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랑이는 마음은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
권진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찰랑이는 마음은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 권진희.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고 설계사무실에서 일했으나 10년, 20년이 지나도 행복해질 것 같지 않아 퇴사를 결심했다. 그렇게 9개월이라는 길고 긴 세계여행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여행정보가 넘쳐나는 책이 아니다. 꿀팁으로 똘똘 뭉친 책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찰과 깨달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여행에세이 하면 딱 이런 느낌이랄까? 칼라사진으로 넘쳐나는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그저 여행지에서 있었던 경험과 한국에서 겪었던 일들을 통해 뭔가.. 담담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쏟아내는 듯 했다.


더하기 하나, 도시를 찾은 이유인 그림은 근사했다. 머무는 동안 매일 그 그림을 보기 위해 밥값을 아껴 입장료를 삼았을 정도로.


빼기 하나, 같은 집에서 지내던 러시아인들 중 서너 명이 니하오, 곤니찌와, 혹은 칭챙총거리며 나를 조롱했다. 물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들에게 인종은 선택할 수 없지만 행동은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희의 교육과 환경이 너희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도록 했음이 가엾다고 말해주었다._73p

스페인 식민지 시절에 발견된 포토시의 은. 은광 개발과 그로인한 전쟁, 경제난, 아픔을 가진 도시, 치안이 좋지 않은 이카 라는 도시의 호스텔은 밖에서 문을 잠궈버리기도 하고, 4월이 되도 추위에 떨었던 헬싱키, 쓰파씨바! 밖에 말할 줄 몰랐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6인실, 게으름이 일상이었던 치앙마이의 추억 등의 에피소드들도 많았지만,



여행지에서 다시 떠올려보는 과거의 '나'를 생각해보는 이야기가 더 맘에 들었다. 이십대 초반 미술학원에서 일하면서 두명의 학생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하늘은 파란데, 얘기 빨갛게 그리잖아요! 바보가!!


어른들의 편견이 만들어낸 싸움인가. 옳고 그름 이전에 어른들의 말과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그날 이후, 아이들은 하늘인지 말하지 못하면서도 무한한 색들로 하늘을 그린다. 알고 있던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기에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은 정작 저자였다.



여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로움이 앞을 가렸다. 여행지의 여행객들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을 쌓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늘 외로움을 느낀다. 저자는 여행을 통해 외로움을 그냥 외롭다고. 자기는 지금 외로운 상태이고, 한국에서의 상처를 아무는 시간을 보낸다.



행성은 저마다의 중력으로 서로를 잡아당기면서도 완벽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인간은, 아니 나는 왜 그러지 못할까._130p


<찰랑이는 마음은 그냥 거기에 두기로 했다>는 사람과 그리고 세상과 만나고 헤어지며 관계에 대해 고민한 나름의 기록이다. 기대 이상의 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때로 고마워하고, 때로는 괴롭고 외롭지만, 다른 누군가를, 그럼으로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이해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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