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에는 별 것 아닌 일상의 주변 소품들을 장난감
삼아 놀았던 기억이 있다.
반짝이는 병따개는 깡통 로봇이 되기도 하고, 조그만 도토리
껍질은 밥그릇이 되어서 길가에 떨어져있는 나뭇잎을 얼기 설기 잘라 놓고 엄마 아빠 놀이도 하면서 말이다.

[가끔은, 상상]은 어린 시절 무한한 상상으로 새로운 나만의
세상을 만들었던 경험을 다시금 그려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그림 이야기 책이다.
깡통뚜껑, 테이프, 나뭇잎, 열매, 수저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소품들의 사진 위에 그림을 연장해서 새롭게 작가만의 상상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마치 우리가 어린 시절에 아무 생명이 없는 물건들에 생명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처럼 , 뾰족한 주사바늘은 모기로, 또 작은 펜치는 우주를날아가는 로케트와 같이 표현하면서 상상의 우주
여행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릴적에는 게임기나 제대로 된 장난감이 없어도, 돌 하나만
가지고도 다양한 상상의 이야기를 만들고 친구 삼아서 놀았는데, 왜 이제는 눈 앞에 보이는 것만 믿고 만져지는 그대로를 이해하면서 그
이상의 꿈은 꾸지 않는지 모르겠다.
저자의 전혀 상관 없는 사물에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내는
아이디어도 독특하지만, 그 그림으로 동화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일상의 에세이도 유머스럽게 풀어 내고 있다.
[가끔은, 상상]은 저자의
그림 에세이가 담겨져 있는 그림 이야기책과 함께, 직접 독자가 그림을 그려 볼 수 있는 별책 <Unwritten Book>이 한 권
더 묶여 있다.

본문에 소개 되었던 소품 사진들이 연습장에 빈 여백의 공간
속에 담겨 있어서, 나 스스로 나만의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 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연습장이다.
한쪽 페이지에는 그림과 함께 글도 적어볼 수 있는데, 막상
빈 하얀 여백을 대하니 막상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다. 이제는 너무나 굳어버리고 엉뚱한 상상력이 불필요한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나 않나 싶다.
한참 고민 고민하다가 다른 용도의 이미지로 바꾸어 보려고
했는데, 정작 그리고 나서 보니 책의 본문에서 보았던 소재가 역시 상당 부분 동일하게 연상이 되는 것 같다. 일부러 똑같이 그리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형태의 그림도 아니지만, 저자가 생각해냈던 상상력과는 다른 독특한 상상을 해보지 못한게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그동안 틀에 박혀 고여있는 사고를 조금씩 비틀어
보면서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