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누구나 가면을 하나 두개는 만들어 쓰고서 살아가고 있다. 굳이 나쁜 해석이 아니더라도 의도치 않게 가슴 속에 있는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하거나, 나만의 공간을 가지기도 하고, 때로는 업무상으로 내면의 슬픔을 감추고 웃는 얼굴만 내비치기도 하면서 말이다.

B.A.패리스의 데뷔작인 [비하인드 도어]에서는 백화점의 구매담당으로 일하고 있던 그레이스는  ​너무나도 상냥하고 젠틀한 가정 문제 전문 변호사인 잭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결혼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그의 자상하고 웃음 짓는 미소 뒤에는 끔찍한 악마의 모습이 도사리고 있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일반인들의 일상에서 보여지는 가면의 무게와는 달리, 잔혹한 범죄자가 실체를 숨기고 전혀 예상치 못하는 너무나 선량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함께 섞여있다면 너무나 끔찍하고 소름끼치는일 일것이다.

종종 범죄 스릴러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지극히 순한 모습의 예상 외의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되는 엄청난 반전들 속에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만큼 외형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은 현혹되기 마련인 듯 싶다.

[비하인드 도어] 에서 결말부에 범인을 찾는 것이 아닌 잭의 실체는 전반부에 바로 드러나고,​ 그에게 속박되어 버린 그레이스의 처절하고 공포스러운 하루 하루를 그려내고 있다. 그에게서 도망을 치려는 노력들도 보이지만 마치 꼭두각시 장난감 인형처럼 무기력하게 끌려만 다니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답답하게만 여겨지기도 했다.

사실 현실 속에서도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편에게 학대를 받고 사는 여성들에 대한 뉴스들도 심심치않게 들어 볼 수 있었다. 그녀들은 특별히 감금을 당하여 있거나 평소에 강압적인 위협 없이 언제라도 도움을 요청하고 도망칠 수 있는 여건도 있는데도 그러지 못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다고도 한다.

이 장편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학대 남편이 아닌 심각한 범죄자와 상대하면서 물리적인 억압과 그가 해를 끼칠 수 있는 냉혈한이기에 가족의 안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순응하게 되는 안타까움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점점 더 잔혹해지는 그의 수법과 감시 속에서 이제는 죽음의 문턱가지 직면하게 된 그녀의 하루 하루는 정말 가슴이 옥죄는 듯 아프게 다가온다.

특히 챕터별로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치밀하게 본인의 외형적 이미지를 만들어 나가는 잭의 철두철미한 모습에서는 소름이 끼치게 된다. 그렇기에 숨쉬는 순간까지 감시당하고 있는 그녀와 명망높은 엘리트 지성인 남성으로 가장한 남편과의 숨막히는 심리 싸움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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