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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여왕 -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유경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5월
평점 :
날이 무더워지면서 더위를 잊게 해주는 스릴러
추리 장르소설이 읽기 좋은 계절인 듯싶다.
평소 미스터리 추리 장르는 대표적으로 영국과
미국 중심의 작품들을 많이 읽어 보았었는데,
전 세계 100만 부 이상 판매되고 스페인 아마존
스릴러 분야 1위 베스트셀러로 유럽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붉은 여왕 스릴러 소설을 읽어 보았다.
스페인 스릴러 작품은 처음 읽어보지만, 몇 년 전에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시리즈물인 <종이의 집>을 보면서,
추리 스릴러 장르소설도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전 세계 40개국 언어로 번역이 될 정도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이 작품
이후로 <검은 늑대>. <화이트 킹> 총 3부작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붉은 여왕 소설의 서두에는, 어린 소녀에게 마약을
투약하면서 불법을 저지르는 포주를 검거하기
위해서 속임수를 써서 체포를 하려는 열혈 경찰인
'존 구티에레스' 경위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정식 수사가 아니라 편법으로 함정 수사를 하려다가,
되려 그의 행위가 노출이 되면서 징계를 받게 된다.
누구나 법 앞에서는 평등하고 보호를 받아야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떻게든 나쁜 짓을 한 사람이
벌을 받지 않고 교묘하게 법 망을 피해 달아난다면,
갠적으로는 이런 편법이라도 그들에게 단죄를
내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한다.
그래서 어쩌면 정직한 법 수호자의 영화나 드라마
보다는, 어둠을 몰고 다니는 배트맨과 같은 캐릭터에
더욱 열광을 하고 속 시원한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10년간 스페인 스릴러 소설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꾸준히 베스트셀러로 소개되어온
붉은 여왕의 배경에는, '존 쿠티에레스' 경위와 함께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인 '안토니아 스콧'의 만남으로,
그 둘이 전 국가적인 사이코패스 사건에 투입되면서
하나씩 숨겨져있던 그들 사이의 비밀이 밝혀지게 된다.
본인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서,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 조직의 인물로부터 '안토니아 스콧'을 집 밖으로
데리고 나오라는 다소 엉뚱한 제의 받아들인 존 경위는,
그녀가 뛰어난 천재 범죄학 전문가로 비밀리에
여러 사건을 해결해오는 중요한 인재임을 알게 된다.
결국 그들이 함께 당도한 목적지는 스페인 상류층들이
철저하게 사회와 차단되어 거주하는 초호화 부촌이었다.
자신들의 프라이버시를 즐기고 보호받으면서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는 철통같은 경비의 요새와도 같은
저택이었지만, 한 어린 소년이 소파에 기대어서 의도된
연출 모습으로 기이하게 살해되어 있는 현장을 발견한다.
600페이지에 가까운 꽤나 두꺼운 장르소설 책인,
붉은 여왕 사건의 시작은 한 소년의 죽음으로부터
시작이 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사건들이 증폭되면서
점점 괴이한 사건의 실체가 궁금해지게 된다.
처음에는 물샐틈없는 경비를 뚫고 어떻게 살인 사건이
벌어진 것인지 궁금해지면서, 조금씩 각 인물들의
배경과 과거의 이야기들도 오버랩이 되어간다.
한 번에 읽기에는 분량이 많은 편이기는 했지만,
연이어 이어지는 사건들이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생생한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 묘사도 탁월하게
서술되어 있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게 되었다.
글마다 디테일한 묘사가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바로 눈앞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세심함이 돋보이는 문체였다.
아마존 프라임에서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글로 읽으면서 그려졌던 모습들과 시리즈 영상으로
제작되는 이미지와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
책의 제목인 붉은 여왕의 의미가 본문에서 소개가
되어 있는데, 표면적인 공권력 외에 지하에서 범법자를
근절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각 나라마다 동명의 독립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일반인과 다른 시각으로 사건 현장을
파악하고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천재적인 두뇌의
핵심 인물이 필요한데, 바로 '안토니아 스콧' 요원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발탁되고 정예의 요원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결코 순탄하지도 않았음이 밝혀지는데,
결국 현장에서 멀어지게 만든 여러 요인들의 이야기가
과거 시점으로 숨겨진 아픔도 직접 들어 볼 수 있었다.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아무튼 이제 스페인에도 붉은 여왕이 있고,
그녀는 아무나가 아닙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당신도 안토니아가 특이하다는 건 눈치채셨겠죠."
"특이하다는 건 완곡어법 같습니다만,
그녀의 행동 정도면 미쳤거나 바보스럽다고
오해받기 십상이니까요."
"사람들이 실수하는 거죠. 실제로는 아주 다릅니다.
그녀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간입니다."
_P. 90
처음 존의 시각으로 진행되었던 이야기는 각 인물들의
시점으로 옮겨가면서 각 캐릭터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진행되기에, 인물들의 입체적인 특징과 연결이 돋보이는
내용으로 깊이 있는 몰입감을 줄 수 있었다.
이야기 속 주요 인물들뿐만 아니라, 어둠에 숨어있는
살인자의 시점과 생각도 직접 들어 볼 수 있었고,
수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잠깐 만나서 도움을 주게 되는
타투 아티스트나, 특공대원, 경비원 등 크고 작은
배역의 인물들에 대한 배경도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챕터 중간중간, 각 해당 인물들 별로 시점이 오가며
1인칭 시점으로 묘사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긴박감이
넘치는 실제 이야기처럼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붉은 여왕 이야기의 주요 인물인 존 경위의 인물
묘사도 꽤 거구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는데,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하고 숨을 헐떡이는 상황에서도
'나는 결코 뚱뚱하지 않다.'라는 식의 자기 위안을 하는
독백을 담으면서 간간이 유쾌한 유머스러움도
찾아볼 수 있는 문체도 꽤나 독특했다.
그렇게 1인칭 시점의 묘사뿐만 아니라, 직접
행동하는 행위와는 다른 마음속 생각도 각 인물 별로
마음의 소리도 혼자서 대화하듯이 표현하고 있기에,
심리적인 갈등 상황도 흥미롭게 읽어 볼 수 있었다.
...(중략)...
그녀의 어둠 속에는 늘 괴물들이 숨어 있었다.
살과 뼛속에 들어있는 찐득찐득한 물질에
굶주린 괴물들, 파악하기 어려운 모양의 괴물들은
서로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서 으스러져서
죽어갔다. 그녀는 그 괴물들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은 그녀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_P.197
붉은 영왕 극의 후반에 도달해서는 어느 정도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지만, 여전히 쫓고 쫓기는
퍼즐 같은 두뇌 싸움 속에서 그 배후는 점점 궁금해져 갔다.
각 큰 챕터 앞머리에는 스페인 노래나 시구, 혹은
유명 작품 속 대사 내용들을 별지로 담아두고 있어서
무언가 새로운 국면에 대한 환기를 시켜 볼 수 있었다.
안녕, 사랑하는 그림자들
안녕, 증오의 그림자들.
나는 이 세상에서 두려운 게 없네.
이제 죽음이 나를 데려가기에.
_로사리아 데 카스트로 (스페인의 시인)
_.P. 430
영화 속 장면처럼 한순간 순간 극 중 인물들이
마주하는 상황 묘사와 심리적 갈등까지 심오하게
그려낸 스릴러 장르소설 문학이기에,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결말부에 이르러서도 역시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살짝 암시하는 듯한 마무리도,
시리즈 영화로 제작하기 충분한 입체적 구성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