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우리 함께 오길 잘했다 - 베테랑 트래커 장군이와 함께한 알프스 여행
이수경.이장군 지음 / 들녘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첫 장을 넘기자마자 명치부근에서부터 뜨겁게 행복감이 차오르는 책입니다.

거기에 유럽의 멋진 풍경 사진은 읽는 내내 탄성을 내뱉게 합니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지 않지만, 강아지를 좋아하는,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골든리트리버의 매력에 푹 빠진 저는 읽는 내내 활동적인 저자의 기분에 따라 행복해지고, 짠해지곤 했습니다.

중학생 시절 저자와 만난 골든리트리버 장군이



고3이 되어 지친 저자가 어느 날 밤 장군이와 함께 동네를 뛰어놀던 날부터 곁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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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도 그런 날들 중 하나였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고 밤이 깊어서야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온 나는

그저 빨리 내 방 침대에 푹 쓰러져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어두운 마당에 홀로 서 있는 장군이를 본 순간,

무슨 변덕이었는지 냅다 현관에 가방만 던져놓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교복 치마를 입은 채로 장군이와 함께

집 앞 골목을 전력질주하며 뛰어놀았다.

노랗고 따뜻한 가로등 불빛,

꽉 막힌 듯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하던 차가운 밤공기,

이마 위를 흐르며 우울한 기분까지 씻어 내리는 듯했던 땀방울,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이후로 그녀의 생활은 언제나 장군이와 함께 합니다.

매일 함께 산책하고, 방학기간 동안 제주도 승마장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지내고,

유럽여행을 떠나기전부터 장군이의 체력훈련을 함께 하며 소중한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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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해온 시간들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생각없이 내뱉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우리의 여행은 어느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다. 오래전, 서로가 외롭고 지쳐 있을 때 함께 걷고 달리고 햇빛을 맞으며 서로의 하루를 위로하던 데서 시작되었다. 함께 하는 시간들 속에서 이제 우리는 호흡도 같아졌다. 눈빛만 봐도 그 마음까지 알 수 있다. 서로에게 서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여, 장군이는 나에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애견인이 한국에서 개와 함께 하는 것이 얼마나 조마조마한 상황이 많은지를 조용히 이야기 하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커다란 그레이트 피레니즈에게 다리를 물렸던 경험이 있기에 처음 보는 대형견들은 무섭습니다.

하지만, 개들을 사람과 똑같이 인정하고 책임을 지우는 유럽의 여행에 저자와 함께 기뻐하게 됩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린 서로에게 더욱 익숙해졌고 같이 있는 시간을 편안하게 느끼게 되었다. 자기 몸집만한 큰 개와 함께 다니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실 우리는 함께여서 혼자일 때보다 편안하고 행복했다.

장군이와 나는 함께 떠들며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지도 못 하고, 식당에서 여러 메뉴를 시켜 나눠먹을 수도 없다. 타지 생활이 길어지다 보니 불현 듯 감정적이 되었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 언쟁을 벌이게 될 일은 없다. 해외 여행을 떠났다가 완전히 갈라서서 돌아오는 커플이나 단짝 친구들도 많지 않은가. 또 우리의 여행에는 새로운 친구들을 더 많이 사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여행의 모습은 서로 다르고, 그 여행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뿐이리라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애견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떠나는 여행, 혹은 홀로 떠나는 여행을 한 데 섞어놓은 것 같은 특별한 매력을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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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이와 어딘가 가고 싶어도 그저 훌쩍 떠나버리기가 전처럼 쉽지는 않다. 이것저것 고려하고 타이밍을 재며 각을 맞추어야 한다. 장군이는 여전히 활기가 넘치지만, 어릴 때에 비하면 훨씬 얌전해지고 의젓해졌다. 철이 든건지, 나이가 들어서 그만큼 기력이 떨어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그건 좀 슬프지만). 어느 쪽이어도 우리가 달라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물론 우리는 달라진 만큼 성숙하고 있겠지만, 가끔은 우리의 설익은 나날들이 그리워진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역시 아직 어린가 보다.

지금은 장군이가 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앞으로도 시간이 많으니까. 무언가 선택하는 데는 반드시 포기도 따른다. 물론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겠지만, 정말 원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포기한 것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최우선 가치는 언제나 장군이다.

장군이와 함께 하는 행복감 다음으로 가득한 감정은 아쉬움입니다.

이제 조금은 노쇠해진 장군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고, 아쉬워하는 저자의 마음이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절절하게 이어집니다.

여행이 끝날 무렵 다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수속을 밟는 장면에서는 커다란 배낭을 매고, 열두 시간이 넘은 긴 비행으로 힘들어할 장군이와 헤어진 후 느꼈을 애절함에 눈시울이 붉어지기까지 했습니다.

표를 보여주고 기내로 들어가려는데, 장군이 탑승 수속을 할 때 옆에서 계속 진두지휘하며 우리를 도와주던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장군이 잘 탔대요. 걱정하지 마세요.” 기대치 못한 따뜻한 한 마디에 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한국에서 우리는 늘상 차별받는 약자들이었는데, 이곳에서는 정말 많은 배려를 받았다. 이제 다시 전쟁터 같은 한국으로돌아간다는 착잡함과 6주간의 여행이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 장군이 이름을 기억해주고, 걱정하고 있을 나를 생각해 굳이 이 곳까지 찾아와서 건네준 직원의 따뜻한 한 마디가 준 감동 등 온갖 감정들이 뭉그러지고, 눈물이 되어 쏟아져 내렸다.

마지막으로, 장군이에게 보내는 편지로 마무리하며 저자와 함께 행복감이 차오릅니다.

참 바보 같게도 앞으로 너와 나에게 함께 할 날들보다는 추억할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하지만 그런 슬픔 따위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이번 여행에서 우리 정말 재밌었잖아. 긴 여행 동안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어디를 데려가도 신나게 즐겨주던 네 모습에 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행복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어. 이 여행이 즐거운 기억을 가득 안고 행복하게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건 다 너와 함께였기 때문이야.

ps. 저자는 이후 2개월 동안 다시 장군이와 미국을 여행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군이와 그녀의 근황을 둘러보며 미소짓게 됩니다.

https://www.instagram.com/peach2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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