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예문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플라나리아]는 2001년 124회 나오키상을 수상 했던 작품으로, 다시 명쾌한 번역으로 다듬어서 출간한 작품이다. <플라나리아>, <네이키드>, <어딘가가 아닌 여기>, <죄수의 딜레마>, <사랑 있는 내일> 이렇게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마지막 작품인 <사랑 있는 내일>을 제외하고는 네 편 모두 주인공 여성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사랑 있는 내일>은 이혼한 돌싱남이 끌어가는 단편이지만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독특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려지면서, 각기 다른 설정의 다양한 현대 여성들이 살아가는 현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각 단편들을 살펴 보면, 최근 국내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취업 고용 문제와 정리해고, 그리고 외로운 고령 사회와 통제 불능의 십대들 등 뼈아픈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과 나날이 커져가는 위상에 반해서 직장과 가정의 두 울타리 안에 갖혀서 힘겨운 투쟁을 해야하는 멍든 속내를 조곤 조곤 하게 일상의 이야기로 무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다.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절개 해야만 했던 전문직 여성이 하루 아침에 무기력하게 자신을 내려 놓으면서 직장도 그만두고 ,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플라나리아>의 여주인공. ​

다시 태어나 환생을 하게 되면 단세포 동물인 '플라나리아'가 되고 싶다던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남자친구와 부모님, 그리고  주변 지인들의 강렬한 심리 묘사에 압도당하게 된다.

이어서 소개하고 있는 단편들 역시, 구고 조정을 당한 남편의 아내, 혹은 대단한 뛰어난 사업 수완을 가졌던 전문직 여성이 이혼 후 홀로 살아가는 돌싱녀, 이어서 잠잘 곳 없이 길거리를 전전하고 손금을 보아주며 카페에 눌러 앉은 노숙녀등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을 한다. 

그녀들의 삶의 모습들은 서로 다르고 독특하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수 있는 쉽게 공감이 되는 대표적인 현대 여성의 캐릭터들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 여성 인권과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도 높아지고는 있지만 한 명의 인격을 가진 인격체로 존중 받고자 하는 노력과, 여자의 몸으로 부딪치며 사는 현대 가정과 사회 직장에서의 불편함과 문제점들을 하나 하나 되짚어 보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 속 여성들의 자존감 회복과 자신을 방어하며 세상을 향해 외치는 목소리에도 큰 무게를 실어 보게 된다.

각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성적으로도 해방된 여성들의 자유와 높아져가는 사회적 진출에 대한 기회들의 모습도 엿볼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위약해지고 하루 아침에 직장에서 내몰릴 수 있는 살얼음 속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가장으로의 굴레와 가정에서 조차 대우를 받기 힘들어지는 남자들의 불편한 진실들도 대비 되어 비추어 진다. ​

폭력을 일삼던 무뚝뚝한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요즘에는 찾아 보기 힘든 전화기 받침대나 컵 받침으로 썼던 흰색 레이스 뜨개 등. 마치 구시대의 유물과도 같이 느껴지는 부모님 세대의 모습들이 현실감없는 괴리감으로 대비가 된다. 하지만, 무력적 폭력이 언어 폭력과 심리적 압박으로 바뀌었을 뿐 정작 현재의 모습과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며 대상의 주체만 옮겨가고 있는 뫼비우스의 띠와도 같아 보인다.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일본의 여러 사회 구조들을 보면서 '프티가출'등 어린 학생들의 조숙한 사회로의 일탈들 또한 문제로 제기가 된다. 부모님의 이전 세대 뿐 아니라, 우리 자식들의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잇는 [플라나리아]의 단편들은 짧고 담담한 전개로 그려지고 있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불안한 심리 문제와 짓밟히는 자존감 회복에 대한 문제들이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온 송곳 처럼 날카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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