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내 삶에 체화시켜야겠다는 의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불화가 가득한 상태로 일찍 여읜 부모, 사제의 성추행, 어린 시절 불우했던 상황에서 우연히 에이즈 환자에게 호스피스 봉사를 하게 된 것이 인연이 되어, 이후 [젠 호스피스]를 설립한 저자는 이제 장성한 자식들과 손자를 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열정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 곁에 항상 머무릅니다.
저자가 호스피스를 하며 알게 된 수 많은 죽어가는 이들과의 일화를 통해 [인지]하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관심을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 책은 제게 삶의 끝으로만 [인지]하고 있는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노력하는 조촐한 시도가 되었습니다.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죽음의 순간까지 기다리지 말자.
2.세상 그 무엇이든 널리 환영하고 아무것도 밀어내지 말자
3.오롯이 온전한 자아로 경험에 부딪히자.
4.어떤 상황 속에서도 평온한 휴식의 자리를 찾자
5.‘알지 못함’, 초심자의 그 열린 마음을 기르자
‘삶’처럼, 다른 실용서들처럼 주제와 정의가 나열되어 있지 않은 책이지만, 읽는 내내 책에서, 문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자, 이제 외면하지 말고 똑똑히 봐야 해’
내면의 목소리가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 화단 사이에서 개 한 마리가 눈을 맞추고 제게로 다가오려고 했습니다.
‘아니야, 네 갈 길 가’라며 시선을 거두자 이내 녀석은 저를 지나갔습니다.
도로 옆 벤치에 앉았습니다. 잠시 후 뒤돌아보니 녀석이 근처에서 저와 눈을 맞춥니다.
젖이 불어 있는 걸 보니 조만간 새끼가 태어나거나, 이미 새끼를 낳고 다시 새끼들에게 돌아갈 길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건너편 언덕에서 다른 개 짖는 소리를 듣더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동시에 다가오는 차를 보고 ‘어’하는 소리를 내뱉었지만, 저는 바로 고개를 돌리고 둔탁한 충격음을 들었습니다.
애써 시선을 돌리고 반대편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여전히 ‘죽음’은 애써 외면하고 싶은 대상입니다.
다시 한 번 천천히 이 책을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