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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00-73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
제목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산책 / 저자 줄리언 반스 공진호 옮김
출판사 다산책방 / 일자 : 초판 1쇄 2019년 2월 8일, 초판 3쇄 2019년 4월 1일
읽은기간 2019년 7월 26일~29일 정리한날 2019년 7월 29일
책소개
소감
맨부커 상을 수상한 소설가 줄리언 반스의 미술 에세이.
작가는 교사인 부모 사이에서 1946년에 태어나 대학에서 현대언어를 전공하고, 옥스퍼드 영어사전 증보판 편찬하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문학편집자로 일하고 TV평론가로도 일하다, 30대 중반 장편소설로 등단한 후 소설과 에세이, 그리고 다른 필명으로 4편의 범죄소설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의 영향으로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언어와 관련된 끊임없는 활동과 맞물려 이런 작품이 나오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처럼 보입니다.
글쟁이가 평생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예술분야로 확장하여 활동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지긋한 나이에 엄하게 정치나 선동으로 몰리는 우리나라의 작가들이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도 그의 나라에서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책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화가의 작품이 된 배경, 그리고 또 그런 배경이 나오게 된 배경들이 줄지어 늘어져있습니다.
긴 서문을 읽을 때는 날 것으로 번역된 듯한 복문과 중문의 호흡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치 프랑스 영화배우 제랄드 드빠르디유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나와 쉴새없이 주절거리는 인터뷰의 자막을 정신없이 쫓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지 않고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마네에 대한 장을 먼저 읽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마네와 모네에 대한 책을 읽었기에 이해가 조금 수월할 줄 알았지만, 막시밀리안 황제의 처형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가운데에 마네가 견지한 자세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줄리언 반스의 현학적인 수사에 또 다시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겨우겨우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제리코 : 재난을 미술로‘를 읽었습니다.
다행히 작가의 상상력과 취재가 그의 문장에 대한 현학적인 첫인상을 뒤로 물릴 수 있었습니다.
300명의 승무원을 태운 배가 좌초되어 살육과 식인의 과정을 거쳐 한 달도 안 되어 15명 밖에 살아남지 않은 잔인한 재해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서사한 그의 글에 매료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사건 이후 1년간 그림을 준비한 화가의 노력이 궁색해 질 지경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림을 들여다보자. 점처럼 작은 구조선으로 손을 뻗는 저들의 근육질 등을 통해 솟아오르는 격렬한 용오름을 보라. 그 모든 안간힘을 보라. 그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대부분의 인간적인 감정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듯이, 우리는 이 그림의 모든 게 집중된 저 용오름의 몸부림에도 아무런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희망뿐 아니라, 모든 짐스러운 갈망, 그리고 야심과 증오와 사랑(특히 사랑). 이 같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낄 만한 대상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드문가? 우리는 얼마나 절망하여 신호를 보내고, 하늘은 얼마나 컴컴하며, 파도는 얼마나 높은가 말이다. 우리는 모두 바다에서 길을 잃고, 파도에 쓸려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우리를 구조하러 오지 않을지도 모를 무엇을 소리쳐 부른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축소의 과정이 아니다. 자유롭게 하는, 확대하는, 해명의 행위다. 재난은 예술이 되었다. 결국, 재난의 쓸모는 거기에 있다. [P54]

“잘 그리기 위해 보는 것이 아니라
잘 보기 위해 그립니다“
그림을 그리며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게 됩니다.
나무 한 그루를 그리면서도, 태양의 위치와 그림자, 나무의 배치, 잎에 가려진 줄기의 연결...
펜 한줄 한줄마다 서두름없이 자세히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어떻게 표현될지 상상하여야만 흡족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줄리언 반스는 독자에게 한 없이 깊게, 그리고 최대한 넓게 “잘 보는” 방법에 대해 충실한 안내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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