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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오랜만에 만난 몰입도 높았던 소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끊어 읽기 아쉬워 멈추지 않고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읽기 전엔 제목 '어느 도망자의 고백'과 책 표지에 있는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이런 내가 진정으로 웃을 수 있는 날이 찾아올까요?'라는 문구만 보고는 살인 관련 미스테리 소설이라고 착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야기가 완전 빠르게 흘러가면서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에 관련된 가해자 피해자가 바로 나와서 그때부터는 '도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이 읽어 내려갔다.
살의 없이 저지른 살인의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이야기.
자신의 죄를 바로 마주하기까지 겪는 내면의 고통과 마음의 짐을 안고있는 피해자의 남편의 이야기까지...
정말 읽을 수록 빠져들어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황과 예상과는 달랐던 결말.
중간에 복선이 있었지만 복선을 알아채기엔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 읽을 당시에는 복선이라기 보다는 힌트로 알고 지나갔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그 의미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야기는 이 책의 주인공인 가해자 미가키 쇼타가 지인들과 술한잔 후 집에 들어왔는데, 막차가 끊긴 시간에 애인인 구리야마 아야카에게서 '지금 당장 날 보러 오지 않으면 헤어질 거야'라는 문자를 받고서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인 빗길 음주 운전을 고양이를 데리고 하다가 전방주시태만으로 인해 피해자 노리와 기미코를 횡단보고에서 친 후 사망하게 만들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호등 신호와 사고에 대해 일부 거짓말을 하지만 결국 4년 10개월이라는 형을 받고 감옥에 가게 된 미가키 쇼타.
그리고 감옥에서 나온 후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노력하지만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삶을 살기 어려웠던 미가키 쇼타와 그에게 손을 뻗어주는 구리야마 아야카, 그리고 피해자의 남편인 노리와 후미히사의 마지막 이야기까지...
겪고 싶지 않지만 누구나 겪을 수도 있을 이야기.
마음이 짐승이 되지 못한 가해자의 이야기.
피해자 노리와 후미히사의 마지막 이야기도 감동적이었지만,
가해자 미가키 쇼타의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미가키 쇼타의 아버지의 마지막 편지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해본다.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다오.
네가 사고를 내고 나서 나는 내내 도망만 다녔다. 부모의 책임으로부터, 너로부터, 가정으로부터, 일과 세상으로부터 도망쳐왔어.
그런 삶을 계속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단다.
웃지 못하게 되더구나.
그래.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죄를 지은 아들에게 이런 걸 바라다니,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스럽지만, 아버지로서는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아버지로부터
처음에 읽을때는 피해자의 아들 마사키와 가해자인 미가키라는 이름이 헷깔리긴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녹아들어가다보니 금방 두사람의 이름도 머리속에서 쉽게 구분이 갔던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라는 작가를 이 책 '어느 도망자의 고백'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깊이있으면서 흡입력이 좋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같은 저자의 다른 작품인 '돌이킬 수 없는 약속'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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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