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 - 미혹의 시대를 건너는 반야심경, 금강경, 천수경 필사집 원명 스님의 필사집
원명 지음 / 오아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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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했습니다>



40대가 되고 육아, 가족, 일, 여행.. 삶이라는 흐름 속에서 종교활동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나게 되면서 마음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에 작은 미안함 같은게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행 중 항상 쉬어 가는 곳이 언제나 사찰이더라구요.


​향 냄새가 스며든 사찰.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

고요한 전각 안에 앉아 있으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래도 이 길과 인연이 있었구나. 그렇게 종종 부처님 품안을 확인합니다.


불교에서 굳이 종교 전도를 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많은 중생이 있어도 그 길에 들어서는 사람은 때가 되면 스스로 찾아온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 입문하는 것도 '인연법'으로 보기에 다 때가 되면 스스로 찾아온다고 믿기에 인연이 닿으면 마음이 저절로 움직이는 과정이라 여깁니다. 잠시 멀어졌던 사람이 자신의 속도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불교에서는 가장 소중하게 봅니다.


‘날라리 불자’인 제가 사찰을 좋아하고 사찰의 향 냄새에서 위로를 느끼는 것도 결국은 오래전 스며든 인연 때문일까요.


늘 마음이 여유롭지 못해 스스로를 다그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흔들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불교 경전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싶어도 막상 경전을 펼치면 내용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집니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의 <부처는 이미 내 안에 있습니다>는 어려운 반야심경·금강경·천수경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필사와 해설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경은 불교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가장 오래된 수행법이라고 해요. 글씨를 쓰는 단순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 자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번뇌를 비우는 깊은 수행이 됩니다.


책은 왼쪽에는 경전 원문, 오른쪽에는 필사 노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쪽에서 부처님의 말씀을 읽고, 다음 쪽에서 바로 마음을 담아 따라 쓸 수 있습니다. 경전을 읽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손끝을 통해 마음 깊은 곳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가장 수행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한 글자씩 따라 쓰며 바쁘고 조급한 제 마음에 조금이라도 자비와 지혜가 스며들기를 바라며 사경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삶이 바빠 불교가 멀어진 것 같아도 다시 돌아오면 언제든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사경을 통해 느껴보고 싶네요.


오늘의 사경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마음의 수행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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