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 :
이 소설은 타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 내 아내, 아들과 딸 친구의 이야기임을 상기하게 됩니다.
“응, 이거 네 얘기야
이 글을 읽고 있는 너, 바로 당신”
페미니즘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히 ‘82년생 김지영’을 떠올리게 됩니다.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여자친구가, 아내가 ‘82년생을 김지영’을 읽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페미니즘에 대해 깊히 생각해 본 적 없이, ‘워마드’ 등 일부 과격하게 느껴지는 키워드들과 조각들만 기억에 남기고
저만의 적당한 판단을 뒤로 미뤄두고 살고 있지만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82년생 김지영을 도서관에서 빌려 달라고 부탁할 때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큰 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우리 부부사이에는 심각한 대화의 주제로 오르지 못 했습니다.
그런 상태, 수준의 저는 페미니즘 소설을 표방한 이 책을 손에 들고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단편, ‘새벽의 방문자들‘을 읽으면서 괜한 걱정을 바로 지울 수 있었습니다.
꼭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읽고 이해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소설이었습니다.
항상 남성, 혹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택배물건 조차 맘편히 받지 못하는 30대 초반의 미혼 여주인공의 일상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상황-여성들에게는 부당한 상황임을 의식하지 못 하는 저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누군가 전사처럼 제게 삿대질을 한다해도 변명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재미있는 소설을 통해 페미니즘의 확장을 꾀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두 번째 소설 룰루와 랄라에서는 가난한 예술가인 여주인공이 생계를 위해 공장에서 일하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어리숙한 나이 어린 남자 상사에게 카운터를 날리면서 퇴사하고, 눈인사만 나누던 룰루와 이야기를 나누며 아픔을 함께 기억하겠다고 약속하는 장면은 일상의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혔습니다.
다른 분들의 서평을 보니 일상의 이야기로 읽혔던 부분이,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란 것을 뒤늦게 자각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바로 페미니즘 소설에 대한 괜한 오해와 거부감을 깨뜨리는 이 소설의 가장 훌륭한 효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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