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도서리뷰] 2020-29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제목 :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저자 유드 세메리아 / 이선민 옮김

출판사 생각의길 / 일자 : 초판 1쇄 2020년 4월 20일

읽은기간 2020년 4월 19일~22일 정리한날 2020년 4월 22일

[소감]

책의 부제를 보고 바로 손을 뻗었습니다.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그들이 불행한 건 내 책임인 것 같아요.”

가족에 대한 가짜 죄책감에

시달려온 당신에게 말합니다.

먼저,

“모든 책임을 단호하게 내던지세요.”



아들과 함께 살지 않고 떨어져 홀로 살고 계시는 어머님만 생각하면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어쩌다 한 번 통화를 하면 자식걱정에서 시작되는 넋두리와 신세한탄, 그리고 ‘돈이 있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부터 남들과의 비교...

온통 우울한 이야기만 듣다보니 진절머리가 나버려 매번 서로 감정만 상하는 말들만 나누게 됩니다.

이젠 안부 전화하는 일도 연례행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것 없는 돈 얘기는 그만해주시라는 부탁은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정도가 덜 해졌습니다.

함께 차를 타고 움직일 때면 노곤하실텐데도 눈도 붙이지 않고 계속 했던 이야기, 남 이야기를 반복해서 늘어놓습니다.

그저 머리에 스치는 생각을 입으로 바로 뱉어내는 것이 오랜만에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어색함을 떨치기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오셨기 때문입니다.

주위로부터 인정받아야 하고, 체면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아이마냥 마흔 넘은 자식들에게 인사를 하라고 성화를 하시는 모습,

쏟아내던 말들을 기억하지 못 하고, 툭하면 ‘내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했냐?’라며 화를 내시다가 결국 못 배운 부모를 무시한다는 비아냥으로 넘어가곤 했습니다. 결국 비슷한 이유로 마실간 자리에서 동네 할머니들에게도 ‘무시’를 받고 한동안 우울해 하실 때도 있습니다.

어머님과 멀리 떨어져 지방으로 내려오니 제가 받는 스트레스는 줄었지만 대신 아내가 고생을 합니다.

글을 읽거나 쓰지 못 하시니 지자체에서 나온다는 지원금이 언제 나오는지, 어떻게 타야하는지 알아봐달라고 하셔서 뉴스를 통해서 일정을 확인하고 말씀드렸지만 ‘다른 할머니들은 바로 나온다더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스무통 이상의 전화로 듣는 것은 이제 아내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내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이렇게 어머니에 대한 답답한 마음이 꽉차올라 줄줄 흘러 넘치는 저에게는 매력적인 부제목이었습니다.

가족간의 여러 가지 문제-의존성 인격장애, 부모화 등에서부터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증상이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미숙함은 한 개인이 ‘어른’으로 변해가기 시작하는 출발점이 되는 상태입니다. ‘adult’는 ‘성장하고 자라기를 멈춘 사람’을 뜻하는 라틴어 ‘adultu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문제는 이 말이 어떤 사람이 어른인지를 밝혀주기보다는, 어떤 사람이 어른이 아닌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어른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시대 혹은 문맥, 저자에 따라 달라집니다. 생물학에서는 어른을 번식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법학에서는 성년이 된 사람이라고 하고, 사회학에서는 사회적 및 직업적으로 특정 집단에 편입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감당하고,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말하지요. 한편 실존주의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수용함과 동시에 인간의 불가피한 제약 조건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책의 중간쯤, 특히 이 부분을 읽기 시작하면서, 문제의 근원을 내가 아닌 어머니로 한정하는 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의구심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내가 의존적 어른이거나 아내를 부모화시키는 내면아이가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은 마흔에서 쉰 사이에 자신의 실제 나이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마흔은 실제로 처음으로 인생을 돌이켜보는 나이이며, 장년임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나이입니다. 흰머리가 나고, 탈모가 시작되며, 주름이 생기고 신체적 능력이 저하되지요. 결국 우리가 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간에 마흔이 되면 자신이 성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된다는 말입니다.

‘7장 자꾸만 여기 아닌 어딘가를 찾고 있다면‘에서 그 의구심이 좀 더 명확해 집니다.

문제를 회피하고 미루는 성격은 바로 이런 의존적 성향으로 인해 생긴다는 사실에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의존적 어른에게서 나타나는 질질 끄는 버릇은 나중으로 미루기 위함이 아니라, 모든 계획과 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함입니다. 의존적 어른은 이 같은 태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정당화 합니다. (중략) 그러다 보면 결국 어떤 일의 처음 혹은 일부분만을 건드리는 것으로 끝나고 말지요. 말하자면 절대 무대에 등장하지 않은 채 모든 일을 보류해 놓고, 가능성만 보며 살아가는 겁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가슴은 답답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답답함이 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고, 나로부터 문제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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