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퇴근하는 저를 맞이했습니다.
큰 아이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음을 알리려고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고 말했습니다.
크게 상처를 입거나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놀란 마음을 숨기고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와 이야기 했습니다.
가슴팍을 한 대 맞은 정도였고, 때린 아이는 본인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도 기억하지도 못할만큼 산만한 아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OO가 학폭위에 회부되기를 원하니?”라는 질문에 짧고 단호하게 “네”라고 했답니다.
이미 여러번 문제가 있던 친구여서 몇달 후 전학을 갔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중학교에서 만났습니다.
다행히 가해자였던 녀석은 여전히 말썽을 일으키지만 더 이상 아이들에게 딱히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괴롭히던 약한 여학생들도 없는 남학교인데다가 다른 친구들은 전부 쑥쑥 자라고 있지만 녀석의 덩치는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이후로 큰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놀렸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쓰는 가해자가 되기도 했고, 격투기 배운 것으로 힘자랑 하던 친한 친구가 학폭위에 회부되는 것에 동의하고 “걔는 한 번 혼나봐야 깨달을거에요”라는 (당시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의견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애들이 많이 다르다지만, 표현의 정도나 방식만 다를 뿐 저도 청소년 시절에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린다면 좀 더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거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집었습니다.
청소년들의 맘을 이해를 하기 이전에 마치 하이틴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주인공의 숨소리, 허우적거림과 눈빛까지 묘사하는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의 상세한 묘사를 읽다보니 청소년 시절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는 20대 초중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문장이 가볍지도 않습니다. 청소년 소설 치고는 무거운 편일 것입니다.
(약력으로는 저자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 된 주인공 아든, 그리고 수아와 남순, 일진 동우와 전학 온 일진 호제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될 수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그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잔인한 건 그 아이들이라고....
나는 아니라고요
허우대 멀쩡한 아든이가 폭력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읽다보면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앉은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버립니다.
불의에 시선을 돌려버리고 묵인하는 자신의 모습을 원망하는 모습은 ‘내 아이만 아니면 돼...’라는 이기적인 부모의 마음까지 반성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막힘없이 읽어낸 책을 큰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아이도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녀석은 단순한 미사여구만 사용할 줄 압니다....)
긴 대화를 하지는 못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등교도 못 하고 뒹굴거리는 아들녀석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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