아직 여지가 있는 감탄사 아니던가?
내 나이를 추상화하자면, ‘나이’라는 것 자체가 추상인 듯도 싶지만,
겨울을 코 앞에 둔 이 맘때라 할 수 있겠다.
변신 욕망이나 새로운 삶에의 의욕이 샘솟는 건 축복받은 유전자를 타고나 언제까지고 에너지 넘치는,
가령 피카소 같이, 아주 드문 경우이고 대개 삶의 추위에 망연할 나이.
글쎄, 글쎄, 글쎄, 라고만 우물거릴 나이.
아니 힘을 내보자! 라고만‘이 아니라 ’라고는‘ 웅얼거릴 나이.
‘글쎄’는 아직 여지가 있는 감탄사 아니던가?
1958년생, 올해나이 예순 셋
글로 느끼는 나이는 잘해야 50대 초반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젊게 봐주셨다고 농을 치시겠지만, 그만큼 철딱서니 없는 삶을 사시기에 그렇게 느낀 것 아닐까요?
하긴 어르신들 대신 폐지카트를 비탈 위아래로 옮기시는 걸 보니 아직 근력은 좋으신 것 같습니다.
'철새에게 비행은 도전이 아니라 힘겨운 일상이며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할 강제적인 운명이다.‘바로 이 구절을 내게 읽히고 싶었던 듯하다.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야생에 깊이 관여하지 말라고,그들에게 야생을 돌려주고 나도 좀 풀려나라고.
'철새에게 비행은 도전이 아니라 힘겨운 일상이며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할 강제적인 운명이다.‘
바로 이 구절을 내게 읽히고 싶었던 듯하다.
길고양이와 비둘기의 야생에 깊이 관여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야생을 돌려주고 나도 좀 풀려나라고.
책 띠지에 “아낌없이 나누는 다정과 명랑. 시인들이 지지하고 닮고 싶어하는 황인숙 시인의 신작 산문집”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지지하는 건 그렇다 치자. 닮고 싶어한다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를 포함해 내 주위 친구들은 하나같이 패배자들, 젊은이들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반면교사가 될 사람들이다.
생각해보니 나를 포함해 내 주위 친구들은 하나같이 패배자들,
젊은이들이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반면교사가 될 사람들이다.
향수를 선물해주는 번듯한 후배 시인도 있고, 매주 로또를 사는 것을 잔소리하지 않고 안타깝게 바라보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펴낸 바지런함 덕분에 인덕을 품고 사시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는데,늙는다는 건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꾸역꾸역 사는 것이다.
늙지 않으려면 죽어야 하고, 죽지 않으려면 늙어야 하는데,
늙는다는 건 아름다운 것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꾸역꾸역 사는 것이다.
이런 문장을 읽을 때면 그냥 혼자 쓸쓸히 조용히 사시다가 가시려는 건가? 하는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그렇게 ‘이 양반 제 앞가림도 못 하시면서...’하는 과잉감정이입을 품은 상태가 지속됩니다.
가진 돈을 몽땅 털리는 황폐한 맛도 있다지만 나는 그 맛을 모르니 진정한 도박꾼이 못 된다. 그저 즐겁게 놀다가 아주 조금 잃거나 조금 많이 따는 게 소망인 소박한 포커 애호가다.
가진 돈을 몽땅 털리는 황폐한 맛도 있다지만
나는 그 맛을 모르니 진정한 도박꾼이 못 된다.
그저 즐겁게 놀다가 아주 조금 잃거나 조금 많이 따는 게 소망인
소박한 포커 애호가다.
우리 주변에서 혀를 끌끌 차며 쳐다보는 초로의 여인이 알고 보니 글을 쓰고 시를 쓰는 생활인이라는 것을 알 때 느낄 법한 경외감이 일어납니다.
걷는 게 고역일 때 / 길이란 /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 해치워야 할 / ‘시간’일 뿐이듯이//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오늘밤도 묵묵히 / 납작한 바퀴 위에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가파른 비탈 아래 / 납작한 할머니들[세상의 모든 비탈, 황인숙]
걷는 게 고역일 때 / 길이란 / 해치워야 할 /‘거리’일 뿐이다
사는 게 노역일 때 삶이 / 해치워야 할 / ‘시간’일 뿐이듯이//
하필이면 비탈 동네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들
오늘밤도 묵묵히 / 납작한 바퀴 위에
둥드러시 높다랗게 비탈을 싣고 나른다
비에 젖으면 몇 곱 더 무거워지는 그 비탈
가파른 비탈 아래 / 납작한 할머니들
[세상의 모든 비탈, 황인숙]
시집 안가고 교회 이곳 저곳에 얹혀 살고 있다는 어릴 적 다정했던 둘째 고모가 생각이 납니다.
딱 황인숙 작가의 나이 언저리가 되었을텐데....
얼마나 외로우실까....
몇 년 새 내 마음이 너무 피폐해진 것에 문득 섬뜩할 때가 있다. 내게 혐인증을 일으키게 한 사람들은 거의 길고양이 밥 주는 와중에 만났다.그들은 인간 일반이 아니라 그 일부분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 인간의 부정적 모습과 만날 기회만 있었을 뿐인 것이다. 또 생각해보면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순박하고 다정한 이웃이 훨씬 많지 않은가
몇 년 새 내 마음이 너무 피폐해진 것에 문득 섬뜩할 때가 있다.
내게 혐인증을 일으키게 한 사람들은 거의 길고양이 밥 주는 와중에 만났다.
그들은 인간 일반이 아니라 그 일부분이다.
그리고 내게는 그 인간의 부정적 모습과 만날 기회만 있었을 뿐인 것이다.
또 생각해보면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순박하고 다정한 이웃이 훨씬 많지 않은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무시를 당해도, 이렇다할 반박도 안하고 조용히 뒤돌아서는 작가가 아직 사람을 믿고 지지하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넉넉하거나 여유로운 미래는 없어보입니다만,
고양이를 아끼고 동네 노인들을 살피며 마감일을 매번 넘겨도 꾸준히 글을 쓰는 삶.
부럽지 않지만 존경스럽다는 생각은 듭니다.
어떤 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다들 “원웨이 티켓!”에 목소리를 보탰다. 나보다 좀은 나이가 적은 듯한, 비슷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그들이나 나나 이런 미래가 기다리는 길에 들어선 게 어느 시점이었을까.비탈을 내려오면서 그들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오즈의 마법사’ 생각이 났다.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녹슨 양철 인간.... 나는 도로시가 아니라 그 셋을 합친 것 같은 인간이지.도로시는 어디 있는가.
어떤 이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다들 “원웨이 티켓!”에 목소리를 보탰다.
나보다 좀은 나이가 적은 듯한, 비슷한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
그들이나 나나 이런 미래가 기다리는 길에 들어선 게 어느 시점이었을까.
비탈을 내려오면서 그들 모습을 떠올리니 왠지 ‘오즈의 마법사’ 생각이 났다.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 녹슨 양철 인간....
나는 도로시가 아니라 그 셋을 합친 것 같은 인간이지.
도로시는 어디 있는가.
아마도 작가라면 본디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에 살며 적당히 존중받고 여유로운 노후를 시작할 거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생활인으로 다가옵니다.
내가 상상했던 초로의 작가가 아니라, 오늘 동네에서 본, 카트를 끌고 저 골목길을 막 돌아서는 여인입니다.
이제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더 초라해질 미래가 불안하기만한 마음이
작가에게 안타까움으로 투영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열망하는 건 아마도 존재의 변화가 아니다.그대로 시들어가는 자기 존재를 되살리는 것이다.막다른 곳에서 쳇바퀴처럼 도는 지루한 일상이 숨통을 막을 때 우리는 변신 욕망을 갖게 된다.일상의 패턴을 바꿔서 그 충격으로 삶이 꿈틀, 움찔,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가 열망하는 건 아마도 존재의 변화가 아니다.
그대로 시들어가는 자기 존재를 되살리는 것이다.
막다른 곳에서 쳇바퀴처럼 도는 지루한 일상이
숨통을 막을 때 우리는 변신 욕망을 갖게 된다.
일상의 패턴을 바꿔서 그 충격으로
삶이 꿈틀, 움찔,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도 작가가 계속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여유롭기를 바랍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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