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초대장 -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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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리뷰] 2020-20 다섯 개의 초대장

제목 : 다섯 개의 초대장, 죽음이 가르쳐 주는 온전한 삶의 의미 / 저자 프랭크 오스타세스키 / 주민아 옮김

출판사 판미동 / 일자 : 초판 1쇄 2020년 3월 9일

읽은기간 2020년 3월 30일~4월 3일 정리한날 2020년 4월 4일

[소감]

주제만큼이나 무게도 무거운 책입니다. 무려 500페이지...

불교사상의 난해한 서술도 정신을 흐트려놓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끝까지 책을 놓지 않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인간은 고통으로 파괴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고통으로 파괴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삶에 체화시켜야겠다는 의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불화가 가득한 상태로 일찍 여읜 부모, 사제의 성추행, 어린 시절 불우했던 상황에서 우연히 에이즈 환자에게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이후 [젠 호스피스]를 설립한 저자는 이제 장성한 자식들과 손자를 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열정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곁에 항상 머무릅니다.

저자가 호스피스를 하며 알게 된 수 많은 죽어가는 이들과의 일화를 통해 [인지]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관심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 책은 제게 삶의 끝으로만 [인지]하고 있는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노력하는 조촐한 시도가 되었습니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자.

2.세상 그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자

3.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자.

4.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자

5.‘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자

‘삶’처럼, 다른 실용서들처럼 주제와 정의가 나열되어 있지 않은 책이지만, 읽는 내내 책에서, 문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자, 이제 외면하지 말고 똑똑히 봐야 해’

내면의 목소리가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 화단 사이에서 개 한 마리가 눈을 맞추고 제게로 다가오려고 했습니다.

‘아니야, 네 갈 길 가’라며 시선을 거두자 이내 녀석은 저를 지나갔습니다.

도로 옆 벤치에 앉았습니다. 잠시 후 뒤돌아보니 녀석이 근처에서 저와 눈을 맞춥니다.

젖이 불어 있는 걸 보니 조만간 새끼가 태어나거나, 이미 새끼를 낳고 다시 새끼들에게 돌아갈 길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건너편 언덕에서 다른 개 짖는 소리를 듣더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동시에 다가오는 차를 보고 ‘어’하는 소리를 내뱉었지만, 저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둔탁한 충격음을 들었습니다.

애써 시선을 돌리고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여전히 ‘죽음’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대상입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이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내가 더 투명해질수록 인간은 그저 끊임없이 변하는 뭉치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좀 더 가볍게 잡고 있어야 한다. 너무 심각하게 쥐고 있으면 그것은 곧 엄청난 고통의 원인이 된다. 우리는 자신의 담당자이자 책임자이다. 그 책임자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자, 잔뜩 졸라매고 한번 해 보자고!” 하지만 실상 우리는 무기력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에 영향을 받기 쉬운 존재이다. 그런데 그 무기력함이 우리를 연약함과 연결시켜 준다. 앞에서 보았듯이, 연약함은 깨달음으로, 현실과 더 깊은 친밀함으로 이어 주는 길이 될 수 있다.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사람들이 죽음에 한 발짝 더 가까일 갈 때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는 단 두가지였다. 하나는 ‘나는 사랑받고 있을까?’, 나머지 하나는 ‘나는 충분히 사랑했을까?’

내가 심장마비로 응급 심장절개수술을 받고 죽음 앞에 이르게 되자, 그제서야 이 두가지 질문의 깊이를 진실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 두가지 질문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여정에서 중요한 길라잡이가 되었다.

오롯이 온전한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모든 부분을 끌어안고, 받아들이고, 연결해야 한다. 서로 부딪히고 모순되는 자질도 수용하고, 내면과 외부 세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철머 보이는 것도 다 받아들여야 한다.

온전함은 완벽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온전함이란 단 하나도 빠뜨리거나 빼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때 미국 티베트 불교의 승려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페마 초드론의 글이 떠올랐다. “문제는, 자신을 바꾸려는 그 욕망이 실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향한 공격성의 형태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악행이나 잘못을 용납해야 한다거나, 계획과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거나, 혹은 과거 이야기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체념하듯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불완전한 우리 모습을 다정하게 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면의 평가에 대응하는 법 :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하지 마.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상처가 되니까. 내가 더 잘하는데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말이야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언젠가 시골길에서 흰꼬리 아기사슴을 지켜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기사슴은 자동차에 치여 누워있는 어미 사슴 쪽으로 걸어가더니 호기심에 가득 차서 코를 킁킁거리며 어미 냄새를 맡았다. 토미의 움직임 안에는 그때 아기사슴과 비슷한, 원시에 가까운 감각이 있었다. 그것은 무엇에게도 전혀 검열을 받지 않는 순수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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