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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편지
이춘해 지음 / 창해 / 2022년 5월
평점 :
예전부터 지금까지 TV 드라마 연속극이나 영화에
빠짐없이 소개되는 기본 소재는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접점에 도달하지 않는 평행선으로
이어지는 서로 다름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그만큼 우리 인류사에서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끝이 나지 않는 화수분처럼 늘 샘솟는 듯하다.
마침표 없는 편지 우리 한국 소설은, 젊은이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중년을 훌쩍 넘긴
부부간의 사랑과 불륜, 그리고 헤어짐과 용서 등에
대한 내용으로 파국에 치달은 그들의 삶을 담고 있다.
전에는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누구의 잘못인가를
떠나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거나 커다란 흠집처럼
여기면서 가족들 사이에서도 쉬쉬하곤 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돌싱'이라는 또 새로운 준비를
기대하는 듯한 용어로도 칭하면서,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조금씩 이해하는 분위기로 돌아선듯싶다.
특히나 TV 프로그램에서만 보더라도, 부부의 연을
끊고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연예인들만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나오기도 하고, 남이 된
배우자에 대한 언급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수십 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가
함께 맞추어가면서 또 그 이상의 시간을 한 집에서
살아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에,
흔히 하는 말이 있듯이 서로를 이해하고 참고 배려하는
인고의 노력을 강조하기도 하는 게 부부가 아닌가 싶다.
이번에 출간된 사랑과 불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인 마침표 없는 편지 기본 플롯으로는,
해외에서 외교부 업무도 보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임원까지 지내다가 건축업에서 새롭게 도전하면서
이른바 엘리트 코스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한 남성 형민의 여성 편력으로 무너지는 가족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황혼 이혼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는데, 그만큼 오래도록 참고 살아온 세월이라도
남은 삶의 행복을 위해서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야기의 서두에서는 정말 욕구를 분출하기 위한
놀잇감처럼 여성을 만나러 다니는 형민의 일탈을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조금씩 남편의 비밀을
동물적인 직감으로 찾아내가는 경아의 이야기가
오버랩이 되면서 마치 일일 드라마를 보듯이 이어졌다.
마침표 없는 편지 전개 방식이 마치 불륜을
찾아낸 아내가 대응해가는 방식이 일목요연하게
차례로 그려지고 있고, 극 중 경아의 전 직업이 소설가
였고 그녀의 삶을 책으로도 내고 있기에 마치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거나 가까운 주변의 일을 그대로 보면서
정리해가는 듯한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이혼이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그렇게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특히 사랑하고 믿고 있던 배우자에 대한 배신의
아픔과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그렇게 무 자르듯이
쉽게 잘라낼 수는 없기에, 남편의 외도를 알고도
자의반 타의 반 무너진 결혼 생활이라도 망가진 부분을
고치면서 살아보려고 하는 실질적인 부부도 많을 것이다.
더구나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아이를 위해서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여성으로서의 행복은 뒷전으로
두고 깨진 부부의 신뢰가 아닌 부모로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도 클 수밖에 없을 듯하다.
마침표 없는 편지 속 외도를 저지르면서 가정을
파탄으로 몰고 간 남편은, 불륜뿐 아니라 사업 실패로
인한 금전적인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여주 경아는
살던 집까지 내놓을 지경의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
바람을 피운다라고도 하지만, 그 바람이 결코
바람으로 끝나지 않고 태풍이나 쓰나미가 돼서
돌아오는 가정의 후폭풍이 세밀하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와 만남을 이어간다는 건, 역시
상대방이 있기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유부남임을 알면서 부적절한 만남을 가지는
상대 역시 상대편 배우자에게는 똑같이 몸쓸 짓을
하고 있는 공범이자 범법자와 다름없을 것이다.
부부로서의 사랑과 신뢰를 저버리고, 서로에게
비밀을 쌓아만 가는 거짓 생활은 거짓말이 거짓을
낳게 되면서, 그렇게 달콤하리라 여겼던 일탈이
결국 양쪽 가족 모두에게 쓰라린 아픔을
남기면서 파탄에 이르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소설 속 남편 형민은 단지 잠깐의 바람이 아니라,
거짓이 탄로가 나고 난 후에도 계속 여자를
탐닉하면서 마약과도 같은 여성 편력을 문어발처럼
펼치고 오히려 적반하장의 뻔뻔함으로 대처하고 있다.
...(중략)...
추운 길에서 붕어빵 파는 젊은 아빠와
군밤 파는 할머니의 모습이
삶의 용기를 가르쳐 주는 듯하더군요.
마음이 방황하듯 횡설수설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고 못난 사람 용서 바라오.
사랑해요 여보.
1월 18일
_P. 114
마침표 없는 편지 책의 제목과 마찬가지로,
본문 중에는 형민이 아내에게 보내는 참회의
편지 내용이 간간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의 진심이 담긴 듯한 사죄이기도 하지만 반면에
시간을 벌고 여전히 끊이지 못하는 불륜을 계속
이어가고 있는 병적인 그의 모습이 혼란스럽기도 했다.
여주인공 경아도 그의 참회를 보이는 반성의 편지나
자식을 위해서 새 삶을 약속하는 공수표에도,
가정을 지키고자 용서하고 마음을 다잡으려는
그녀의 모습은 아마도 대다수 우리 한국 여인들의
자식과 가족을 지키려는 기본적인 정서가 아닐까 싶다.
사실 소설을 쭈욱 읽고 있다 보면, 그렇게 당하고도
또다시 용서도 해주고 받아주려는 경아의 모습에
답답하기도 하고 가슴 속 깊이 화가 나기도 하는데,
아마도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렇게 쉽게
이혼에 대한 결정을 종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흔히들 남녀 간의 문제는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다고 말을 하듯이, 아무리 가족에게 실망을
안겨준 파렴치한 남편이라도 그렇게 쉽게
갈라서거나 상대방을 잘라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소설 마침표 없는 편지 이야기는 단기간에 벌어진
남편의 바람의 일상만을 그려낸 것이 아니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끊임없이 외도를 벌이면서
파탄 나는 가정과 그 이후에 각자의 고된 삶의
결과까지 긴 시간의 역사를 빠르게 그려내고 있다.
서로 합의를 하고 이혼을 하고 난 후에도,
부부의 연을 맺었던 남녀는 결코 둘만의 결합이
아니라 자식의 커넥션은 결코 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가볍게 벌이던 한 사람의 불륜으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피해를 입고,
그 이후에도 그 파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슴 아픈
현실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그려진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