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 서늘한 기척
고이케 마리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전통적으로 민담이나 설화가 그들의 일상에 가까이 함께 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나 기묘하고 미스터리한 괴담 역시 다양하게 소개되고 또 재창조 되고 있다. 

나오키상, 요시카와 에이지상 수상 작가인 도이케 마리코의 [괴담 : 서늘한 기척]은 죽은자가 눈 앞에 나타나는 기묘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룬 7편의 단편이다. 소재 자체로만 본다면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제목처럼 공포스러운 호러 스토리는 아니다.

카디건, 동거인, 곶으로, 손님방, 돌아오다, 칠흙의 밤, 행복의 집 의 총 7편의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낯설은 곳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알수 없는 사건들도 있지만 대부분 그 사연 뒤에는 세상을 등진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들 눈 앞에 나타나는 사랑했던 이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다시금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사람을 놀래켜주고 악의 있는 해를 가하는 무서운 호러스토리가 아니라, 꿈에서라도 만나고픈 그들의 모습과 흔적을 나누어 보면서, 상실의 아픔과 고독으로 지내온 시간을 아련한 감정의 끈이라도 잡아보고자 하는 노력을 엿보게 된다.

보통 고스트 스토리라고 하면 원한이 깊은 유령이 사람의 목숨을 해하기 위해 나타나서는, 유령과의 전쟁을 그리는 서양의 이야기들을 여러 미디어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었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고스트 스토리는 이와는 사뭇다른 권선징악과 보은의 이야기들이다.

[괴담]의 스토리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 괴담과도 같은 이야기 전개이지만, 우리 전통사상과 유사한 동양 사상을 이어온 감성적 배경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들이기에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는 스토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들마다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나는 존재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특별한 인과관계나 뚜렷한 의도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 이야기의 마무리 역시 미스터리한 상황을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 들이면서 명확한 결말 없이 존재의 의미에 대한 의문으로만 남는다.

어두운 그늘에서 다가오는 유령의 존재 자체만으로 등골이 서늘하고 괴기스럽기는 하겠지만, 어쩌면 우리의 못다 이룬 그리움이 만들어 내는 상념의 존재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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