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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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정확히 분류할 수 없습니다. 여행 안내서인가? 여행 에세이인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인가?

저는 가족여행에 대한 에세이로 정의하겠습니다.

가끔은 찌질하지만 가슴 찡한 아저씨의 사모곡입니다.

54년생 구혜영 여사님은 17년 3월 31일, 오랜 투병 생활을 끝내고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먼 곳으로 떠납니다.

이듬해 초 아들 김지수씨는 아버지에게 여름가족여행을 제안합니다.

아버지, 아들, 그리고 손자가 미국 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여행.

시애틀에 살고 있는 누나와 매형 조카들과 만나 1주일을 함께, 2주차에는 아버지와 단 둘이 1박 2일 동안 여행합니다.

여행하며 아버지와 살갑거나 깊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 하지만, 떠나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두 남자의 마음이 줄곧 함께 합니다.

“그래 맞다 여기다. 여기에 있다가 경비동으로 철수했지.“

아버지가 옛 추억을 더듬었다. 엄마와도 몇 년 전에 다시 와본 곳이라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서 깊은 회한이 느껴졌다.

온 가족이 여기서 즐겁게 놀았다는 생각에 내 가슴도 뭉클해졌다. 어쨌든 공원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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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멀리, 오랫동안 여행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전에 좀 더 여유를 누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기에 작가 가족의 여행이 부러웠습니다.

작가의 문장에 아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잘해라‘ 라는 식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지는 않습니다.

엄마와 18개월 된 여동생을 한국에 두고 아빠와 할아버지를 따라 온 어린 아들의 울음에, ‘너는 엄마가 있기라도 하지’하며 찌질한 마음을 드러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웃음이 나오다가도 저도 함께 찌질해져 버립니다.

돌아가신 ‘아빠‘가 보고 싶었습니다.

묘하게 울컥하게 만드는 문장이 툭툭 튀어나와 버립니다.

‘남자라면 거친 서부지!’하는 호연지기 격의 여행 의도와 달리 여행 내내 저자는 행복을 곱씹고, 그리움을 삼킵니다.

행복할 때, 함께 하지 못 하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

“미안해요, 미안해요.”

아버지가 무너지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버지의 눈물이었다.

힘 빠진 목소리로 흐느끼며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만 내뱉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두 분은 서로에게 다가올 이별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던 것이었다.

(중략)

그날 저녁 아버지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엄마가 떠난 뒤, 뒤늦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부터 사람이 곡기를 끊으면 머지않아 세상을 떠난다는 말이 있듯,

아버지는 음식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엄마를 보며

이별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고

눈물을 흘렸던 것이었다.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동안 ‘가족사진(김진호-SG 워너비)’이라는 노래를 자주 들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족 모두 잠들어 있는 차안에서 처음 듣는 노래 가사에 빠져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버지 장례 중에도 크게 울지 않았던 제가 꺽꺽 소리내어 울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저를 보고 놀란 아내는 조용히 등을 쓸어내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김목경, 아니 김광석, (얼마전 미스터트롯의 임영웅 씨가 불렀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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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아직 젊지만 언젠가 맞이 할 우리 부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 노래방에서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사시사철 꽃이 만발한

너른 정원을 가진 집에 살아라.

내도 그곳으로 찾아가마.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다.

부지런히 꽃씨를 뿌리고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게 넓은 창을 만들어라.

내도 그곳으로 찾아가마.

그곳에서 다시 만날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올 것이다.

​

아내의 장례식에 대독한 남편-저자의 아버지의 글에 다시 울컥했습니다.

취미로 사진을 찍고 작품전을 열만큼 열정적인 아버지는 아들에게는 투박하게 보이지만, 아내에 대한 애틋함은 차고 넘쳐 보입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작가는 돌아가신 엄마에게 이야기합니다.

‘엄마,

우리 다시 만나서

오리건 포트 스티븐스 공원에서

라쿤 구경 같이해요.

엄마는 곁에 없었지만

아버지 모시고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

그립습니다.

아주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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